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찾아 떠나고(답사)

서울비무장지대 '북악산길' - 북악스카이웨이 제2산책로

Gijuzzang Dream 2009. 12. 6. 17:49

 

 

 

 

 

 

 

 

'서울 비무장지대' 북악산길을 처음 걷다


김신조 청와대 습격사건 41년만에 북악스카이웨이 제2산책로 개방

 

북악스카이웨이 제2산책로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서울 전경.


 

 

뉴욕에도 도쿄에도 베이징에도 베를린,

                        모스크바에도 없는 山
                        …저 권부의 푸른 기와집 그늘에 가려
                        지난 반세기 마음의 위도에서 사라졌던 자리에서
                        오늘 이제는 육성으로 이름 불러도 될 그대 백악이여, ….
                        <황지우의 ‘풍경뻬레스트로이타 중에서>

 

 


한 도시의 풍경과 문화를 오롯이 품은 북악산은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명산이다.
좌측으로는 인왕산, 우측으로는 낙산과 어깨를 결어 서울을 감싼 북악산은
도시인들의 뒤에 서서 자연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그러나 1968년 김신조 등 북한공작원 31명의 청와대 습격 사건으로 인해
‘김신조 루트’라는 이름으로 부분 통제됐다.
남북분단의 흔적을 간직한 채 41년 동안 ‘서울의 비무장지대’로 머물렀던 북악산의 일부가
‘북악스카이웨이 제2산책로’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24일 개방됐다.

 

 


마전터서 출발, 호경암엔 탄흔도

41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북악산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오전 내내 비를 머금은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가 틈틈이 마른 햇볕을 내리쬐기를 반복했다.
며칠 전에 내린 가을비에 낙엽은 나무가 아닌 대지를 물들였고,
거센 바람에 앙상한 나뭇가지만 몸을 떨었다.

서울 성곽 산책로에서는 늦가을의 운치를 물씬 만끽할 수 있다.
서울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삼청터널 방향으로 10여 분을 걷다 보면 마전터(포목에 염색을 들이던 곳)가 나온다.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서울성곽이 눈에 띈다.
동행한 서울문화유산해설사회 박경숙 회장은 “마전터는 와룡공원-말바위-숙정문-창의문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의 시작이자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곽을 걷다 보면 경계에 서 있는 느낌이다.
왼쪽으로는 건물이 빽빽이 들어찬 도시의 회색이, 우측으로는 색색이 물든 나무로 가득 찬 북악산의 가을이 빛나기 때문이다.
 
성곽을 따라 오르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시끌벅적하며 지나가는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보였다.
한성대 한국어문학부라고 밝힌 이들은 야외 수업 중이었다.
조재윤 교수는 “가까운 곳이지만 직접 걸어본 학생이 별로 없다”면서
“낭만이 없는 대학생들을 위해 시간을 내 밖으로 나왔다”며 웃었다.

가벼운 산책길이라고 하기엔 계단이 많았다.
불편한 복장으로 산책 나온 이들이 곳곳에 앉아서 열 오른 몸을 식히고 있었다.
운치 있게 낙엽이 깔린 서울성곽 산책길에서 연방 사진을 찍는 커플도 보였다.
1시간가량 오르자 사대문 가운데 북문에 해당하는 숙정문이 나왔다.
이곳에서 길을 틀어 새로 개방된 ‘김신조 루트’로 걸음을 옮겼다.

곳곳에 41년 만의 개방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표지판을 따라 올라서면 성곽 길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등산로가 펼쳐진다.
지난날 군용 순찰로로 이용되던 시멘트 계단과 등산을 위해 매끈하게 도색된 나무 계단이 혼합돼
길을 잇고 있다. 평일이어서 산책로를 찾은 사람은 드물었다. 간간이 새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능선으로 오르는 길 초입에는 수많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등줄기로 땀이 흘러내렸다.
쉼 없이 이어지는 계단 사이사이에는 휴식용 의자가 마련돼 있었다.
그곳에서 땀을 닦고 있는 등산객을 만났다.
김영광씨(62·도봉구)도 아래에서 위로 오르는 ‘등산’ 중이었다.
김씨는 “1968년 당시에는 영원히 폐쇄될 줄 알았다”면서
“손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잘 보존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2월 완공 제3산책로 공개 예정

총탄 자국이 선명한 호경암.

능선을 오르자 성북구에서 설치한 전망대가 있었다.
북악산 자락에서 내려다본 서울은 한 손에 잡힐 듯했다.
촘촘히 들어선 아파트와 빌딩 숲. 그 위로 희뿌연 연무가 하늘가에 맞닿았다. 호경암까지 700여 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북악산 품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전 내내 흐렸던 하늘에서 차츰 햇빛이 새어 나왔다. 혼탁했던 시계가 조금 밝아졌다. 이내 서울의 풍경이 또렷해졌다. 능선을 넘자 물이 마른 계곡이 나왔다.
그곳에는 쉼터가 마련돼 등산객들이 쉬고 있었다. 가져온 간식으로 허기를 채우는 이들도 있었다.
 
그 옆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나무계단이 솟아 있다.
호경암으로 가는 가장 높은 길이다. 서둘러 길을 오르자 호경암이 보인다. 북한 공작원들의 청와대 습격 당시 총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짙은 회색의 웅장한 바위 곳곳에는 분단의 흔적이 남았다. 총탄 흔적이 남겨진 부분엔 붉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바위 앞에는 당시 흔적을 더듬는 등산객들이 모여 있었다. 신윤석씨(55·성북구)와 함께 부부등반을 나온 박현자씨(53)는 “어릴 적에 말로만 듣던 곳에 와 보니 신기하다”며 연방 바위를 만졌다.

북악스카이웨이 제2산책로는 41년의 세월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아 말 그대로 ‘자연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11월 초에 찾은 그곳은 늦가을의 정취가 온전히 배어 있었다.
그리고 아직 개방되지 않은 구간이 있어 다음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서찬교 서울 성북구청장은 “1.9의 짧고 좁은 산길이지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생태적 가치가 높은
곳”이라면서 “올 12월 말 완공 일정인 제3산책로도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임석빈 인턴기자 zomby011@hanmail.net
- 2009 11/17   위클리경향 8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