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신 300주년 기념
“능호관 이인상(凌壺觀 李麟祥, 1710~1760), 소나무에 뜻을 담다”
ㅇ전시기간 : 2010. 9. 14~12. 05
ㅇ전시작품 : <설송도> 등 이인상의 그림과 글씨 20여 점 |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문인화가인 이인상의 탄신 300주년을 맞이하여
테마전 “능호관 이인상(凌壺觀 李麟祥, 1710~1760), 소나무에 뜻을 담다”를 개최한다.
9월 14일(화)부터 12월 5일(일)까지 서화관 회화실에서 열리는 이번 테마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상의 작품 20여 점이 출품된다.
한국미술사에서 이인상은 문인화가의 전형으로 손꼽힌다.
그의 예술 세계는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의 문인 정신과 미학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며,
개성적인 화풍을 이루었다고 평가된다.
이인상 탄신 300주년의 뜻깊은 해를 맞이하여 그의 작품 중에서 일품만을 엄선하여 이번에 전시하였다.
이인상은 조선 4대 명문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백강 이경여(白江 李敬輿, 1585~1657) 가문의 후손이다.
대대로 대제학, 영의정, 우의정을 배출한 명문가문이지만,
이인상의 증조부가 이경여의 서얼이었기 때문에 서출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안고 살았다.
그러나 그는 서얼 출신이면서도 사대부 벗들에게 지조와 절개 있는 청렴한 선비로 존경받았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하였다.
첫 번째는 그림 속에 담은 이인상의 삶과 우정이다.
50여 년을 살면서 이인상은 100명도 넘는 사람들과 교유하였다.
서울과 지방에서 하급관리 생활을 하면서 벗들과 함께 모임을 열고 경치 좋은 곳들을 유람하였으며,
그림 속에는 이러한 삶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누구에게 그려주었는지 이인상이 스스로 화면에 밝힌 그림들을 통해,
문헌기록에 나오는 교유관계를 입체적으로 보완해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이인상을 통해 본 문인화가의 지향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인상의 그림은 얼핏 어렵게 느껴진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는
“이인상의 서화를 이해하면 곧 문자기(文字氣)를 갖춘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극찬을 했다.
기량을 과시하지 않고 서툰 듯 졸박(拙朴)의 미학을 추구하였으며,
사물의 외형보다는 그 속에 내재된 본질을 그리고자 했다.
<구룡폭>은 그런 면에서 이인상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다.
금강산의 구룡폭포를 그리면서 그는 전혀 비슷하게 그리지 않았다. 그래서 얼핏 못 그린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화폭 안에는 15년 전 금강산을 유람했던 추억을 회상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세 번째는 이인상의 뜻과 꿈을 담은 그림 이다.
이인상의 <설송도(雪松圖)>는 매우 독보적이다.
이 그림에서 주목할 것은 꼿꼿이 서 있는 소나무와 가로로 휘어진 소나무 두 그루가
서로 교차하며 만드는 구도다.
올곧은 성품과 뛰어난 학문, 선비의 지조 등으로 요약되는 이인상의 성품과 신조를
꼿꼿이 서 있는 소나무에 담고, 신분의 제약, 유민 의식 등의 한계는 구부러져 휘어진 소나무에 담았다.
지향점은 있으되 좌절된 현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조와 절개를 잃지 않으려는 신조.
그것이 설송도가 말하는 뜻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문인화가인 이인상의 서화를 감상하면서
조선 문인들이 음미했던 격조와 정신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으며,
나아가 현재 우리의 미의식 속에 잠재한 동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림 1. <검선도>
검선도(劍僊圖) / 종이에 엷은 색 / 96.7×62.0cm
취설 유후(醉雪 柳逅, 1690~1780)에게 그려준 그림이다.
교차하는 두 그루의 소나무를 배경으로
바람에 날리는 수염에 파란색 유건(儒巾)을 쓴 도인의 형상을 한 인물을 그렸다.
이 인물은 검선(劍仙)으로 불린 중국 당나라 때 여동빈(呂洞賓)으로 보기도 하고,
이인상과 유후가 모두 서얼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서얼의식이 반영된 자화상적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연구되기도 하였다.
그림 2. <구룡폭>
구룡폭(九龍瀑) / 1752년 / 종이에 엷은 색 / 117.7×58.6cm
1737년 당시 인제 군수였던 임안세(任安世, 1691~ ?)와 금강산 여행을 한 후
15년이 지난 1752년에 그린 구룡폭포다.
