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나뭇결을 살린 한국 전통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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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미의식의 표출 목가구
자연 나뭇결을 활용하여 본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크기 또한 작고 아담한 형태로 발전된 목가구는 실내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우리 또한 사랑방가구의 간결하면서도 빈틈없는 디자인과
안방가구의 부드러운 안정감,
부엌가구인 찬장과 찬탁의 건강함,
반닫이의 힘차고 반듯한 점을 사랑하고 있다.
- 자연나뭇결을 활용하여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강조하고 있는 한국 전통가구들
(투각모란문, 투각 십장생문)
전라도 보성, 나주 지방의 장과 농 · 의걸이장 · 연상 등은
은행나무 판재에 꽃과 새, 십장생 등을 정교하게 양각하여 지방적인 특성을 살렸고,
돌아가신 조상을 위한 제례용구인 감실과 교의에 정성을 다한 고도의 조각기법이 표현된 것도 있다.
- 자연나뭇결을 활용하여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강조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가구, 교의
이를 통해 당시에 높은 조각기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 목리를 선호하여
가능한 한 인공적인 면을 줄이고 자연과 순수의 미를 추구하는 한국적인 미의식이 표출되었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우리만의 독특한 목가구가 발전하게 된 배경으로
기후와 지형적 특성, 주택 구조의 특성, 실내 공간 성격의 특성을 들 수 있다.
기후와 지형에 따른 특성
기후에 따라 수축팽창하는 나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홈에 끼우는 촉짜임기법 (문판의 촉짜임)
통영장 문판 |
나무는 습하고 더운 여름철에는 잘 자라고
춥고 건조한 겨울에는 덜 자라므로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은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선이 또렷한 나이테 즉 아름다운 자연 무결이 생성된다.
이러한 목리는 아름다운 판재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기후에 따라 수축팽창이 심하게 되어 넓은 판재는 비틀리거나 터지기 쉽다.
따라서 무늬가 좋은 느티나무 · 물푸레나무 · 먹감나무 판재는 2~3mm 가량 되게 얇게 켜서 수축팽창이 별로 없는 오동나무나 소나무 판재에 결을 엇갈려 붙인 후 골재에 끼웠는데 이때 풀을 사용하지 않고 홈에 끼우는 촉짜임기법을 활용해 홈 안에서 이 변화를 감당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얇게 켜서 사용하므로 동일한 무결을 여러 장 얻을 수 있으므로
가구 전면의 문판과 앞판에 좌우 대칭으로 배치하여 더욱 안정감을 주고, 문갑의 전면에는 8개의 비슷한 무늬를 사용할 수 있어 단아한 멋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러한 부판 제작기법은 목재가 수축팽창 되는 결점을 막을 뿐 아니라 작은 크기의 판재로도 아름다운 목리를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또 얇은 판재로도 골재에 의지하여 힘을 받기에 충분하므로
가구의 하중을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사계절이 분명하고 기온의 차이가 심한 환경에서는
목가구의 짜임과 이음에 대한 구조적인 복안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비교적 넓은 판재로 구성된 장과 농의 전면(前面)은
쇠목이나 동자 등의 골재로 분할하고
머름칸이나 쥐벽칸, 복판 등의 좁은 면들로 재구성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면분할(面分割)은 서랍이나 여닫이문 그리고 수장 공간을 고려하고
또 전체 힘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 계획적인 디자인 시도가 필요하였다.
조선조 가구의 선과 면의 배분은 한국적인 독특한 비례 감각으로 발달하였는데
가구에서뿐만 아니라 실내 공간에도 적용되어
어떠한 공간이나 주택 양식에도 잘 어울리는 미적 감각으로 발전하여 오늘날까지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삼층탁자/ 양각 장생문(죽제지통)/
한국적인 독특한 비례 감각을 잘 보여주고 있는 전통가구 삼층장
남북으로 길게 뻗은 국토는 산지가 많고 주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수종들이 자라게 되므로
그 종류별로 판재의 무결과 재질이 독특한 개성을 보이므로
제작 용도에 맞는 목재를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이테가 있는 나무는 켜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무결이 나타나는데,
장과 농 · 문갑 전면의 복판이나 쥐벽칸 · 반닫이 · 돈궤 · 뒤주의 두꺼운 판재에서는
자연적인 아름다운 무결로 장식 효과를 대신하고,
기둥이나 쇠목 · 문변자와 같이 힘을 받는 골재에는 단단한 목재의 곧은결이 사용된다.
- 간결하고 검소함을 추구했던 문방사우(필통, 함) - 자연의 나뭇결을 강조해 만든 반닫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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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의 성격과 용도
소나무
한옥의 기둥에서부터 실내 가구에 이르기까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수종으로
수축팽창의 변화가 별로 없으며 우리나라 전역에 산재되어 있다.
