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어보고(전시)

[덕수궁미술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展

Gijuzzang Dream 2009. 6. 29. 15:47

 

 

 

 

 

  

 

 

 

 

 [덕수궁미술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展

 

2009년 6월30일 - 9월17일

오전 9시-오후8시30분(월요일 휴관)

 

 

 

 

 

 피카소, 샤갈, 미로에 이은 생존하는 최고의 인기작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1932년 콜롬비아 메데인(Medellin)에서 태어난 보테로는

풍만한 양감을 통해 인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감성을 환기시킴으로써

이 시대 살아있는 거장의 한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로 인해 그의 화풍은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그의 조형관은 중남미 지역의 정치, 사회, 종교적인 문제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 경향도 엿볼 수 있다.

 

1957년 보테로가 미국에서 활동을 시작할 무렵 국제미술계는 추상표현주의가 유행을 하던 시기였다.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영감에 기반을 둔 추상표현주의의 양식적 특징은 형체가 해체되고,

붓질의 우연한 효과가 강조되는 것이다.

이런 추상표현주의와는 달리 그의 작품은 확고한 형태감을 추구하였던 점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났다.

형식적인 차이가 불러온 관심 이외에 그의 작품이 주목받았던 배경은 또 다른 이유에서였다.

대다수 유럽과 미국 미술계에 알려진 바가 많지 않았던 라틴아메리카 미술은

뉴욕현대미술관을 필두로 하여 1940년대 이후로 몇 십년동안 지속적으로 소개되었는데

이것은 유럽과 미국 미술계가 라틴아메리카 미술에 대해 편협하고, 낮은 안목을 지니고 있다는

지성적 인식이 싹텄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라틴아메리카 미술전시가 수 십 차례 개최된 결과 많은 라틴작가들이 소개되었고,

보테로 역시 그중 한 명으로서 1960년대 이후 크게 주목받게 되었고,

현재 전 세계 옥션작품판매 순위에서

피카소, 샤갈, 미로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인기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테로의 화풍

명암과 원근법을 단순화하며 현란한 원색을 사용하여

대상의 풍만한 형태감을 강조하도록 화면을 구조적으로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가 추구했던 과장된 양감표현은 대상의 사실적 재현이라기보다는

객관적이면서 관념적인 형태를 추구한 결과이다. 이러한 양감의 표현은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형태를 추구한 입체파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20세기 중반이후 여성의 美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면서 마른 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풍만한 신체형태에 대한 호감도는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美의 기준이 세계 모든 나라에서 동시에 적용된 것은 아니었다.

대중매체를 통해 신체에 대한 관념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나라일수록

특정한 사회질서 내에서 풍만한 인체에 대한 자극은 더 컸다.

그런 점에서 보테로의 풍만한 인체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권위나 위엄을 지니고 있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실제신장보다 크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보테로의 작품은 실제로 어떤 사람을 신체적으로 크게 느끼게 하는 논리에 대해서도 조롱하고 있다.

떤 종류의 권위이든 유혹하는 힘을 내포하고 있는 사람은

존재와 존재의 형식이 신체에 관한 이미지에 객관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다른 이들에게 자신이 완전한 존재이며 정통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보테로의 조형세계를 아우르는 중요한 주제를 선정하여

1980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그의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보테로의 표현기법은 조금씩 변화했으나 작품을 탄생시키는 그의 조형관은 늘 한결같았다는 점에서

주요주제를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보테로의 주된 조형관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페르난도 보테로 전(展)] 강연회

 

 

일자 :  2009년 7월16일-8월20일 6회(매주 목요일, 18:30-20:30)

장소 :  덕수궁미술관 시청각실 

 

 (1회) 7/16

 <보테로전> 기획의의 및

 작품설명

 류지연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

 (2회) 7/23  라틴아메리카의 미술

 유화열(‘태양의 나라,

            땅의 사람들’ 저자)

 (3회) 7/30  라틴아메리카의 음악

 송기철(음악평론가, 

   KBS 송기철의 월드뮤직 DJ)

 (4회) 8/ 6  라틴아메리카의 영화

 전기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5회) 8/13  라틴아메리카의 문학

 전기순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6회) 8/20  보테로 조형론  안진옥(갤러리 반디 관장)

 

 

 

 

 

 

정물(Still Life)

1954년 정물을 통해 양감을 강조하는 기법을 터득하게 된 이후 보테로는

사물에 대한 감각을 일깨우는 정물화의 의미를 충분히 되살리고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은유를 터득한다.

