- 2010년 4월 18일, 국민일보
신라시대 인형 토우(土偶) |
흙으로 빚은 인형을 뜻하는 토우(土偶)는 어떤 형태나 사람 또는 동물을 본떠서 만든 토기를 말합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비교적 흔한 토우장식토기는
한반도에서는 신라문화권에서 집중 출토되는 양상을 보이지요.
하지만 발굴조사를 통해 수습한 유물은 별로 없고 기증품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이는 토우가 묻혀 있던 고대 무덤이 상당 부분 파헤쳐져 도굴당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신라시대 공동묘지로 발굴조사가 진행 중인
경주 쪽샘유적 B6호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 · 나무와 돌을 쌓아 만든 무덤)에서
다양한 모습의 토우 14점이 수습돼 고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습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조사 결과 이들 토우는 크기가 5㎝ 안팎이며,
고배(高杯 · 굽다리접시) 뚜껑 윗면에 2개씩 대칭되는 자리에 부착한 것으로 드러났지요.
1500년 전 고분에서 깨어난 신라 토우는 크게 사람 모양과 동물 모양으로 나눌 수 있다는군요.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 가야금 또는 신라고로 보이는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
신체에 비해 유별나게 큰 성기를 노출한 남자, 출산 중인 여자가 있는가 하면
뱀 자라 새 등을 형상화한 것도 발견됐습니다.
또 남자와 새, 뱀과 자라, 새 2마리, 자라 2마리 등으로 짝을 이룬 것도 있습니다.
토우장식토기는 5∼6세기 신라에서 제작된 독특한 유물로
고배의 뚜껑이나 항아리의 어깨부위 등에 붙어 있는 것이 다수랍니다.
이번에 토우가 발굴된 쪽샘유적 적석목곽분은
동-서 방향이 긴 묘광(墓壙 · 무덤구덩이)을 760×240㎝의 장방형으로 파서 마련했으며,
시신을 안치하는 주곽(主槨)과 유물 매장을 위한 부곽(副槨)을 나란히 둔 것으로 확인됐지요.
경주문화재연구소는 유물을 주로 매장한 공간인 부곽이 아직 조사 중이므로
더 많은 토우가 수습될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2007년에 시작된 쪽샘유적 발굴조사에서는 지금까지 적석목곽분 등 150여기의 고분을 확인했으며,
특히 지난해 발견된 찰갑(札甲 · 비늘 갑옷)과 마갑(馬甲 · 말의 갑옷) 일체는
중장기병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번에 출토된 토우와의 연관성 여부가 주목됩니다.
이번처럼 적석목곽분에서의 토우 출토 사례는
1926년 경주 황남대총 동쪽 평지에서 흙 채취작업을 하던 중 수십기의 무덤이 파괴되면서 발견된 것이 있고,
1934년 조선고적연구회에서 조사한 경주 황남동 109호 2곽, 월성로 고분에서 나온 것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계림로 30호분에서 출토된 토우장식목항아리(국립경주박물관 소장)는
국보 제195호로 지정됐습니다.
그동안 출토된 토우장식토기는 토우가 토기에서 분리돼 보고된 까닭에
토우에 대한 미술사적 또는 민속학적 연구에 치우쳐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고분 속에 매장된 토우장식토기의 성격 및 무덤 주인공의 신분을 밝히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하 무덤에서 1500년 만에 빛을 본 토우에 얽힌 수수께끼를 푸는 고고학이 흥미롭지 않습니까.
- 2010년 4월 18일,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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