나뭇결이 고우며 기름칠을 하지 않고 걸레질만 해도 윤기가 난다.
나뭇결이 시각은 물론 촉감으로도 부드럽고 안정되어 보이므로
서안, 연상, 서류함 등 문방가구에 애용되었다.
또 가구의 기둥과 쇠목, 동자 등 골재와 장과 농의 양측과 뒷면 판재로서도 폭넓게 사용되었다.
습기에 강하고 단단하여 찬장과 찬탁, 뒤주, 소반 등 부엌가구에도 사용되었다.
오동나무
종이나 의복 등 습기에 약한 물품들을 보관하는 데는 오동나무가 제격인데
이는 특수 섬유질로 인해 건습 조절이 용이하고 판재를 얇게 켜도 터지지 않고 가볍기 때문이다.
판재의 색이 희고 표면이 무른 점이 흠인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깥 면에 사용할 때는 표면을 뜨거운 인두로 골고루 지져서 태운 후
볏짚으로 문질러 부드러운 섬유질은 털어내고 단단한 무결을 남게 하는 낙동법(烙桐法)을 사용한다.
이때 판재의 검게 탄 색감이 인위적으로 채색된 것보다
자연스럽고 검소하고 광택이 없어 검소한 분위기를 추구하는 사랑방 용품 재료로서 적합하다.
- 판재의 검게 탄 색감이 검소한 분위기를 자아내
문방가구에 주로 이용되고 있는 낙동법으로 만든 서안
넓은 판재로는 장 · 농 · 함 · 거문고 등을 만들며,
좋은 무결의 판재는 사랑방 용품인 책장 · 서류함 · 서안 · 문갑의 복판재
· 필통 · 지통 · 연상 · 상자 · 함 · 고비 등의 문방가구에 이용된다.
느티나무
나뭇결이 그림을 그린 듯 아름다우면서도 분명하고 강한 느낌도 주어 남성과 여성용품에 널리 사용된다.
반닫이와 돈궤 등에서 두꺼운 판재로 사용할 때는 사개물림으로 견고하게 짜 맞추는데
단단하고 묵직한 형태와 아름다운 선회나뭇결이 한결 아름답고 어울린다.
옹이나 밑동 근처의 용이 뒤엉킨 형상을 보이는 용목(龍木)은
목공 소품의 판재 부분이나 미장 재료로 널리 활용된다.
먹감나무
단단한 감나무에 자연적인 검은 먹이 들어 있는 먹감나무는 추상적인 독특한 무늬를 보여준다.
이 나무는 궤처럼 넓고 두꺼운 판재를 사괘물림 하여 사용할 때는 무리가 없으나
얇게 사용하면 쉽게 비틀어지거나 터지기 때문에
변화가 별로 없는 소나무나 오동나무 판재를 뒷면에 엇갈려 붙여 부판으로 제작한 후 사용한다.
검은 자연스런 목리가 다른 목재에 비하여 검소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어
사랑방의 문갑 · 탁자 · 머릿장 · 연상 · 필통 · 망건통 등 문방가구에 사용되었고,
장식적이면서도 안정된 느낌으로 안방의 문갑 · 장과 농 · 좌경 · 빗접 등 여성용품에도 애용되었다.
- 아름다운 목리를 이용하여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살린 이층농
주택 구조에 따른 특성
가옥의 형태는 주변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고 또한 조화를 이루며 발전하게 되고
실내 가구는 가옥 구조에 맞춰 제작되고 사용된다.
한옥은 바닥에서 열을 가하는 온돌 형식으로,
방고래를 여러 갈래로 만든 다음 그 위에 두꺼운 판석으로 구들을 놓고
진흙으로 메운 후 장판을 발라 방바닥에서 생활한다.
겨울철에는 두꺼운 판석이 열을 오랫동안 보존하므로 난방 효과가 높고,
여름철에는 찬 돌의 냉기가 전달되어 시원하므로 자연친화적 환경이다.
천장이 높으면 겨울에는 윗바람이 세어 일상생활을 하기에 방바닥의 열기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천장을 낮게 하고 방의 폭을 좁혀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이 되도록 건축했다.
실내에 놓이는 가구들은 천장의 높이와 앉은키에 맞춰 낮게 제작되었다.
좁은 공간과 앉은키에서 사용하기 편리하고 시각적으로도 어울리는 가구는
복잡하고 큰 것보다는 아담하면서도 간결하며 정리된 선과 면들로 짜인 형태가 바람직하다.
화려한 조각이나 칠이 된 가구들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두고 봐야 하므로
비교적 좁은 한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
방의 좁은 폭을 고려하여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위한 서안(書案)과 연상(硯床)은 앉는 이 앞에 놓았으나
그 외의 작고 낮은 가구들은 벽 쪽에 붙여 배치하고 있다.
