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일상)

'도요다 다이쥬' '슨상님'

Gijuzzang Dream 2009. 9. 5. 21:54

 

 

 

 

 

 

 '도요다 다이쥬', '슨상님'이라는 고약한 별명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비난하는 누리꾼이 인터넷에 올린 이미지.

‘슨상 김대중씨’가 “햇볕으로 핵폭탄을 만들어 2009년 노벨과학상을 받았다”고

조롱했다. <다음 아고라>

한 ‘진보’ 단체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사가 누리꾼의 심기를 건드렸다.
 
추도사는 다소 문법적 오류는 있지만 무난하게 시작한다.
“김대중 前 대통령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고인은 민주화와 IMF 경제위기 극복에 일정부분
공로가 있었지만,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반헌법적 6·15공동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김정일 독재정권 수명을 연장시킨 점은,
후일에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할 것입니다.
다시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추도사를 낸 단체는 자유주의진보연합.
뉴라이트전국연합 전 중앙실무자들과 상공인들
결성한 단체다.
 
누리꾼 반응은 비난 일색이다.
“띄어쓰기도 못하는 단체냐.”(누리꾼 나나나)
“이건 뭔가, 결국 잘 죽었다는 건가.”(누리꾼 손목시계)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전부터 그에 대한 비난 글은
뉴스 댓글과 일부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계속돼 왔다.
이들이 김 전 대통령을 지칭하는 이름은 두 개다.
 
슨상님과 도요다 다이쥬(豊田大中).
슨상님이라는 별명은 ‘선생님’의 전라도식 발언에서 따온 것이며,
도요다 다이쥬는 김 전 대통령이 목포상고 재학 당시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슨상님은 특정 지역에 대한 비하를 담고 있는 별명이며,
도요다~는 “김대중은 알고 보면 친일파”라는 논리를 뒷받침하고자 하는 심리에서 나온 주장이다.
 
슨상님이라는 별명의 기원은 김동길씨의 비꼬는 발언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도요다 다이쥬’에 관한 주장의 근거는
월간조선 2002년 10월호 기사. 제목은 “미공개 자료를 中心으로 쓰는 김대중 연구(6)”이다. 

기사의 작성자는? 조갑제 당시 월간조선 편집위원이자 현 조갑제닷컴 대표다.
그리고 조갑제 대표가 취재의 근거로 사용하는 자료는
안기부가 1988년에 발행한 <金大中 관찰기록>이라는 대외비 문건이다.
개인의 가족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월간조선의 의도가 섬뜩하다.
 
2002년 10월은 시기적으로 국민의 정부가 거의 끝나가던 시점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미 아들들의 사법 처리로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친일문제연구가 정운현씨(현 태터앤미디어 대표이사)는 오마이뉴스 기고글을 통해
“일제 말 창씨개명을 친일 구분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강제로 당했을 뿐 아니라 실제 대표적인 친일인사 중 일부는 창씨개명을 하지 않기도 했다는 것.
정씨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은 '다카키 마사오(高木正雄, 이는 널리 알려져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가네무라 고유(金村康右)'라는 일본식 이름을 갖고 있었다.
 
정씨는 “박정희뿐 아니라 김대중 · 김영삼 모두 일본의 은사를 찾아가
과거의 일본식 이름을 거론한 것은 국가원수로서 부적절한 언행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쓰키야마 아키히로(月山明博)'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일본식 이름을 지닌 마지막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2009 09/01 위클리경향 840호 [언더그라운드 넷]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기리며



ㆍ인동초의 노래

 
 
다시금 살아서 가난한 자,
고통 받는 자 곁으로 지팡이를 짚고
아프고 지친 다리를 끌며
다가오는 너의 발자국 소리
잠시나마 네 고단한
생의 불편을 감추려는 듯
때마침 여름비가 쏟아지고
네 육성에 묻어나던 지난날들의
꿈과 악몽, 사랑과 절망들이
급기야 누군가 밀어주는 휠체어,
은빛 기억의 바큇살을 타고 밀려온다.
 

여전히 거짓을 진실이라
우겨대는 더러운 혀와 위장된
평화와 진실을 독점하는 가면들에
삼중 사중으로 포위되어 있는 너.

죽어서도 근거 없는 낙인과 더러운 음모,
이름 모를 증오와 이유 없는 질시에도
예전처럼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고
고개 수그리던 너의 장례식장에
가냘픈 몇 개의 잎으로 모진 겨울을
이겨낸다는 인동초의 향기가 퍼져 오른다
젊은 날 총살 직전의 감옥 탈출과
느닷없는 14톤 트럭의 돌진, 그리고
토막 살해와 수장(水葬)의 위협과 시도를
애써 감추려는 듯 너의 제단은
희고 순결한 인동초로 장식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인동초란 너의 별명이
결코 원치 않았을 납치와 망명,
투옥과 감형, 그리고 사형선고가
가져다준 처참한 은유였다는 것을.
필사적으로 널 가택연금하고
끄덕하면 감옥으로 끌어가고
끊임없이 절라도놈이라 손가락질하고
걸핏하면 빨갱이라 몰아세우던 자들
길고 오랜 감시와 집요하고 질긴 박해가
만들어낸 위대하고 거룩한 비유라는 것을.
 

그러나 너 자신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 넌 신이 아니었다.
넌 눈물 많은 한 사내에 불과했다
그래서 때로 넌 용서받을 수 없는
실수와 과오를 보여줬다
제 아무리 불가피한 경우라고 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세력과 타협해,
무수한 비난과 야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때때로 잠시의 권력에 취한 이들이
눈먼 돈과 고급술을 탐하는
치명적인 비리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넌 지친 자들이
기꺼이 찾아들던 외로운 섬,
모함 받거나 쫓겨난 자들의 증인,
오래 햇빛 들지 않는 자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겨울 산동네 응달 길의 시멘트 계단,
결코 잘나지 못한 자들의 푸념,
늘 빈손인 자들의 반항과
불평 많은 시인들의 광기로 차린,
한없이 빈약한 밥상에 초대된 최초의 대통령.
 

오! 하늘이여!
땅이여!
그리고 사람들이여!
오, 다시 최루가스
화약 냄새 수상한 시절의 밤
여기 잠들어 가는 양심과
양처럼 순해 빠진 눈빛과
악다문 침묵의 입들을 벌리는
꽹과리를 앞장서 치며
폭정의 한복판을 휘저으며 건너가는
저 당당한 하의도 섬 소년을 보라
힘없는 역사의 발걸음과 간단없는 회의,
깊은 슬픔과 한없는 연민의 눈길,
그리고 텅 빈 희망을 자궁을 감싸 안는
넉넉한 감동과 낙관의 내일을 노래하는
수리성의 가객 풍류남아를 기억하라.
 

그래, 넌 안 되면 벽에 욕이라도 퍼부으며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저항,
결코 지지 않은 고난의 힘을 보여주며
늙고 병든 조국의 멱살을 뒤흔드는
다시금 독한 양심의 바람소리로 살아 있다
결코 달라지지 않는 거리의 험담과
힘없는 자들의 분노가 들끓는 분단의 땅,
넌 언제나 푸른 미소가 넘쳐나는 얼굴,
영원히 젊은 세계의 바다물결 소리로 깨어나고 있다.
 
 
 
- 임동확 / 2009 09/01 위클리경향 8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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