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연재자료)

<조유전의 문화재 다시보기> 천마그림? 기린그림?

Gijuzzang Dream 2010. 10. 21. 13:17

 

 

 

 

 

 

 

 천마그림? 기린그림?

 

 

 

 

 

한국박물관 100주년 기념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 최고의 유물들을 뽑아 전시함으로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가운데 관람객들에게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된 유물이

경주천마총(天馬塚)에서 출토된 천마도장니(天馬圖障泥)로 전시를 마치고 바로 유물 보존실로 들어갔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발굴 된 이래 36년 동안 지난 1974년 6일간, 98년 10일간

그리고 이번 전시로 일반에게 3번째 공개되면서 특별히 적외선 촬영사진도 함께 전시되었다.

 

천마도 적외선 촬영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그런데 이 적외선 사진을 본 일부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흥분했다.

즉 천마의 그림이 아닌 기린의 그림일 가능성이 더 많다며,

심지어 무덤의 이름을 '천마총'서 '기린총(麒麟塚)'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유물은 73년 8월23일 경주의 신라무덤에서 1500여년 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발견 당시 '말다래'에 채색된 흰말 그림이 마치 무덤에서 튀어 나오는 것으로 착각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조사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이 그림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천마라고 보았고 느꼈다.

이 무덤에서 광복 후 최초로 신라금관도 발굴되었지만 금관보다 이 그림에 무게를 실어 '천마총'으로 했다.

신라회화사(繪畵史)를 가늠할 수 있는 이 천마의 그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발견 당시 공기와 햇볕에 두면 채색도 변하고 따라서 섬유질은 하얗게 재로 변하기 때문에

응급 처치가 필요했고 바로 공기차단 후 국립박물관 보존실로 옮겼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완벽한 보존처리가 어려워 냉암소에 보관해 오고 있다가

이번 특별전에 2주간 동안 전시하게 된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말다래는 발굴된 후 몇 차례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보관을 잘못해 그림이 없어졌다는 루머가 돌아 국회의원들이 박물관을 실사하기도 했고,

경주 김씨 종친에서는 이름을 바꿔달라는 청원까지 했다.  

비록 이름은 잃었지만 경주 김씨 어느 임금의 무덤이 분명한데 왜 말 무덤이라고 하느냐는 이유였다.

결국 발굴조사 후 학술적으로 무덤의 이름을 부여하는데 관여한 당대의 내노라 하는 석학들이

국회에 나가 증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천마냐 기린이냐 논란과 관련해 적외선 사진을 똑똑히 보면

뿔과 말갈기 그리고 꼬리의 표현이 동일함을 알 수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하늘을 나는 표현으로 갈기와 꼬리는 수긍되지만,

하늘을 난다고 뿔이 갈기가 날리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결국 웅비하는 표현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신라건국자인 박혁거세가 나정(蘿井)이라는 우물 옆에서 흰말이 보호하고 있던 알에서 탄생되었다는

설화는 말이 신라건국과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이냐 기린이냐 문제는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달리 보이기 때문에 확정 하기는 어려워

수수께끼로 두어도 될 것이다.

- 2009/10/14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