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極樂)의 소리가 보이네
극락은 부처님의 거주처이다. 그중 아미타불이 거주하는 서방극락은
무한한 광명이 시방세계를 비추고 깨끗하고 아름다움이 충만한 곳이라고 한다.
그러한 곳에서 아미타불은 이미 십겁(十劫) 이전에 성불하여 지금도 상주하며 중생을 제도한다고 한다.
이러한 아미타불의 서방극락세계의 정의에서 알수 있듯이
아미타불은 무한한 생명을 지닌 무량수불(無量壽佛)이고 무량광불(無量光佛)이라 일컬어진다.
그런데 영원한 생명이 보장되는 아름다운 정토인 그곳에 가려면
지극한 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예경하고 염불(念佛)하면 아미타불이 와서 극락으로 데려간다고 한다.
이쯤되면 누구라도 아미타불을 믿고 염불하지 않을수 없다.
이러한 서방극락과 그곳으로의 왕생사상(往生思想)에 관해 설한 경전은
아미타경(阿彌陀經), 무량수경(無量壽經),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의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이다.
무량수경에서는 극락세계의 아름다운 장엄에 관해 설하고
이곳에 왕생하기 위해서 아미타불을 칭명염불하라고 한다.
경전에서 설한 서방극락세계의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극락의 땅은 금ㆍ은ㆍ유리ㆍ파려ㆍ산호ㆍ마노ㆍ자거의 칠보로 이루어졌으며,
나무 역시 칠보로 이루어졌다.
나뭇가지 사이에는 백천가지로 빛깔이 변화하는 보배로 장식한 영락(瓔珞)을 드리웠고
나무 위에는 7중의 보배그물이 덮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황금모래가 깔리고 칠보로 장식된 극락의 연못과 전각 등
극락세계의 아름다운 모습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극락에서는 늘 아름다운 천상의 음악이 울려퍼지고
하루에 여섯 번씩 천상의 만다라꽃이 비오듯 흩날리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은 이 세상의 모든 음악보다 훌륭하고,
천만가지의 소리는 모두 진리를 설하는 것으로 한량없이 맑고 미묘하고 아늑하여
시방세계의 모든 음악 가운데 가장 으뜸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상을 초월하는 물질적인 아름다움 뿐만아니라 고통이 없고 늘 즐거움만 있는 곳,
즉 정신적인 청정함이 있는 곳이므로 극락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이러한 극락의 아름다운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곳에 가고자 하는 염원과 아미타불 신앙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이 두 가지 바램을 펼쳐보이는 그림이 관무량수경변상도이다.
줄여서 관경변상도라고 하는 이 그림은 정토삼부경중 관무량수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무량수경은
석가모니불이 비극적인 상황에 처한 위데희부인을 위해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방법을 설한 경전이다.
위데희부인에게 그 내용을 설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위데희부인과 남편인 빈비사라왕
그리고 아들인 아사세태자 사이에 일어난 골육상쟁의 비극적인 내용은
서분(序分), 석가모니불이 설한 내용을 본분(本分)이라 한다.
본분(本分)에서는
극락정토의 장엄한 모습과 아미타불을 관찰하는 방법을 13종으로 나누어 단계별로 설하고
나아가 근기가 다른 범부를 위한 관법 3종 더하여 총 16관으로 설한다.
따라서 이들을 그린 그림을 각기 <관경서분변상도>와 <관경본분변상도>라 하고
본분변상은 <관경16관변상도>라고도 일컫는다.(그림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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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경16관변상도>의 상부에는 경전에서 설한대로 서방극락의 아름다운 정경이 묘사되어 있다.