그리하여 그는 사물의 질감, 형태, 화면의 구성 등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연구하게 되었고

대상에 대한 세심한 묘사와 세련된 색채 배합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악기 Musical Instruments

1998/ 캔버스에 유채/ 133×172㎝

17세기 네덜란드 정물화를 연상시키는 악기가 있는 보테르의 정물화로

화면 중앙에 만돌린, 호른, 북 등의 악기와 그 아래쪽에는 악보 몇 장이 놓여있다.

보테로는 사물의 양감을 강조하기 위해 만돌린 가운데에 있는 음향구멍을 미세한 점으로 표현하는 등

사물의 양감을 과장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한다.

 

 

 

과일이 있는 정물 Still Life with Fruits

2000/ 캔버스에 유채/ 128×158㎝

과일은 어떤 결실의 수확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생산과 다산, 풍요를 상징한다.

그러나 정물화에서 묘사되는 과일들은 쉽게 썩는 성질 때문에 부패와 죽음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세상만사의 덧없음과 헛됨을 뜻하는 바니타스와 연관된다.

보테로는 오렌지와 바나나가 있는 공간을 어둡게 처리하여

불안정한 느낌을 주고 화면에서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꽃 3연작(노란꽃, 붉은꽃, 파란꽃) Flowers

2006/ 캔버스에 유채/ 199×161㎝

보테로는 17세기 네덜란드의 꽃 정물화처럼 같은 계절에 피지 않는 다양한 꽃들을 동시에 보여주며,

개개의 꽃들은 실제와 같이 묘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꽃다발은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꽃 연작은 빨강, 노랑, 파랑을 주조로 3연작으로 제작되었는데

이 세 가지 색은 삼원색인 동시에 콜롬비아국기를 구성하는 색상이기도 하다.

 

 

 

고전의 해석(Versions)

1950년대부터 보테로는 마치 르네상스 거장들이 그 이전 회화와 조각을 재응용하듯이

거장들에 대하여 연구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하였다.

다 빈치, 라파엘 등의 르네상스 거장에서부터 고야, 루벤스, 벨라스케스, 뒤샹, 피카소에 이르기까지

많은 거장들의 작품이 보테로식 화면으로 변형되었다.

과거 거장들의 걸작을 연구하고 그 작품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보테로는 관객에게 회화의 역사에 대한 교훈을 알려주고 있다.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와

그의 아내 이사벨라 브란트(Isabella Brant, 1609~1610)  

 

 

 

루벤스와 아내 Rubens and His Wife

2005/ 캔버스에 유채/ 205×173㎝

보테로는 루벤스의 원작을 특유의 양감이 강조된 팽창된 형태의 인물들로 변형시켰다.

거장의 걸작을 차용하여 재창조하는 보테로의 양식은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한 방법이며,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가 아니라 같은 주제의 그림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창출할 수 있는

진정한 독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여준다.

    

 

  

 

 

고야 Francisco Goya(1746~1828)

왕비 마리아 루이사(Maria Luisa of Parma, 1751-1819)

Queen Maria Luisa Wife of King Charles Ⅳ of Spain

 

 

 

 

야를 따라서 After Goya

2006/ 캔버스에 유채/ 205×152㎝

보테로는 고야의 후원자인 오수나 부인을 원작과는 다르게

자신만의 특징인 부풀려진 신체와 짧게 축소된 팔다리, 작고 몰개성적인 이목구비 등으로 바꾸어 그렸다.

감정이 배제된 무심한 표정과 단단하고 충만한 양감으로 표현된 초상은

거장의 작품을 자신만의 양식으로 재창조하는 보테로의 조형적 특징을 드러낸다.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1599~1660)의 마르가리타공주

 

 

 

벨라스케스를 따라서 After Velazquez

2006/ 캔버스에 유채/ 205×176㎝

보테로는 벨라스케스의 작품에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이 작품 역시 벨라스케스의 1666년 작품인 <흰옷의 왕녀 마르가리타>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벨라스케스의 기품 있는 인물과는 다르게

보테로는 마르가리타 공주를 큰 몸집에 유달리 작은 얼굴로서 비정상적인 비례의 인물로 묘사했다.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를 따라서 The Arnolfini after Van Eyck

2006/ 캔버스에 유채/ 205×165㎝

얀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부부>를 변형한 작품이다. 원작과 같은 의상이나 장식품이 묘사되어 있으나 인물의 외형적인 개성은 전혀 다르게 표현되었다.

