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릉숲의 장수하늘소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지정되어 있는 장수하늘소는
과거 강원도의 춘천, 화천, 양구, 소금강 부근이나 서울의 북한산 등지에서 발견된 기록이 있으나 현재는 경기도의 광릉숲이 유일한 서식 장소이다.
필자가 그동안 조사한 바에 의하면 1960년대 이전만 해도 광릉숲에서는 상당수의 장수하늘소가 서식하고 있었으나 그 이후 서식밀도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1968년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장수하늘소는 곤충류 중에서는 대형종이어서 쉽게 사람의 눈에 띄거나 천적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개체군의 규모가 가뜩이나 작은 것도 문제인데 광릉숲 주변의 많은 음식점이나 숙박업소 등에서 발광되는 강한 불빛이 야간에 유인되는 효과가 있어 이 또한 위험한 요인이 되고 있다.
장수하늘소의 보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중의 하나가 서식환경의 보존이다.
장수하늘소는 유충시기에 서어나무의 목질부를 파먹고 사는데
피해를 입은 서어나무는 차츰 약해져서 고사목이 되어간다.
이 때 고사 직전의 노거수를 벌목의 행태로 베게 되는데
최소한 광릉숲에서만이라도 이러한 노거수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산림 내에 존치시켜주는 것이
장수하늘소의 생존에 유리할 것 같다.
무주의 반딧불이
무주의 반딧불이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반딧불이와 그 먹이 서식지로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1982년에 필자의 조사에 의하여 국내에서는 최초로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 남대천 수변 지역의 반딧불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으나
그 이후 남대천의 상류지역에 덕유산 관광단지, 무주리조트 등
많은 자연환경파괴 시설이 들어서면서 교통량이 증가되고
도로의 확장 포장 및 야간 차량 불빛의 증가 등으로
원래의 보호지정구역은 그 존재가치를 잃게 되었다.
따라서 2002년도에 원래의 서식지를 천연기념물 대상지역에서 해제하고
반딧불이의 종류에 따라 애반딧불이는 무주군 설천면 장덕리의 수한마을,
운문산 반딧불이는 무주읍 가옥리의 가림마을,
늦반딧불이는 무풍면 금평리의 88올림픽 숲 등의 세 지역에
「무주 일원의 반딧불이와 그 먹이(다슬기) 서식지」로 명칭 변경과 함께
천연기념물 보호구역으로 재지정 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이들 지역도 서식환경의 파괴와 관리 소홀로
그 개체군 밀도가 급감하여 새로운 대책이 요망된다.
반딧불이는 스스로 빛을 내는 야광곤충으로 자연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한 환경지표생물이다.
이들이 내는 빛은 사람이 보기 좋으라고 내는 빛이 아니다.
한밤중에 암·수가 짝을 맺으려고 내는 사랑의 신호인데
과거 캄캄했던 농촌의 밤풍경이 전기 불빛으로 환하게 밝혀졌으니
이들은 인가를 떠나 점점 어두운 산간계곡으로 숨어들게 되었다.
한라산의 산굴뚝나비
산굴뚝나비는 2005년도에 천연기념물 제458호로 지정되었으며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에 포함되어 있는 나비이다.
산굴뚝나비는 남한 내에서는 제주도의 한라산이 유일한 서식처이다.
산굴뚝나비가 섬에 고립된 배경에는 지구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제주도가 한반도의 본토와 분리되기 전에는 한반도 기후가 한랭 하였으나
홍적세 말기에 이르러 제주도가 한반도의 본토와 바다로 분리된 후 차츰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산굴뚝나비는 비교적 온도가 낮은 한라산의 1,300m 이상의 고지대로 올라가서 서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생물지리학적 특성 때문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인데
근래와 와서 한라산의 산굴뚝나비 서식환경에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어 안타깝다.
산굴뚝나비는 5월에서 9월에 걸쳐 성충이 연 1회 출현하고 있다.
이때 성충은 흡밀식물로 솔채꽃, 송이풀, 꿀풀 등의 꽃에서 꿀을 빨거나 휴식을 취한다.
또한 이들의 유충은 초원에 넓게 분포하고 있는 김의털과 같은 벼과식물을 먹고 산다.
그러나 한라산의 중턱 이상에 제주조릿대가 번성하면서 원래의 식생환경이 변화되고 있다.
즉 제주조릿대는 1m 정도의 높이에 근경의 번식력이 뛰어나서
이들의 번성은 하층식생의 초본류 즉, 산굴뚝나비의 먹이인 김의털이나 흡밀식물들의 생육환경을
악화시켜서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따라서 산굴뚝나비의 주요 서식처에는 제주조릿대의 방제가 시급하다.
화려한 곤충 비단벌레
비단벌레는 모든 곤충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을 띠고 있다. 오색영롱한 광채를 자랑하는 이 비단벌레는 2008년도에 천연기념물 제496호로 지정되었다.
비단벌레의 성충은 딱지날개의 화려한 빛깔 때문에 일본에서는 옥충(玉蟲)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 자란 성충은 몸 길이가 35~40mm 정도인데 활엽수림에 살며 7~8월에 주로 활동한다.
비단벌레는 고사직전 또는 고사된 느티나무, 팽나무, 감나무 등에 산란을 하며 부화된 유충은 기주식물의 수피를 뚫고 들어가 목질부를 먹고 산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부의 일부지방과 제주도에서 서식하고 있는데
그 서식처가 극히 제한되어 있고 개체군 밀도가 높지 않아 각별한 보호가 요망된다.
국내에는 비단벌레과에 속하는 종류들이 90여 종 되는데 그 중 비단벌레라는 종이 가장 크고 화려하다.
과거부터 이 비단벌레는 화려한 딱지날개로 인해 많은 장식품에 이용되어 왔다.
신라시대 금관총에서 발굴된 유물에서도 비단벌레의 장식이 나타났고
황남대총에서도 말안장 꾸미개에 비단벌레의 딱지날개가 장식되어 있다.
이렇듯 눈에 띄는 화려하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어 개체수가 격감되기에 이르렀고
유충이 살고 있는 고사목의 벌채나 주변 수목에 대한 살충제 살포 등은
비단벌레의 생존에 치명적 영향을 주고 있다.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비단벌레가 지니고 있는 수집품적 가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천연기념물이라는 상징성, 아름다움 등이 곤충 애호가들에게는 호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비단벌레의 최대 천적은 바로 인간이기에
우리가 이들을 지켜낼 의지가 없다면 이들은 곧 절멸의 시기에 도달할 것이다.
- 남상호, 문화재전문위원, 대전대학교 부총장
- 사진제공, 문화재청
- 2010-10-14, 문화재청, 월간문화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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