아미타불이 상주하며 설법하고 계시는 전각의 모습과 그 위로 기화요초가 만발하고
아름다운 새들이 노니는 황금의 난간이 둘러진 연못,
칠보가 깔린 땅과 그 위에 솟은 7중의 망과 영락으로 장식된 나무, 공중 가득한 만다라꽃 등은
경전에서 설한 모습에 가깝게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림 3)
그런데 극락의 아름다운 소리는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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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경변상도 상부의 극락을 묘사한 부분 중에서도 가장 윗부분에는
공중에 떠다니는 악기들이 그려져 있다.(그림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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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극락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특히 일본 사이후쿠지소장 관경변상도(그림 1) 상부의 극락정토를 묘사한 장면은 매우 흥미롭다.(그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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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의 가장 상단에는 좌우에서 꽃을 뿌리며 구름에 싸여 날아오는 아름다운 한쌍의 비천(飛天)이 있고,
이들 좌우와 중간에는 비파, 장고, 박, 생, 피리 등의 악기가 공중에 떠있다.
그냥 떠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끈에 묶여있고
그 끈은 구불구불 너울거리고 있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임을 알수 있다.
즉 공중에 떠있는 악기를 묶은 띠가 구불거리는 것은
바로 공중에 소리가 퍼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탁월한 묘사이다.
다시말해 아름다운 악기의 모습을 봄으로 극락의 아름다운 소리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극락정토변상도에는 천인악대(天人樂隊)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도 있으나
이처럼 공중에 악기들이 흩날리는 광경을 묘사함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표현하는 묘법은
정토의 황홀한 장면을 더욱 극대화하는 기발한 착상이 아닐까?
이 장면을 눈으로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귀에는 감미로운 천상의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 박도화, 문화재청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문화재감정관실 감정위원
- 2009-04-20 문화재청 문화재칼럼
<관경16관변상도(觀經 16觀 變相圖)>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관경) – 극락을 통찰하여 본 경전.
아미타 3부경<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 극락을 보기 위한 16가지 관찰법.
부자 사이의 왕권다툼에서 빚어지는 근친살해의 엄청난 비극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불화는
이 비극의 현장과 그 원인과 구제를 설법한 내용을 표현한 것이다.
관경변상도는 두 가지의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관경서품변상도로
관경을 설하게 된 동기를 서품의 포악한 사연, 국왕 내외의 비통한 모습,
그리고 부처님에게 기원하는 왕비와 이에 따라 자비를 베푸는 부처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둘째, 본변상도로
전체의 구도는 관경을 설하는 석가여래와 그 일행을 중간쯤에 비치하고
그 주위로 16관의 극락정토를 각기 배경하며 제일 아래에는 극락의 못을 배치한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관경변상도는 대부분 고려 말기에 그려진 것으로 대표적인 작품은
고려 말기 각선(覺先)이 그린 일본 교토[京都] 다이온 사[大恩寺] 소장의〈관경서분변상도〉(1312),
설충(薛沖)이 그린 교토 지온인[知恩院] 소장의〈관경변상도〉(1323),
후쿠이 현[福井縣] 사이후쿠 사[西福寺] 소장의〈관경변상도〉등을 들 수 있다.
관경변상도(觀經變相圖)
충숙왕 10년(1323) 설충이 그린 일본 교토의 지은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관경변상도(1323년)는
위데휘 왕비와 그 일행을 구제하는 내용을 그린 관경변상의 본변상으로서,
16관 가운데 전체 화면을 상 · 중 · 하 3배관(三輩觀)으로 크게 구분하여
상단의 윗부분은 일상관(日想觀)을,
하단은 붉은 바탕에 가로로 전면에 걸쳐 금니화기(金泥畵記)를 기록하였으며,
화면의 중심부에는 이 그림의 중심을 이루는 3관(觀)이 3단으로 묘사되고 있다.
정토삼부경 중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에 의하여
극락세계의 여러 장면을 16가지로 관상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쉽게 표현한 것이다.
일반적인 도상은 아미타 정토변상과 마찬가지로
아미타삼존 및 성중(聖衆)을 중심으로 극락정토의 경관을 그리고
그 좌우와 아래에 관경서분변상(觀經序分變相)과 16관변상(十六觀變相)을 그렸다.
