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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선박(船舶)의 구조(構造) 변화
선박의 시기구분은 배의 구조, 제작 기술 및 특성과 출토되는 유물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려시대의 선체구조 및 제작기술에 대한 자료는
『高麗史』등의 문헌에 기록된 선박명과 약간의 자료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이루어진 시기구분은 출토된 유물, 특히 도자기의 발달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다.
水中發掘된 고려시대 선박의 형식분류와 편년은 자료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
선박은 해상운송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선박의 발달은 이와 관련될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배는 창원 비봉리선, 부산 동삼동패총의 舟形土器로 보아 통나무배이다.
삼국시대 舟形土器는 여전히 통나무배의 형태를 띠는 것과 구조선의 형태를 띠는 것으로 구분된다.
안압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의 배는 특수한 용도이지만 구조선의 형태를 띠고 있다.
따라서 삼국시대는 구조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때로 생각된다.
<도면 1> 수중발굴된 고려시대 선박의 중앙단면도
선박이 구조선으로 변화되는 가장 큰 요인은 규모화와 관련될 것이다.
운송수단으로서 통나무배는 한정된 기능을 수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선 기술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선박의 규모화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이었을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선박에서 규모화와 함께 중요한 것은
선박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부력과 복원력을 향상시키는 문제일 것이다.
결국 고려시대 선박의 발달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는 규
모화, 부력, 복원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부력과 복원력1)은 탑승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선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 선박은 이미 구조선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규모화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려시대 선박의 기술적 발전과정은 규모화를 계속 지향하면서도 부력과 복원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선박에서 부력과 복원력은 선박의 단면형태와 밀접하게 관련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造船 기술의 발전은 선박의 규모화에 대한 시도와
그에 따른 부력과 복원력 향상이라는 요소가 상호작용하면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현재까지 수중발굴을 통해 확인된 고려시대 선박이 6척에 불과하고
그나마 선박의 전체적인 형태를 알 수 있는 것은 완도선, 달리도선, 안좌선으로 3척뿐이다.
고려시대 선박에서 중요한 속성은 단면형태라고 생각된다.
단면형태는 선박에서 가장 중요한 부력 및 복원력과 밀접하게 관련될 것으로 생각된다.
부력과 복원력이 좋은 선박은 당연히 적재량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규모화와도 상관된다.
<표 1> 고려시대 선박의 시기 및 선박별 특징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단면형태에 따라 다음과 같은 3가지 형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A식: 단면형태는 제형(梯形)이다.
저판의 너비가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5열을 이루는 경우가 많으며
저판과 상부의 너비 비율은 1:2.0~2.5 정도이다.
저판(底板)2)과 외판(外板)3)은 만곡종통재(彎曲縱通材)4)를 사용하여 연결한다.
멍에형 가룡5)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십이동파도선과 완도선이 이러한 형식에 해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B식: 단면형태는 半圓形이다.
저판의 너비가 좁아졌기 때문에 3열을 이루는 경우가 많으며
저판과 상부의 너비 비율은 1:3.0~3.5 정도이다.
저판과 외판 사이에 만곡종통재가 사라지고 직부형6)으로 연결된다.
멍에형 가룡이 사용된다. 대부도선과 달리도선이 이러한 형식에 속할 것으로 생각된다.
C식: 단면형태는 호형(弧形)이다.
저판의 너비가 좁기 때문에 3열이고 저판과 상부의 너비 비율은 1:4.0~4.5 정도이다.
저판과 외판은 직부형으로 연결된다. 멍에형 가룡이 사용된다. 안좌선이 해당한다.
3형식 사이의 선후관계는 우선 한선의 발전과정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선은 크게 통나무배 단계와 구조선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통나무배는 크기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구조선이 등장하였을 것이다.
초기의 구조선은 삼국시대의 舟形土器나 통일신라시대의 안압지선에서 보는 것처럼
편평한 바닥에 외판을 올린 구조여서 단면형태가 方形이나 梯形에 가까운 단순한 형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면 제형의 A식은 선박을 어느 정도 규모화 시키는 것에는 성공적이었지만
구조상 부력이나 복원력에는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십이동파도선은 저판이 넓고 만곡종통재도 2단인데
저판의 길이로 보아 선박의 규모가 완도선보다 크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B식은 바닥이 좁아들었고 단면형태가 반원형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넓은 면에 형성되었던 A식에 비해 부력과 복원력이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선박의 규모화에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A식인 완도선과 B식인 달리도선에서 저판과 상부 너비의 비율이 차이가 나는 것은
상부가 넓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저판의 너비가 좁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B식의 등장은
선박의 규모화보다는 부력과 복원력의 향상에 역점을 둔 기술적 진전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C식은 바닥이 더욱 좁아들었으며 단면형태가 호형을 띠고 있어 상부 너비가 더욱 넓어졌다.