눈, 코, 입을 지나치게 축소시켜 보테로의 전형적 타입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양감 있는 덩어리로만 인식되도록 몰개성화 시켜 묘사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모나리자

 1977년, 캔버스에 유채, 183×166cm

 

 

 

 

라틴의 삶(Latin Life)

보테로는 자신의 문화적 뿌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그가 살아온 세계로 우리 관심을 유도한다.

라틴문화는 문학, 종교, 역사, 신화,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럽에 뿌리를 두고 있다하더라도

라틴아메리카의 지형, 인종, 역사와 같은 토착적 상황과 맞물려 유럽과는 다른 혼합풍경을 지니게 되었다.

그러므로 ‘라틴의 삶’은 라틴문화의 근원에 대한 보테로의 관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라틴 사람들의 보편적 삶을 다루고 있다.

 

 

 

 

에우로페의 납치 Rape of Europa

1998/ 캔버스에 유채/ 218×184㎝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제우스가 에우로페(Europa)를 납치한 사건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티치아노, 루벤스 등이 같은 주제의 그림을 남기고 있지만 보테로는 거장의 작품을 모방한 것이 아니라,

라틴문학으로서 그리스신화를 읽고 그것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기 때문에

이전 도상과는 전혀 다른 그만의 당당한 에우로페를 창조했다.

 

 

 

 

카드놀이 Card Players

1998/ 캔버스에 유채/ 218×184㎝

보테로는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두 남성과 사물에 양감을 부여하고,

바닥에 담배꽁초를 그려넣어 화면을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게 한다.

또한 카드를 엉덩이 아래 숨기는 우스꽝스러운 풍자를 보여주며,

라틴문화의 대중적 유흥문화 중 하나인 카드놀이를 다루고 있다.

 

 

 

 

바느질 작업장 Sewing Workshop

2000/ 캔버스에 유채/ 205×143㎝

어린 시절 메데인과 보고타 등의 작은 시골마을에 살았던 보테로는

라틴 여성들의 삶에 대한 기억의 단편을 바느질 작업장에서 찾았다.

여기 등장인물들의 인종 구성은 라틴아메리카만의 특유한 혼합문화를 반영하며,

화면의 주조를 이루는 색조는 콜롬비아 국기의 색상으로 작가의 고향과 국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거리 Street

2000/ 캔버스에 유채/ 200×139㎝

보테로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거리를 통해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20세기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다.

화면 중앙의 신사는 정치적 성향을 띤 인물로서 양복차림에 넥타이, 중절모까지 엄격하게 차려입고 있다.

수녀는 종교적 권위주의를, 제복을 입은 채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경찰은 사회적 권위주의를 상징한다.

  

 

 

 

춤추는 사람들 Dancers

2000/ 캔버스에 유채/ 185×122㎝

색색의 조명 아래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담배를 물고 있는 남자가 라틴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라틴댄스는 유럽, 인디오의 문화가 멕시코 이남의 부족한 노동력을 충족하기 위하여

아프리카에서 강제 이주된 흑인노예의 영향을 받아 혼합 현성된 것으로,

보테로는 이러한 라틴댄스를 소재로 다수의 작품을 그려왔다.

  

 

 

바티칸의 욕실 Vatican Bathroom

2006/ 캔버스에 유채/ 147×205㎝

욕조라는 모티브는 보테로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인데,

욕조 안에 있는 인체는 뚱뚱하고 터질 것 같이 표현되었을 뿐만 아니라 길쭉하게 왜곡되어 있다.

욕조 앞에 타월을 들고 서있는 하급성직자는

필요 이상으로 작아져 욕조 안의 인물과 상당한 비례차이를 보여준다.

한 화면 안에서 나타나는 인물들의 위상에 따른 크기 차이를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셀레스티나 Celestina

2006/ 캔버스에 유채/ 177×115㎝

셀레스티나는 스페인소설 <칼리스토와 멜리베아의 희비극>의 등장인물 중의 하나이다.

