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궁문(宮門)
경복궁의 궁성과 궁문
경복궁의 궁성은 1398년(태조 7)에 조성되었으며,
이때 궁성문인 광화문(남), 건춘문(동), 영추문(서)도 세워졌다.
이보다 뒤에 북문인 신무문도 갖추어졌다.
궁성은 거의 네모난 형태를 이루고 있고 전면 좌우 끝에는 동십자각과 서십자각이 있다.
1867년(고종 4) 경복궁이 중건되면서 궁성은 다시 제 모습을 갖추었으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대부분이 훼손되어 원형을 상실하였다.
지금의 궁성은 그후 여러 차례 고쳐 쌓은 것이다.
(1) 광화문(光化門)
위치와 연혁 :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1395(태조 4)년 경복궁의 중요한 건물들을 세운 뒤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실록의 태조 4년 9월 29일 기사에서는
정전(正殿)인 근정전과 편전(便殿)인 사정전, 침전(寢殿)인 경성전 · 연생전 · 강녕전 등을 지어
궁궐의 기본 구조를 갖춘 다음, 궁성을 쌓은 뒤 동 · 서 · 남쪽에 궁문을 세우고,
동문을 건춘문(建春門), 서문을 영추문(迎秋門), 남문을 광화문이라 이름 지었다고 하였다.
광화문은 임진왜란 때 경복궁의 다른 전각들과 마찬가지로 불에 탔다가 1867(고종 4)년에 다시 지어졌다.
광화문의 석축에는 홍예문이 세 개 나 있어,
가운데의 홍예문으로는 왕이 출입하고 신하들은 좌우의 문으로 다니도록 했다.
1927년 총독부 청사가 들어설 때 광화문은 건춘문의 북쪽으로 옮겨졌다가 한국전쟁 때 폭격 맞아 불탔다.
이후 1968년에 돌 축대[石築] 일부를 수리하고 문루를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복원한 광화문이
우리의 기억에 널리 알려진 모습이다.
2006년 12월 시작된 광화문 제모습 찾기 사업에 따라 원래의 위치로 옮겨 복원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설 예정이다.
뜻풀이 :
‘광화(光化)’란 천자나 군주에 의한 덕화(德化)를 의미한다.
‘광(光)’ 의 전거는 『서경(書經)』에서 찾을 수 있다.
「요전(堯典)」의 “옛 요 임금를 떠올려보건대, 공을 크게 세우신[放勳] 분이시다.
경건하고 밝으시며 문채1)가 나고 생각함이 편안하고도 편안하며 진실로 공손하고 참으로 겸손하시었다.
빛[光]이 온천하에 빛나 하늘과 땅에 가 닿았다.”<원전 1>는 구절이나
혹은 『서경』「홍범(洪範)」의 “무릇 여러 백성[庶民]들이 지극하게 펼쳐 말한 바를 교훈으로 삼고
행해야만이, 천자의 빛[光]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천자가 우리들의 부모가 되어야 천하의 왕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원전 2> 등과 같은 대목이 그렇다.
중국 송나라 때의 성리학자 채침(蔡沈, 1176~1230)2)은 「홍범」의 ‘광’에 대해
“도덕의 광화(光華)이다. 천자는 백성들[庶民]과 비교할 때 성(性)이 똑같을 뿐이니,
다스림에 목표로 삼아야 할 바[皇極]에 대해 백성들이 펼쳐 말한[敷衍] 바를 교훈으로 삼고 행하면
도덕의 광화를 가까이 할 수 있다.”라고 풀이하였다.<원전 3>
즉 ‘광’을 천자의 도덕적 광화라고 이해한 것이다.
‘화(化)’ 는 『주역(周易)』에서 건(乾)괘를 풀이하면서
“세상을 좋게 하고도 자신의 공로를 자랑하지 않으며, 덕이 넓어 교화한다”<원전 4>라고 한 데에서
전거를 찾을 수 있다.
이 ‘광’과 ‘화’가 합쳐진 ‘광화(光化)’ 표현은『위서(魏書)』「함양왕희전(咸陽王禧傳)」에서 찾을 수 있다.
“희(禧)가 대답하였다. ‘폐하의 성스러움은 요 임금이나 순 임금보다 더 뛰어나 중원을 광화하셨습니다.
신이 비록 밝은 법칙을 받들어 아뢰어도 매사 어긋나니, 장차 어떻게 황경(皇經)을 선포하고
제칙(帝則)을 부찬(敷贊)하겠습니까?3) 어긴 죄는 실로 형벌을 받아야 합니다.’”<원전 5>
함양왕 희4)의 말 가운데 ‘성스러움으로 중원을 광화하였다’는 구절에서,
광화(光化)가 곧 군주의 교화를 의미함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 정보 :
2006년까지 광화문에 걸려 있던 현판의 글씨는 박정희(1917~1979년) 전대통령이 썼으며, 한글체이다.
사진은 한국전쟁 때 불타 없어지기 전까지 걸려있던 임태영(任泰瑛)의 글씨인데,
1916년경에 촬영된 사진의 유리 원판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것이다.