진경산수이면서도 실제 구룡폭과 전혀 비슷하게 그리지 않았다. 그래서 얼핏 못 그린 듯 보이기도 한다.
제시에 따르면, 일부러 색을 칠하지 않고 뼈대만 그렸으며, 이는 마음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그림 안에는 15년 전 금강산을 유람했던 추억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져 있다.
그림 3. <설송도>
설송도(雪松圖) / 종이에 먹 / 117.0×53.0cm
꼿꼿이 서 있는 소나무와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소나무는 서로 교차하며 파격적인 구도를 만들고 있다.
그림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눈쌓인 표현이다.
소나무 가지 주변에 먹을 가하지 않고 남겨둔 부분이 자연스럽게 눈처럼 보이게 하였다.
바탕은 전체에 눈이 쌓인 흰색의 효과를 위해 무언가 두텁게 덧바른 후 엷은 먹으로 선염을 하였다.
바탕에 엷은 먹으로 선염을 함으로써 먹을 칠하지 않고 남겨둔 부분이 자연스럽게 눈처럼 보이게 되었다.
그런데, 눈 쌓인 부분이 좀더 하얗게 보이도록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종이바탕에 무언가 전체적으로 덧바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보존과학적 분석결과 전체적으로 규소(Si) 성분이 유난히 많이 검출되었는데
규소는 주로 백토(白土)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독특한 방법이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덕무는 이인상이 쌀가루를 물에 타서 종이를 축인 다음 다듬질하여[분지법(粉紙法)]
종이 빛을 맑고 깨끗해 보이도록 한 뒤 그림을 그려 종이가 깨끗해 보이는 효과를 냈다고 기록하였는데,
이와 관련하여 주목되는 작품이다.
그림 4. <송하관폭도>
송하관폭도(松下觀瀑圖) / 종이에 엷은 색 / 23.9×63.5cm
담담한 선염과 갈필의 윤곽선으로 그려진 바위, 폭포를 가로질러 누워있는 소나무를 그렸다.
이 그림에서 중요한 구성요소이자 이인상이 즐겨 그린 대상이다.
<이인상에 대한 평가>
△ ≪능호필(凌壺筆)≫ 발문 중
- 이인상의 묘처(妙處)는 진함[濃]이 아니라 담담한 데[淡]에 있으며,
익은 맛[熟]이 아니라 생생한 맛[生]에 있다. 오직 아는 자만이 이를 알리라.
△ 이규상(李奎象, 1727~1799), 『일몽고(一夢稿)』,「화주록(畫廚錄)」
- 그의 그림은 보통 화가들의 좁은 오솔길을 훌쩍 뛰어넘어 곧바로 꼿꼿한 자태와
파리하면서도 강단 있는 정신으로 화가의 상승별품(上乘別品)의 최고 경지에 이르렀다.
△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
- 모름지기 가슴속에 먼저 문자향(文字香) ․ 서권기(書卷氣)를 갖추고
예서법(隸書法)을 기본으로 펼치는 것이 예서 쓰는 비결이 된다.
근래에 조윤형(曺允亨), 유한지(兪漢芝) 등 여러 분이 모두 예서법에 깊이 통달해 있었지만
다만 문자의 기력이 적은 점이 못내 한스럽고 또 한스럽다.
그러나 이인상의 예서법과 화법(畫法)에는 모두 문자기(文字氣)가 있으니
이를 시험삼아 관찰[試觀]해봄으로써 그 문자기를 갖춘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순우(1916~1984,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 조선시대 사인(士人)화가 중에서 개성이 분명하고 또 작가적 기골이 잡힌 분을 꼽자면
우선 능호관 이인상을 빼놓을 수 없다.
●참고문헌
△ 유홍준,「凌壺觀 李麟祥의 生涯와 藝術」홍익대 석사학위 논문, (1983).
△ 장진성, 「이인상의 서얼의식-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검선도>를 중심으로」,『미술사와 시각문화』1집(미술사와 시각문화학회, 2002).
△ 김수진, 「능호관 이인상의 문학과 회화에 대한 일고찰 - 시대인식과의 관련을 중심으로」『고전문학연구』26(한국고전문학회, 2004).
△ 유승민,「凌壺觀 李麟祥(1710~1760) 書藝와 繪畫의 書畵史的 位相」, 고려대학교 문화재학 협동과정 석사학위논문,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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