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추문(迎秋門)
위치와 연혁 :
경복궁의 서쪽 궁문이다. 동쪽의 건춘문과 짝을 이룬다.
오행 상서쪽을 상징하는 계절이 가을이므로 이와 같이 이름지었다.
이 문은 주로 문무백관이 출입하던 곳으로 건춘문과 똑같은 규모였다.
현재의 문은 1975년에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복원한 것이다.
뜻풀이 :
‘
영추(迎秋)’ 란 ‘가을을 맞이한다’는 뜻이다.건춘과 마찬가지로 영추 또한 『예기』의 「월령」편에서 다음과 같은 용례를 찾을 수 있다.
“이 달에는 입추가 있으므로 입추 사흘 전에 태사가 천자를 뵙고
‘아무 날이 입추이니 천지의 성덕이 금위(金位)1)에 있습니다’ 하고 아뢴다.
천자는 재계하다가 입추일에 삼공 · 구경 · 제후 · 대부들을 친히 거느리고
서쪽 교외에 나가 ‘가을을 맞는다[迎秋].’” <원전 1>
후한 말기의 대표적 유학자로 『예기』 주석의 틀을 마련한 정현(鄭玄, 127~200년)2)은
“영추라는 것은 백제(白帝) 백초거(白招拒)3)를 서쪽 교외에 나가 제사지내는 것이다”고 했다. <원전 2>
가을을 맞이함, 곧 영추는 서방의 백제(白帝)를 제사지내는 행위로 풀이한 것이다.
제작 정보 :
현판은 경복궁을 중건할 때 허계(許棨, 1798~1866년)가 썼다. <원전 3>
허계는 경복궁 영건도감 제조를 지냈다가 그 후 판의금부사에 오른 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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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위는 오행에서 금의 방향, 즉 서쪽이자 가을에 해당한다.
2) 정현(鄭玄)의 자는 강성(康成). 유가 경전 연구에 힘써, 옛 문장들을 새롭고 쉽게 풀었다.
평생 학문을 연구하고 후학들을 가르치는 데 몰두하여 훈고학의 시조로 존경을 받았다.
3) 서방의 황제는 오행에서 백색의 기운에 해당하므로 백제라고도 한다. 백제의 이름이 백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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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 『예기』 「월령」
“是月也, 以立秋, 先立秋三日, 大史謁之天子曰, 某日立秋, 盛德在金. 天子乃齊, 立秋之日, 天子親帥三公九卿諸侯大夫, 以迎秋於西郊.”
<원전 2> 『예기』 「월령」, “鄭氏曰, 謁告也. 迎秋者, 祭白帝白招拒於西郊之兆也.”
<원전 3> 『고종실록』 권2, 고종 2년 9월 17일(己卯). 이 책 28쪽의 원전 3을 참조하라.
(4) 신무문(神武門)
위치와 연혁 :
경복궁의 북쪽 궁문이다. 창건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태조 때의 기록에는 궁성을 쌓고 광화문, 건춘문, 영추문을 만들었다고는 되어 있으나
신무문의 이름은 나타나지 않는다.<원전 1>
이로 보아 광화문 등을 세운 이후 언젠가 세웠을 것으로 짐작한다.
이 문이 신무문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1475(성종 6)년이다.
궁의 북쪽이라서 인적이 드물었으나
왕과 공신들이 함께 회맹제(會盟祭)를 열 때에는 이 문으로 드나들었다.
뜻풀이 :
‘신무(神武)’ 란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신묘하게 뛰어난 무용(武勇)’을 의미하며, 또한 신령스러운 현무(玄武)로도 이해할 수 있다.
오행에서 북쪽은 어둠, 죽음, 살상(殺傷) 등을 의미하며
이 방향을 상징하는 상상 속의 신수(神獸)가 현무다.
『주역』「계사상전(繫辭上傳)」1)에 다음과 같은 용례가 보인다.
“그러므로 시초(蓍草)2)의 덕은 둥글면서 신묘(神妙)스럽고,
괘(卦)의 덕은 네모져 지혜로우며, 여섯 효[六爻]의 뜻은 변화하여 길흉을 알려 준다.
성인(聖人)이 이 괘와 효의 내용으로써 마음을 깨끗이 씻고 은밀한 데에 물러나 감추며,
길흉간(吉凶間)에 백성과 더불어 근심을 함께한다.
신령스러운 능력으로 미래를 알고 지혜로 과거의 일을 간직하니, 그 누가 이에 참여하겠는가.