피카소와 고야는 소설의 비극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셀레스티나라는 작품을 남기고 있는 반면,

보테로는 특유의 희화화된 인물을 통하여 극의 해학적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라틴사람들(Latin People)

보테로는 자신의 삶 속에서 화가가 직접 본 것, 겪은 것과 알고 있는 것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는 자신의 작품에서 관찰자이자 또한 참여자로서 단지 화면에 보이지 않을 뿐 화면 속에 존재하고 있다.

보테로의 작품이 다큐멘터리적이며, 기록적인 경향을 지니고 있음에도 딱딱하게 보이지 않은 이유는

그 자신이 라틴사람으로서 라틴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따뜻한 서정성과 삶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으므로 관객들에게 사회의 부조리에 대하여

직설적인 고발 혹은 폭로보다 더 의미심장하고 설득력 있게 호소하고 있다.

 

 

 

 

자매들 The Sisters

1969-2005/ 캔버스에 유채/ 173×204㎝

이 작품의 인물들은 평범한 가정의 다섯 자매들로

엄격하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듯한 의상을 갖추고 정면을 향해 서 있다.

자매들이 있는 공간의 하늘색 벽과 소녀들의 머리색, 그리고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의상들의 색채가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며 섬세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는 여인 Woman Crying

1998/ 캔버스에 유채/ 39×33㎝

보테로의 인물들이 대부분 감정표현이 생략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작품의 여성은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뿐만 아니라

아래를 향하고 있는 시선과 입모양에서 표출되는 슬픈 감정을 가감없이 분출한다.

특히 섬세한 손의 위치와 떨어지는 눈물은 인물의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장치이다.

 

 

 

 

말을 탄 남자 Man on a Horse

2001/ 캔버스에 유채/ 171×110㎝

말을 타고 있는 남자는 콜롬비아 안데스산맥 지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상인의 모습이다.

지형이 험난한 이 지역에서 말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보테로는 말을 탄 남자의 모습을 통해 어릴적 말을 타고 다니며 행상 일을 하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소풍 Picnic/ 2001

캔버스에 유채/ 113×165㎝

보테로는 풍경을 인물 못지않은 중요한 조형요소로 간주한다.

산, 마을, 숲의 선은 다소 복잡하게 처리된 반면, 인물은 부드러운 양감으로 표현되었다.

남성의 무릎에 누워있는 여성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어

남성과의 심리적인 유대감을 보이지 않고, 냉소적인 표정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침욕실

1971년 / 캔버스에 유채/ 192×113㎝

 

 

 

샤워하는 여인 Woman in the Shower

2005/ 캔버스에 유채/ 200×122㎝

보테로는 ‘목욕하는 여인’이라는 고전적인 주제 자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보테로의 <샤워하는 여인>은

현대여성의 누드가 샤워기가 달린 현대적 욕실 공간에서 재탄생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장면의 여인은 관능적이거나 이상적인 분위기를 표출하지 않고 오히려 일상의 인물로 보인다.

 

 

 

얼굴 Head/ 2006

캔버스에 유채/ 203×170㎝

성별의 구별이 불가능하고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작가의 인물은 의도적인 몰개성을 보여준다.

그림의 인물이 소녀라는 사실도 그녀의 헤어스타일과 머리띠, 복장으로 추측할 뿐이다.

입은 꼭 다문 채 앞을 보고 있어 엄숙한 분위기의 초상화 같으나

옆으로 돌린 눈으로 인해 다소 희극적인 요소를 지닌다.

  

 

 

개를 데리고 있는 남자 Man with Dog

2007/ 캔버스에 유채/ 178×123㎝

이 작품에서 개는 마치 순간포착된 것과 같은 자세로 정면을 향하고 있는데

그 모습이 어색하여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정면을 응시하는 개와 주인은 엄숙한 부동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부동성’의 이미지는

르네상스시대의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작품의 조형적 인물과 건축적 요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투우(Bullfight)

보테로에게 투우는 작품의 영감을 불어넣는 중요한 원천이다.