따라서 무게중심은 좀 더 좁은 지점에 형성될 것이므로 부력과 복원력은 더욱 향상되었을 것이다.
더불어 같은 크기의 선박이라 하더라고 호형 단면은 선박의 상부 너비가 넓어지게 된다.
따라서 C식은 B식보다 부력과 복원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 선적량이 늘어남으로써
규모화에도 진전을 보였을 것이다.
이러한 양상을 종합하면 고려시대 선박은 A식→B식→C식 순으로 발전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韓船은 통나무배 단계를 Ⅰ식, 구조선 단계를 Ⅱ식으로 구분한다면
고려시대 선박은 각각 ⅡA식, ⅡB식, ⅡC식에 해당할 것이다.
한선은 Ⅱ식 구조선 단계로 접어들면서 규모화에는 성공적이었지만
배의 견고성이나 부력과 복원력에는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배의 견고성은 저판과 외판이 연결되는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을 것이다.
초기의 구조선은 안압지선에서 보는 것처럼 저판과 외판이 바로 연결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기술적인 결함으로 인해 초기 구조선은 구조적인 취약성과 부력 및 복원력에
문제를 안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만곡종통재는 구조적인 취약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등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ⅡA식은 향후 자료의 증가에 따라
만곡종통재가 없는 a식과 만곡종통재가 만들어진 b식으로 세분될 가능성이 있다.
ⅡB식은 ⅡA식 구조선의 무게중심이 저판의 넓은 면적에 형성되게 되어 발생한 부력과 복원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진전으로 생각된다.
즉, 선박의 상부너비는 크게 차이가 없지만 저판의 너비를 축소하고 외판을 반원형으로 만듦으로서
선박의 무게중심이 좀 더 좁은 범위에 형성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ⅡC식은 저판이 좁고 단면형태가 호형으로 바뀌면서 선박의 무게중심이 더욱 안정되는 것은 물론
선박 상부 너비가 넓어지게 되어 선적량도 증가하게 된다.
즉, ⅡC식은 부력과 복원력은 물론 규모화까지 동시에 이룬 기술적인 진전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한선에서 고려시대 선박의 위치는 구조선으로 전환된 이후 부력과 복원력을 향상시키고
다시 규모화를 시도하는 단계라고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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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반적으로 물 위에 떠 있는 선박에는
수직 아래 방향으로 작용하는 중력과 수직 위 방향으로 작용하는 부력을 받는다.
평행상태에는 이 두 힘은 크기가 같으며 같은 작용선 상에 존재하게 된다.
그러나 외부의 힘에 의해 배가 기울어졌을 경우 두 힘은 더 이상 같은 작용선 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며
두 힘으로 인한 짝힘이 발생하게 된다.
선박의 무게중심이 부력의 중심점보다 아래에 있을 때,
이 짝힘은 선박을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복원력으로서 작용한다(NAVER 백과사전).
2) 한선에서 선체의 기반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부재로서 本板 또는 배밑이라고도 한다.
선박의 바닥면을 이루며 선체의 부재들 가운데 가장 두껍다.
3) 삼판(杉板) 또는 현판(舷板)이라고 하며, 선체의 양측면을 이루는 부재이다.
4) 만곡종통재는 선체의 저판과 외판 사이에서 두 부재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L'자형의 부재이다.
만곡종통재는 현재까지 십이동파도선, 완도선에서만 확인이 되었으며
13세기 이후의 선박으로 추정되는 대부도선, 달리도선, 안좌선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5) 가룡은 선체의 외판을 가로질러 설치되어 횡강력(橫强力)을 유지시켜주는 부재이며,
멍에는 선체 외판의 가장 상층에서 횡강력 유지와 갑판을 현외(舷外: 뱃전 밖)로 넓히거나
그 위에 다른 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재이다.
멍에형 가룡은 외판 가장 상층에 설치되진 않았지만
설치된 방식과 형태가 멍에의 형태를 띤 가룡을 뜻한다.
6) 저판과 외판의 연결이 만곡종통재 없이 바로 연결되는 형태를 가리킨다.
- 노경정,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수중발굴과 전문위원
- 문화재청, 문화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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