관경서분변상은 인도 마가다국의 아자세(阿闍世) 태자가 왕위를 찬탈하고자
부왕인 빈비사라(頻毘沙羅)를 유폐시키고 모후 위데희[韋提希]마저 죽이려고 했을 때
이를 구제하기 위해 영축산의 석가가 왕비 앞에 나타나
정토에 대한 교설을 설하게 되었다는 설화를 그린 것이다.
16관변상은 왕비가 극락정토를 관상하기 위한 단계로서 청한 16관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일상관(日想觀) · 수상관(水想觀) · 지상관(地想觀) · 수상관(樹想觀) · 지상관(池想觀) · 총관(總觀) · 좌상관(座想觀) · 상상관(像想觀) · 신관(身觀) · 관음색신관(觀音色身觀) · 세지신상관(勢至身想觀) · 보관상관(普觀想觀) · 잡상관(雜想觀) · 상배생상관(上輩生想觀) · 중배생상관(中輩生想觀) · 하배생상관(下輩生想觀) 등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경변상도는 정토신앙의 유행과 함께 중국에서 시작되어 돈황벽화에도 그 예들이 남아 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唐代에 <관무량수경소(觀無量壽經疏)>의 내용을 그린 것으로
16관상을 13관과 구품왕생으로 전개한 것이 특징이다.
-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마음으로 극락세계 이루네
日 쿄토 지은원 소장 고려시대 관경16관변상도
“…안팎이 투명하게 환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로 된 땅을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그 밑에는 금강과 칠보로 된 황금의 땅이 유리 대지를 팔방으로 받치고 있습니다. 또한 그 황금의 땅은 여덟모로 이루어지고 그 하나하나의 면마다 백 가지 보배로 꾸며져 있습니다. 또 알알이 달린 보배구슬에서 천 가지의 광명 빛나고, 그 한 줄기의 광명마다 8만 4천의 찬란한 빛이 비칩니다. 그 모든 빛이 유리로 된 대지에 비치면 마치 억 천의 태양처럼 빛나고 눈부시어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관무량수경: 유리로 된 땅을 생각하는 관(觀)>
극락의 땅을 묘사한 부분입니다. 천상의 악기에서 저절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 평화롭고도 애틋한 금빛 극락조의 지저귐, 금강석이 가득 깔린 개울에서 흘러나오는 황금빛 물줄기, 허공에 흩날리는 꽃송이, 진주그물 휘장사이로 부는 청정 바람 속의 그윽한 향기, 피어오르는 꽃구름 속의 찬연한 보석 누각…, 비단 극락의 대지뿐만 아니라 극락의 나무ㆍ물ㆍ누각 등 경전을 따라 극락의 정경을 관(觀)하다보면(그림2ㆍ3), 그 상상을 초월한 화려함에 눈이 멀고 귀가 먹을 정도입니다. 아미타불의 극락세계가 묘사되어있는 아미타삼부경(<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을 처음 접한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영어로 번역된 경문을 통해서였습니다. 런던대학 유학 시절 동양학도서관에서 우연히 손에 잡힌 범본(梵本)-영문번역판 <관무량수경>을 접하며 그 성스러운 아름다운 문구에 감동 받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한문번역 경전이 주는 문학적 상상력에 전혀 뒤지지 않는, 원문의 울림이 고스란히 전달되어왔던, 이 영문본이 의아스러울 정도로 신통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유명한 막스 뮬러(Max Müller, 1823-1900 현대 종교학의 대가)의 역서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많은 대승경전들은 색깔 소리 향기 맛 촉감 등의 거짓된 감각의 세계에 전도되지 말라고 역설합니다. 오온(五蘊, 색色ㆍ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 즉 모든 육체적 감각과 감정 및 지적 인식 작용 등 일체가 모두 공(空)하니, 이 현상계에 현혹되지 말라고 경계하고 또 경계합니다. 그런데 여기 묘사된 극락은 시각ㆍ청각ㆍ후각 등 감각의, 그것도 아주 감각의 극치인 천국이 아닌가요?
