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0년 3월 26일. 1909년
10월 26일의 ‘하얼빈 의거’ 5개월 만에 대한국인(大韓國人) 안중근(安重根, 1879~1910)에게 사형이 집행되는 날이었다. 중국 뤼순(旅順)감옥 형장은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조선인과 중국인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중근은 형장으로 나가기 전에 마지막 유언을 묻는 일본 검찰관에게 “당신들이 동의한다면 이 자리에서 ‘동양 평화 만세’를 부를 것을 요구하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검찰관이 당황하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고, 오전 10시 사형 집행을 알리는 신호가 울렸다.
안중근은 하루 전날 동생 정근(定根)과 공근(恭根)이 면회할 때 건네준, 어머니와 아내가 밤새 지은 한복을 입고 의연히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면서 쓰러져가는 조선을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으로 교수형에 처해졌다. 안중근 순국 다음 날 부인이 두 아들을 데리고 뤼순에 왔으나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민족의 영웅이자 불멸의 대한국인 안중근의 31년 짧은 삶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안중근은 고려 후기 충렬왕 때 성리학을 전래한 문성공(文成公) 안향(安珦)의 26세손으로 1879년 9월 2일(음력 7월 16일) 황해도 해주부 수양산(首陽山) 아래에서 아버지 안태훈(安泰勳)과 어머니 조(趙)마리아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명(兒名) 겸 자(字)는 응칠(應七)이고 천주교 세례명은 토마스(Thomas · 도마)다.
7세 때(1885년) 부친 안태훈이 일가 70~80명을 이끌고 세거(世居)하던 황해도 해주를 떠나 신천군 두라방 청계동(淸溪洞)으로 이주했다. 안중근은 소년 시절에 유교 경전과 ‘자치통감(資治通鑑)’ ‘조선사(朝鮮史)’ ‘만국역사(萬國歷史)’ 등을 읽었고, 집안에 기식(寄食)하던 포수군을 따라다니며 사격술을 익히고 사냥을 즐겼다.
그 후 16세 때(1894년) 한 살 위인 김아려(金亞麗, 1878~1946)에게 장가들어 2남 1녀를 두었다. 그해 황해도 동학농민군(東學農民軍) 2만여 병력이 황해도 일원에서 기포(起包)했을 때, 안태훈은 70여 명의 포수군과 인근의 민병을 조직해 해주감사(海州監司)를 도와 동학농민군과 전투를 벌였다. 이때 안중근은 아버지와 함께 ‘박석골 전투’ 등에서 기습전을 감행해 전공(戰功)을 세웠는데, 당시 중근이 붉은 옷(紅衣)을 입어 ‘천강홍의장군(天降紅衣將軍)’이라 칭했다.
안향의 26세손 … 성격 급해 ‘번개 입(電口)’ 별명
17세 무렵(1895년) 안중근은 ‘벗을 얻어 의를 맺는 일(親友結義)’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기(飮酒歌舞)’ ‘총으로 사냥하기(銃砲狩獵)’ ‘준마 타고 달리기(駿馬騎馳)’ 등을 즐겼는데, 성격이 급해 친구들에게서 ‘번개 입(電口)’이란 별명으로 불렸고 가끔 기방에도 출입하는 호방함을 보였다.
18세였던 1896년 12월 초, 안태훈은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사람을 보내 당시 안악군 용문면 매화리에 있던 매화동 본당의 빌렘(J. Wihelm·홍석구) 신부를 청계동으로 오게 해 천주교에 입교했고, 이듬해(1897년) 1월 중순 안중근은 빌렘 신부에게서 토마스란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았다.
그 후 28세 때(1906년) 가족을 데리고 청계동을 떠나 진남포로 이사했는데 이 무렵 그는 서우학회(西友學會, 후일 서북학회에 통합)에 가입해 도산(島山) 안창호(安昌浩)의 강연을 듣고 감명을 받아 교육을 통한 애국계몽운동에 투신했다. 진남포 본당에서 운영해오던 돈의학교(敦義學校)의 재정을 부담하며 제2대 교장에 취임했고, 본당에 설치한 야학교인 삼흥학교(三興學校)의 재정도 운영했다.
29세였던 1907년 1월 31일 대구에서 국채보상운동(國債報償運動)이 일어나자 안중근은 이 운동의 관서지부(關西支部)에서 활동했고, 그해 겨울 블라디보스토크(해삼위)로 건너가 그곳 한인사회의 유력자들에게 의병부대 창설에 대한 설득 작업을 해 이범윤(李範允)의 동의를 받아 동의회(同義會)를 조직했다.
- 이영철 목원대 겸임교수 - 2010.04.06 730호(p72~73) 주간동아 [이영철 교수의 5분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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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은 쏘고, 아들 준생은 사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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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의사(1879년 9월 2일~1910년 3월 26일) 순국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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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중근, 일본 제국주의의 심장을 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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