옛날의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신묘한 무력[神武]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은 자일 것이다.”<원전 2>
신무문의 성벽에는 ‘천하태평춘(天下太平春)’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온 세상이 태평스런 봄날과 같다’는 뜻이다. 온 나라가 태평성대를 누리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제작 정보 :
현판은 경복궁을 중건할 때 이현직(李顯稷)<원전 3>이 썼다.
이현직은 고종 때 어영대장 등의 관직을 지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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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사상전(繫辭上傳)은 주역의 괘사나 효사를 설명한글이라는 뜻이지만,
단지 괘효사의 해석이 아니라 주역의 이론을 철학적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시초(蓍草)는 원래 풀의 이름인데, 고대에 중국에서 이 줄기를 잘라 주역점을 쳤다.
이후 대나무 산가지로 바뀌어 '서죽'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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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 『태조실록』 권8, 태조 4년 9월 20일(庚申)
“是月, 太廟及新宮告成.…(중략)…後築宮城, 東門曰建春, 西曰迎秋, 南曰光化門. 樓三間有上下層, 樓上懸鍾鼓, 以限晨夕警中嚴. 門南左右, 分列議政府, 三軍府, 六曹, 司憲府等各司公?.”
<원전 2> 『주역』 「계사상전」
“是故, 蓍之德, 圓而神, 卦之德, 方以知(智). 六爻之義, 易以貢. 聖人, 以此洗心, 退藏於密, 吉凶, 與民同患, 神以知來, 知以藏往, 其孰能與於此哉. 古之聰明叡知神 武而不殺者夫.”
<원전 3> 『고종실록』 권2, 고종 2년 9월 17일(己卯). 이 책 28쪽의 원전 3을 참조하라.
(5) 계무문(癸武門)
위치와 연혁 :
신무문의 오른쪽에 난 문이다. 돌로 만든 월문(月門)1)이며 『궁궐지(宮闕志)』2)에 나온다.<원전 1>이 문을 들어서면 무청문(武淸門)이 나온다.
신무문은 경복궁의 북쪽 담밖에서 건청궁으로 곧장 들어갈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1868년 경복궁을 중건할 때 만들었다.<원전 2>
뜻풀이 :
‘계무(癸武)’ 란 ‘북쪽의 현무’를 뜻한다.
‘계(癸)’ 는 천간(天干)의 마지막이며 방위로는 ‘북쪽’에 해당한다.
‘무(武)’ 는 북쪽을 상징하는 동물인 ‘현무(玄武)’를 의미한다.
제작 정보 :
서체는 전서체(篆書體)이며 돌에 새긴 금석문이다.
특히 ‘癸(계)’자는 소전(小篆)3)으로 써서 알아 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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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벽돌을 쌓아 둥근 아치형을 이루도록 만든 문을 월문(月門)이라 부른다.
2) 『궁궐지』는 헌종조(재위1834~1849)에 발행한 것과 숙종조(재위1674~1720)에 발행한 것이 전한다.
헌종 때 것은 각 건물의 연혁과 기능 등이 제시된 반면 숙종 때 것은 건물들의 규모만 밝혔다.
이 책에서 『궁궐지』는 따로 명시가 없는 한 헌종 때 것을 가리킨다
3) 전서는 대전(大篆)과 소전으로 나뉜다.
중국 진(秦)의 시황제(始皇帝, 기원전 259~210) 때 복잡한 대전을 간략화한 것이 소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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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 『궁궐지』, “武淸門, 門外宮墻, 石月門癸武門.”
<원전 2> 『일성록(日省錄)』 고종 5년 6월 10일(丙辰),
“營建都監, 以新建各殿堂號及門名別單啓. 別單…(중략)…興禮門外東墻門協生門, 西墻門用成門, 北內墻門內武門^神武門, 東邊門癸武門, 外東墻門 西墻門秋成門金華門.”
(6) 광무문(廣武門)
위치와 연혁 :
계무문의 오른쪽에 난 문이다. 언제 만들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계무문과 마찬가지로 돌로 만든 월문이며 『궁궐지』에 나온다.<원전 1>
뜻풀이 :
‘광무(廣武)’ 는 ‘무용(武勇)을 넓힌다’는 뜻이다. ‘광(廣)’은 ‘넓히다’, ‘무(武)’는 ‘무용’을 의미한다.
한편, 앞의 신무문에서와 마찬가지로 ‘무(武)’는 ‘현무’로도 이해할 수 있다.
오행상 북쪽은 어둠 - 죽음 - 살상 등을 의미하며 이를 상징하는 동물이 현무이다.
제작 정보 : 서체는 전서체이며 돌에 새긴 금석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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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 『궁궐지』, “武淸門, 門外宮墻, 石月門廣武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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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1]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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