죽음의 긴장감과 관객의 열정이 담긴 극적인 상황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였고,

그는 투우의 화려한 시작부터 비극적 결과로 끝나는 마지막까지 모든 장면들을 그림으로 옮겼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삶과 죽음을 마주보고 있는 소와 투우사들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죽어가는 소 Dying Bull

1985/ 캔버스에 유채/ 110×160㎝

이 작품은 투우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가 창과 칼을 맞고 쓰러져 가는 모습을 그린 격동적인 작품이다.

보테로는 비록 죽어가더라도 기운이 넘치는 용맹스러운 소의 최후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이 그림은 배경이 과감하게 생략된 채

양감이 강조된 소일지라도 근육의 움직임과 격정적인 동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벨라스케스의 '시녀들=라스 메니나스'에서 화가 자화상 부분

 

 

 

 자화상 Self Portrait

1992/ 캔버스에 유채/ 193×130㎝

보테로는 자화상을 여러 점 남겼는데 이처럼 투우사 복장을 한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투우에 관한 보테로의 추억은

어릴적 그의 삼촌과 함께 메데인에서 열리는 투우경기를 구경했던 추억에서 시작된다.

그의 삼촌은 그의 조카가 유명한 투우사가 되기를 바라서

테로를 열두 살이 되던 해에 투우사양성학교에 입학시키기도 했다.

 

 

 

 

투우 Bullfight

20028/ 캔버스에 유채/ 98×144㎝

이 작품은 투우의 세 단계 중 첫 단계를 담은 작품이다.

이때에는 모든 참가자들이 경기장에 입장하여

배경음악과 함께 퍼레이드 형식으로 관객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경기를 시작함을 알린다.

이 의식은 단순한 경기의 시작이 아니라

관객이 경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투우사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기 위한 순서이다.

 

 

 

 

마타도르 Matador

2006/ 캔버스에 유채/ 180×128㎝

마타도르는 투우의 실질적 주역이다. 그리하여 그의 의상은 특히나 호화스럽다.

이 작품에서 보이듯 ‘빛의 옷’이라고도 불리는 의상은 금실과 은실로 장식된 맞춤복이다.

여기에 검정색 세닐 실 뭉치로 만든 모자인 몬테라를 쓰고,

소를 자극시키는 붉은색 망토인 뮬레타를 들고 있다.

 

 

 

■ 서커스(Circus)

서커스 시리즈는 그림자가 강하게 드러나지 않아 비현실적인 화풍이 두드러지지만

서커스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한 색채와 동세가 펼쳐지면서 장식적인 느낌이 강하다.

동시에 서커스 단원, 광대, 곡예사들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화려한 조명 뒤의 정적과 고독이 표현되기도 한다.

서커스는 삶의 조명 뒤의 정적과 고독이 표현되기도 한다.

서커스는 삶의 고단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웃음, 유흥, 기쁨을 의미한다.

작가는 투우와 서커스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에 대하여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

 

 

 

 

죽마를 탄 광대들 Clowns on Stilts

2007/ 캔버스에 유채/ 186×119㎝

보테로가 서커스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이유는

광대의 원색의상과 재미있게 분장한 모습,

서커스 무대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에 깊이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죽마를 탄 남녀 광대를 주제로 한다.

화면 전체의 주조를 이루는 밝은 빨간색과 노란색은 서커스의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색상이다.

 

 

 

 

서커스단원들 Circus People

2007/ 캔버스에 유채/ 123×181㎝

서커스 막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공연이 없을 때 일상적인 광대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막사는 그들의 공연장, 학교생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단원들은 이 서커스를 통해 공연을 펼치며 다음 세대에게 기술을 전수하기도 한다.

 

 

 

 

서커스 단원들 Circus People

2007/ 캔버스에 유채/ 139×153㎝

보테로는 2000년 이후에 서커스의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서커스 막사는 공연의 화려함과 그 이면의 어두움과 황폐함을 동시에 상징한다.

보테로 역시 단순히 즐겁기만 한 서커스를 연출하는 대신에,

단원들의 생활공간인 막사를 묘사하여 단원들의 일상적인 면을 보여준다.

   

 

 

 

앉아있는 광대 Seated Clown

2008/ 캔버스에 유채/ 135×101㎝

이 작품에서 보테로는 광대의 직업적 특성을 강조하기 위한 극적 장면보다는

무대장막의 뒤에서 홀로 앉아있는 광대를 그렸다.