일본 교토 지은원에는 고려본(1323년, 충숙왕 10년) <관경16관변상도>가 보존되어, 거의 7백년에 달하는 세월을 견디며, 고려인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천국의 모습이 과연 어떠했는지를 우리에게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제1관(일상관)부터 제13관(잡상관)까지는 그림 좌우 측면에 구획을 지어 원 또는 사각 구획에 종렬로 조그맣게 묘사하고, 화면 중심을 구품왕생의 세 구획(상품 중품 하품)으로 크게 나누어 ‘왕생’하는 장면을 강조한 남송(南宋)본 형식이 유행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고려 말에 제작된 이 지은원 소장 ‘관경16관변상도’에는 당시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남송 형식의 관경변상도와는 매우 다른 구도를 보여, 한국적 ‘관경16관변상도’의 정립이라는 점에서 그 기점을 마련하는 작품입니다. 즉 일몰(日沒)관ㆍ수상(水想)관ㆍ지상(地想)관ㆍ수상(樹想)관ㆍ총(摠)관을 작품 가장 위의 천공 공간에 같이 어우러지게 연출하여(그림 3), 마치 아래에 바야흐로 펼쳐질 장엄한 정토 세계의 막을 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줍니다. 그리고 중심에 가장 강조된 것은 아미타불의 모습과 그 광명을 관(觀)한 ‘신관(身觀)’입니다. 왕생장면은 가장 하단에 세 구획으로 나뉘어 그려져 있을 뿐입니다. 이 작품이 그려진 고려 말의 정세는 원의 지나친 간섭으로 자주적 실권을 잃은 상태였고 또 권문세족과 환관이 판을 쳐서, 나라는 토지 잃은 유민들로 넘쳐나는 형세였습니다. 이러한 혼탁한 말세적 경향 속에 아미타신앙이 불붙듯 일어났으리라 추정됩니다.
작품 화기에는 정업원(淨業院) 주지 등의 이름이 명기되어, 이것이 고려말 개경에 위치했던 정업원에서 발원된 귀중한 작품임을 암시해 주고 있습니다. 작품 속 제단 및 왕생 연못 등지에는 실제로 당시 이 작품발원과 관련되었을 법한 고려왕실 여인들 및 비구니의 모습(그림4)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 이 작품처럼 금빛 반짝이는 고급안료의 왕실작품은 아니지만, 같은 해(1323년)에 그려진 유사한 형식의 ‘관경16관변상도’가, 한 점 더 일본 아이치현 인송사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다수의 여성 시주자 이름과 ‘양주여향도(楊洲女香徒)’라는 묵서명의 화기가 작품 하단에 발견되어, 민간층에서도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정토결사’가 고려 말에 유행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즐거움만으로 넘쳐나는 이러한 환상적인 극락세계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생(生)과 사(死)의 고통의 바다를 건너 저 서쪽 어딘가 피안에 있는 것일까요? 이를 찾는 과정에서 앞에서 품었던 감각의 천국이라고만 느꼈던 제 우문(愚問)이 해답을 찾는 듯 듯합니다. 고통 속의 위제희 부인에게 부처님은 말합니다. “아미타부처님은 결코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우리가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눈만 감고 마음만 모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경전 속의 많은 암시와 비유가 그 이전에는 왜 보이지 않았는지요. ‘수행자의 마음의 눈이 열릴 때’, ‘계행의 향기가 몸에 배일 때’, ‘눈을 뜨거나 감거나 한결같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때’에 바로 ‘주변 만물이 하나같이 미묘한 법문을 설하고 있음을 알게 되느니라’라고 설파되어 있습니다. 마음으로 부처님을 이루고 마음으로 극락을 이루고 ‘모든 부처님의 지혜의 바다는 마음에서 생기는 것’. 즉 서방정토와 유심(唯心)정토는 별개가 아니라는 사실! 제게도 극락의 미풍이 한 줄기 불어오길 일심(一心)으로 기원해 봅니다.
- 강소연 홍대겸임교수 - 붓다뉴스 [불화속의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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