임태영은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 훈련대장으로서 영건도감(營建都監) 제조(提調)5)직을 맡아
공사를 총지휘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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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문채(文彩)는 아름답게 광채난다, 밝고 교양이 있다는 뜻이다.
2) 채침(蔡沈)은 주자에게서 학문을 배웠다.
그리고 훗날 주희가 완성하지 못한『서경』의 주석을 수십 년 연구하여『서집전(書集傳)』을 완성하였다.
3) 황제의 명을 알리고 법과 규칙을 알릴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4) 함양왕 희는 남북조 시대 북위(北魏) 효문제(孝文帝, 재위471~~499년)의 동생이다.
5) 제조는 감독관에 해당하는 조선의 관직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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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서경』「요전」
“曰若稽古帝堯 曰放勳. 欽明文思安安, 允恭克讓, 光被四表, 格于上下.”
<원전 2>『서경』「홍범」
“凡厥庶民, 極之敷言, 是訓是行, 以近天子之光. 曰, 天子作民父母, 以爲天下王.”
<원전 3> 『서경』「홍범」
“光者, 道德之光華也. 天子之於庶民, 性一而已. 庶民, 於極之敷言, 是訓是行, 則可以近天子道德之光華也.”
<원전 4> 『주역』 건괘(乾卦)
“善世而不伐, 德博而化.”
<원전 5> 『위서』「함양왕희전」
“禧對曰, 陛下, 聖過堯舜, 光化中原, 臣雖仰稟明規, 每事乖互, 將何以宣布皇經 敷贊帝則 舛違之罪, 實合刑憲.”
(2) 건춘문(建春門)
위치와 연혁 :
경복궁의 동쪽 궁문이다. 서쪽의 영추문과 짝을 이룬다.
오행(五行)에서 동쪽을 상징하는 계절이 봄이므로 이와 같이 이름지은 것이다.
경복궁 창건 당시 세웠던 문은 임진왜란 때 불탔으며,
고종 때 중건한 지금의 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건물을 돌로 된 석문 위에 세운 것이다.
뜻풀이 :
‘봄을 세운다’는 뜻이 된다.
‘건(建)’은 입(立)과 통하므로 이를 입춘(立春)의 의미, 즉 ‘봄이 시작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오행에서 동쪽은 봄과 통하므로 동쪽 문에 춘(春) 자를 흔히 붙인다.
‘건춘(建春)’ 이란 용어는 『예기(禮記)』의 「월령(月令)」 편 가운데
“1월에 태양은 영실성(營室星) 자리에 있고, 해질녘에는 삼성(參星)이 남중(南中)하며,
아침에는 미성(尾星)이 남중한다.1) 그 날은 갑을(甲乙)이고 그 제(帝)는 태호(太호)2)이며
그 신은 구망(句芒)3)이다.…(중략)…기러기가 온다.”<원전 1>에 대한
공영달(孔穎達, 574~648년)의 주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 당나라 때의 학자인 공영달은 이 구절을 성인이 천시(天時)를 받드는 일,
그리고 만물과 절후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그리고 나서 후한 때의 학자인 채옹(蔡邕, 133~192년)의 말을 빌려
‘먼저 봄을 세우고[建春] 하늘을 받든다’고 덧붙였다.<원전 2>
제작 정보 :
현판은 경복궁을 중건할 때 이경하(李景夏, 1811~1891년)가 썼다.<원전 3>
이경하는 고종 재위 때 훈련대장 등을 지낸 무관으로
특히 흥선대원군(興宣大院君, 1820~1898년)의 신임을 돈독하게 받았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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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실성, 삼성, 미성은 모두 별자리이름들이다.
2) 태호는 삼황 가운데 복희씨를 말한다. 목덕(木德)으로 황제가 되었는데, 목은 곧 봄에 해당한다.
3) 구망은 오제 가운데 소호금천씨의 아들로 목덕의 임금을 돕는 신이며,
죽어서 나무를 다스리는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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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 『예기』「월령」
“孟春之月, 日在營室, 昏參中, 旦尾中. 其日甲乙, 其帝大호, 其神句芒…(중략)…鴻雁來.”
<원전 2> 『예기집설(禮記集說)』권36
“故先建春以奉天, 奉天然後立帝, 立帝然後言佐.”
<원전 3> 『고종실록(高宗實錄)』권2, 고종 2년 9월 17일(己卯)
“營建都監, 以景福宮各殿堂·各門懸板書寫官【交泰殿曺錫元, 康寧殿李載冕, 延生殿李載元, 慶成殿趙成夏, 含元殿趙寧夏, 麟趾堂李周喆, 千秋殿鄭範朝, 萬春殿宋熙正, 光化門任泰瑛, 建春門李景夏, 迎秋門許棨, 神武門李顯稷】別單, 書人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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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궁궐의 현판과 주련1] 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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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_문화재청 대변인실 (042-481-4677) ──────────────────────────────────────────
- 문화재청, 2010-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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