광대들은 주로 자신의 진짜 표정을 감출 수 있는 분장을 하고 서커스 공연에 등장하는데,

이 광대는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기 전 무표정한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곡예사 Acrobat

2008/ 캔버스에 유채/ 135×100㎝

보테로는 공연 중인 광대의 기이한 모습을 담은 유화와 드로잉을 다수 남겼다.

이 작품에서는 공중제비 타는 곡예사가

관중으로 가득 찬 서커스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공중제비를 타는 곡예사의 위험한 자세는 마치 영구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아니야, 난 뚱보를 그리지 않아”
 신구상주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展 

따뜻한 유머와 해학의 라틴 미학

 

 

벨라스케스를 따라서(After Velazquez), 2006, 캔버스에 유채, 205×176cm 벨라스케스가 세 점의 초상화로 그린 스페인 왕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테레사를 보테로는 큰 몸집에 유달리 작은 얼굴을 한 비정상적인 비례로 표현했다(좌).
춤추는 사람들(Dancers), 2000, 캔버스에 유채, 185×122cm 라틴 댄스와 음악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문화다. 보테로는 라틴 댄스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다(우).

2년 전 서울 덕수궁미술관에 전시됐던 벨라스케스의 ‘흰옷의 왕녀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초상’(1656)을 관람한 사람이라면,

지금 같은 장소에 걸려 있는 페르난도 보테로의 ‘벨라스케스를 따라서’(2006)를 접하고 경악하거나 푸훗 웃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운 금발의 어린 소녀가 곧 터져버릴 듯 육중한 몸매의 뚱녀로 우스꽝스럽게

재해석돼 있으니 말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주최로 9월17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은 살아 있는 거장의 작품 92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페르난도 보테로(77는 사람과 동물을 실제보다 풍만하게 표현한

신구상주의 작품으로 유명한 세계적 작가다.

얼굴(Head), 2006, 캔버스에 유채, 203×170cm매끈하고 편평한 얼굴과 터무니없이 작은 눈, 코, 입. 이 작품처럼 보테로는 몰개성적 인물을 의도적으로 그려왔다.
소풍(Picnic), 2001, 캔버스에 유채, 113×165cm 함께 소풍 나온 남녀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서로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뒤쪽의 풍경은 고산지대에 자리한 콜롬비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4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보테로는 19세 때 연 첫 전시회의 수익금으로 유럽 여행을 다녀온다.

 

그가 현대미술의 메카인 미국 뉴욕에 입성한 것은 1950년대로, 당시 뉴욕에는 잭슨 폴록으로 대표되는 추상표현주의가 만개해 있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과장된 형태감을 강조한 그의 작품은 주목받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그는 1966년 독일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게 된다.

 

콜롬비아 북서부 메데인에서 태어나 스무 살 때까지 고향에서 지낸 보테로는

라틴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화폭에 많이 담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투우, 서커스, 댄스 등 라틴 문화는 물론

연인, 거리 풍경, 공원이나 해변으로 놀러 간 사람들 등

일상의 편린들을 다수 감상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비루한 이들의 일상이 딱딱하기보다

따뜻하고 정답게 전달되는 이유는 과장된 형태감, 독특한 색감에서 전해지는 위트와

 

라틴 세계에 대한 작가의 애정 때문이리라.

 

 

작품 속 인물들의 뚱뚱함이 화제에 오를 때마다 보테로는 “아니야, 난 뚱보들을 그리지 않아”라며 늘 똑같은 대답을 내놓는다고 한다.

서커스 단원들(Circus People), 2007, 캔버스에 유채, 139×153cm

보테로는 2000년 이후 20세기 서민의 유흥거리였던 서커스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에서 그는 서커스 단원들의 생활공간인 막사를 통해

단원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중간).

 

 

자화상(Self Portrait), 1992, 캔버스에 유채, 193×130cm

투우사 복장을 한 보테로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12세 때 삼촌의 권유로 투우사 양성학교에 다니기도 했다(왼쪽).

 

 

뚱뚱함이 아닌, 관능미와 여유를 표현했다는 뜻이다.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이러한 미학 의식이 너도나도 ‘다이어트 열병’에 걸린 채

숨 가쁘게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어떤 파장을 전해줄지 궁금하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주간동아,  2009.07.21 695호(p6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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