목공 소품 또한 이에 어울리도록 기능적이며 작고 아담한 것들이 제작되었다.
가구에 낮은 다리를 달아 방바닥 열기가 위로 통풍되게 만들고,
앉은키에서 뚫린 밑 부분이 적게 보이도록 풍혈(風穴)을 달아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었다.
문지방 위에 큰 창호를 달아 앉아서 뒷마당을 내다볼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이곳에 키가 낮은 문갑을 놓아 제한된 높이를 활용하였다.
실내 공간 성격에 따른 특성
남성들의 사랑채는 선비들이 인격을 수행하고 학문을 닦는 정신적인 면이 강조된
검소하고 안정된 공간 구성이 필연적이며,
안채는 가정생활의 중심 공간으로 가정의 화목을 도모하는 곳이어서
여성의 취향을 살려 화사하고 밝은 분위기로 꾸며진다.
남녀 공간이 분명히 나뉘어져 있었으므로 두 공간에서 사용되는 가구들은
형태와 용도에 따라 형식, 구조, 재질, 무결, 비례, 색채 등에서
조형 양식이 서로 독특하게 발전되어 왔는데 이는 한국 목가구의 또 다른 커다란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사랑방의 내부 공간은
집안의 전통을 중시하는 사회의 객관적 규범과 주인의 인격, 덕망, 학식, 안목, 취향에 따라
특성 있는 실내 공간으로 꾸며졌다.
일반적으로 선비들의 생활공간은 사랑, 공부하는 서재는 문방(文房)이라 부른다.
이곳은 문방생활에 꼭 필요하고 지적 사고에 방해가 되지 않는 간결하고 검소한 기물들로 꾸며지는데
문방사우 즉 종이 · 붓 · 먹 · 벼루를 중심으로 문방제구와 생활에 필요한 가구들이 놓여진다.
홍만선(洪萬選, 1643~1715)이 지은「산림경제(山林經濟)」에는
“방 안에는 서화를 한 축 정도 걸고, 크지 않은 소경(小景)이나 화조(花鳥)가 알맞다.
색이 있는 진채(眞彩)는 단묵(單墨)만 못하다”했으니 한 폭의 묵화가 선비의 격조에 어울린다는 말이다.
또 “서가에 잡서(雜書)를 꽂아두지 말며 책을 높게 쌓아올려도 속기(俗氣)가 난다”,
“책상이나 연상에는 운각(雲脚)을 새기지 말며, 금구(金具)장식과 주황 칠은 피하고
무늬목으로 고담하게 하라”했다.
- 지적 사고에 방해가 되지 않는 간결하고 검소한 형태의 삼층책장
이렇듯 화려한 조각이나 칠 그리고 금속장석은 현란하여 안정된 분위기를 얻을 수 없으니
자연적인 무늬목으로 고결함을 취하라는 뜻이다.
또 사랑방의 중요 가구로는 탁자와 더불어 책장이 있다.
책장은 책의 무게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굵은 골재(骨材)와 견고한 짜임이 중요시 되었으며
습기나 벌레로부터 책을 보관하기 위해 주로 오동나무 판재를 사용하였다.
낙동기법을 살려 묵직하면서도 검소한 분위기가 선비의 기품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안방은 식구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먹고 집안 살림살이의 모든 일들이 행해지므로
온화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중요시된다.
또 여성들은 남녀유별 등의 사회규범에 얽매여 외부와 단절되고 제한된 삶을 살게 되므로
이 공간은 자연 세계를 접하고 사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여성 취향이 반영되어졌다.
또한 식구들의 사계절 의복 · 옷감 · 이불과 홑이불 등이 만들어지고
보관 · 관리되는 장소로 넓은 공간이 요구되었다.
안방의 기물들은 대개 의복을 넣어두는 장과 농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사물을 깊이 보관할 수 있는 머릿장 · 문갑,
몸의 단장을 위한 좌경 · 빗접 · 빗,
바느질을 위한 반짇고리 · 자 · 실패 등이 있다.
느티나무 · 먹감나무 · 물푸레나무 · 단풍나무 등 아름다운 목리를 이용하여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살린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 목가구들은
깨끗한 한지가 발린 실내에서 두드러지지 않고 순수한 멋을 내포한 채 정적인 공간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한 한옥 대청의 믿음직한 굵은 대들보와 서까래, 대청마루는
안정되고 부드러운 소나무 재질의 자연 목리와 함께 일상 속에서 조화를 이루었다.
현대인의 의식 변화에 따라 가구가 풍기는 매끄럽고 현란한 색채와 강인한 인상은
지난날의 소박하고 따스한 목가구의 느낌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자연에 순응하며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던 조상들의 지혜로운 삶과 함께,
전통 목가구의 미를 재발견하여 이를 현대 생활에 적응하고 응용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 박영규 용인대학교 교수
- 월간문화재사랑, 20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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