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이 컴퓨터보다 더 강하다 ?
자판보다 펜을 이용했을 때 에세이 빨리 작성해
전북 전주시 풍남동에 위치한 최명희문학관에서는 10월 10일부터 18일까지 ‘제3회 전북지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에서 입선한 수상작들이 전시된다. 손글씨 공모전이란 말 그대로 컴퓨터나 워드 프로세서가 아닌, 손으로 정성들여 쓴 글씨 대회를 의미한다. 즉, 연필이나 볼펜, 만년필 등의 필기구로 A4 크기의 종이에 자신이 직접 쓴 글이 응모대상이다. 주위에서 더 빨리 쓸 수 있고 수정이 편리한 컴퓨터를 권했지만 작가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렇게 많이 쓰고 빨리 써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의아해 했을 뿐만 아니라, 차가운 기계에 의존해서 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때문에 최명희 작가는 200자 원고지 1만2천여 장에 달하는 대하소설 ‘혼불’을 17년 동안 자신이 아끼던 몽블랑 만년필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스레 썼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의 소설을 쓴 김훈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는 독일제 스테들러 연필이다. 스테들러 연필을 사용한다는 그는 컴퓨터로 글을 쓰는 행위를 ‘비천하다’고 여긴다. 연필로 글씨를 쓸 때 느껴지는 몸의 힘과 살아서 움직이는 육신의 확실성이 있을 때, 즉 온몸으로 쓰는 것이 진정한 글쓰기라고 그는 믿는다. 만년필로 원고를 쓰던 박완서 작가는 워드프로세서를 거쳐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쓸 때부터 지금껏 컴퓨터로 글을 쓰고 있단다. 또 엎드려서 글을 쓰던 기인 소설가 이외수도 펜을 집어던지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을 정도이다. 담배를 끊은 이후 필기구를 쥐기만 하면 담배 생각이 났는데, 컴퓨터 자판은 두 손을 다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유혹을 받지 않는다는 것. 개중에는 자판을 두들기지 않으면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는 이도 있다. 심지어 컴퓨터 자판에 더 익숙한 요즘 아이들은 글씨 쓰는 것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초등학생들이 일기를 쓰기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글씨를 직접 쓰기 싫어서라고 한다. 그럼 도대체 아날로그 필기구와 컴퓨터 자판 중 어느 것이 더 글을 쓰는 데 유리할까?
작문 발달과 작문 장애를 연구하는 워싱터주립대 심리학교수 버지니아 베르닝거가 발표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글을 쓸 때는 컴퓨터 자판보다 펜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 주어진 주제로 10분 동안 에세이를 쓰게 한 결과, 대부분이 자판보다 펜을 이용했을 때 더욱 길고 빨리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생각을 요하는 창의적인 글쓰기에 있어서는 펜이 더 유용했으며, 단지 알파벳 쓰기라는 기능적인 작업에 있어서는 컴퓨터 자판이 더 유리했던 셈이다. 펜으로 문자를 생성하는 것과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어떻게 생각을 다르게 만드는지는 더 연구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그는 펜과 컴퓨터의 두 가지 도구 모두로 글을 쓸 수 있는 이중 언어 작가로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의 성향이지 특별히 어느 도구가 더 유용하다고 결론 내리기가 애매해 보인다.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우울증이나 스트레스의 치유, 체중 감량 등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손으로 직접 적은 글씨가 더욱 정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다. - 이성규 기자 - 2009년 10월 09일, ⓒ ScienceTim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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