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이블 매너의 시작은 동석한 상대나 주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테이블모습.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의 테이블 모습.
직장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김동진(38) 씨는 업무상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고, 바이어들과의 식사 기회도 잦은 편이다.
김씨는 며칠 전 한국에 온 바이어와 식사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고급 레스토랑을 찾았다. 한창 식사를 하는데 종업원들이 계속 접시를 가져가려고 해
김씨는 “왜 접시를 가져가려고 하느냐?
아직 음식을 다 먹지 않았는데 주위를 맴도니 신경 쓰인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하지만 “미스터 김(Mr. Kim)이
포크와 나이프를 한쪽에 가지런히 놓아뒀기 때문이다.
그것은 식사를 마쳤다는 의미다”라는 바이어의 설명을 듣고
김씨는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김씨의 사례는 한국인들이 식사 중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글로벌 비즈니스의 확대로 외국인과의 식사 자리가 많아지는 것에 비례해
각 나라별 테이블 매너에 대한 스트레스도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테이블 매너를 익히려 해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만 해도 수십 종인 데다,
거기에 소개된 매너만 수십여 가지가 넘는다.
이를 다 지키려다 보면 밥 먹는 일이 즐겁지 않고 오히려 고통스러울 정도다.
전문가들은 가장 기본적인 예절만 지키면
테이블 매너라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랜드하얏트서울 레스토랑 ‘파리스 그릴’ 한종헌 지배인,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 성은영 사원,
롯데호텔 일식당 ‘모모야마’ 이은영 캡틴,
인도요리 레스토랑 ‘Ganga’ 기호성 총괄주방장의 도움말로
한국인들이 식사 테이블에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와
이것만은 꼭 지켰으면 하는 기본적인 테이블 매너에 대해 알아봤다.
프랑스식 테이블 매너
1. 적당한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메뉴에 대해 공부한다
양식 레스토랑의 경우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예약한 지 오래됐다면 하루 전날 예약 상황을 재확인한다.
초대한 사람의 식성, 모임의 목적 등을 고려해 적당한 레스토랑을 예약한다.
그 레스토랑에서 어떤 음식이 유명하고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사전공부도 필수!
2. 주문한 뒤 자리를 바꾸지 않는다
직원들은 손님의 주문을 받은 순서대로 주문서를 주방에 넣는다.
그리고 요리가 나오면 주문서에 따라 요리를 놔두는데
손님이 자리를 바꾸는 경우 음식 배치가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3. 핸드백을 들고 다니지 말고 의자 뒤에 놓아둔다
큰 가방을 들고 온 경우에는 입구에 맡긴다.
여성의 경우 핸드백은 의자 뒤에 놓고, 주먹 하나가 들어갈 여유만큼 떨어져 않는다. 뷔페식 음식을 먹을 때 핸드백을 들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는데
직원들이 지키고 있으므로 의자에 놓아둬도 안심하길.
4. 포크와 나이프는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사용한다
풀코스에는 포크와 나이프가 세 쌍 이상 놓이는 경우가 많다.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사용하며,
가장 안쪽에 있는 것이 주요리를 먹을 때 쓰는 포크와 나이프다.
식사를 마쳤을 때는 포크와 나이프를 5시 방향으로 나란히 놓는다.
식사 중이라면 포크와 나이프를 팔(八)자 모양으로 놓는다.
|
양식의 경우 식사 중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팔(八)자 모양(오른쪽 사진)으로 놓는다. 식사가 끝난 뒤에는 포크와 나이프를 5시 방향(왼쪽 사진)으로 가지런히놓는다.
5. 빵은 손으로 뜯어서, 생선요리는 뒤집어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기독교 문화인 서양에서 빵은 예수의 성체를 상징하기 때문에
나이프로 자르지 않고 손으로 뜯어 먹는다.
둥근 테이블에서 어떤 빵과 물을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면
‘좌(左)빵 우(右)물’이라는 말을 생각한다.
생선요리를 먹을 때는 한쪽을 다 먹은 다음 가시를 발라내고 다른 쪽을 먹도록 한다. 생선요리용 포크가 일반 포크에 비해 넓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6. 실수로 떨어뜨린 포크나 나이프는 직접 줍지 않는다
음식을 먹다가 포크나 나이프를 바닥에 떨어뜨렸을 때는
직접 줍지 않고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직원을 부를 때는 살며시 손을 들거나 직원과 눈을 맞춰 조용히 부른다.
다른 행동으로 손님과의 대화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중식 테이블 매너
1. 출입구에서 가장 먼 자리가 상석이다
원탁에서는 출입구에서 가장 먼 자리가 상석이다.
하지만 큰 창문이 있는 고층건물에 자리잡은 중식당의 경우에는
주변 경치를 볼 수 있는 입구 쪽 자리가 상석으로 권해지기도 한다.
2. 턴테이블은 주빈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으로 돌리며 차례대로 먹는다
턴테이블에 요리가 나올 경우 주빈(主賓)이 먼저 먹도록 한다.
주빈이 먹고 나면 시계 방향으로 돌린다.
자기 차례가 왔을 때 옆사람이 손위라는 이유로 양보하지 말고
먼저 음식을 던 뒤 턴테이블을 돌린다.
3. 음식을 덜되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서 먹지 않는다
중국요리는 대부분 작은 접시를 큰 접시에 가까이 대고 덜어서 먹는다.
이때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 먹어
다른 사람들에게 음식이 돌아가지 않는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음식은 남지 않도록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덜어서 먹는다.
일식 테이블 매너
1. 입구에서 직원의 안내를 받고 들어간다
레스토랑 입구에서 ‘좋은 자리가 있느냐’며 먼저 들어가지 않는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가는데,
이때 여성을 앞세우고 에스코트하는 것이 남성의 매너.
2. 호의를 베푼다고 상대방 요리의 뚜껑을 열어서는 안 된다
흔히 일식을 눈으로 먹는 요리라고 말한다.
일식에는 뚜껑이 덮인 채 나오는 요리들이 꽤 있는데,
먹는 사람이 직접 그 뚜껑을 열어 요리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식에서는 한식과 달리
젓가락이 세로가 아닌 가로로 놓인다는 점에도 유의한다.
3. 초밥은 손으로 먹고 밥이 아닌 생선 부분에 간장을 찍는다
젓가락을 이용해 초밥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원칙적으로는 손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초밥은 밥 부분이 아닌 생선 부분에 간장을 찍는다.
이는 밥에 간장이 스며들어 밥알이 부서지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초밥을 먹고 난 뒤 유비후끼(작은 물수건)에 손끝을 닦으면 된다. |
인도식 테이블 매너
1. 생소한 메뉴는 메뉴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읽고 주문한다
인도 요리의 경우 처음 보는 메뉴가 많다.
이름만 대충 보고 주문했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다.
보통 메뉴판에는 요리 이름 아래 요리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설명을 꼼꼼히 읽어 메뉴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뒤 주문하는 것이 기본!
2. 맨손으로 요리를 먹을 때는 오른손을 사용한다
왼손은 화장실에서 사용하는 손이므로 식사를 할 때는 오른손을 사용하도록 한다.
그리고 인도인 중에는 채식주의자가 많기 때문에
주문하기에 앞서 채식주의 여부를 확인한다. 특히 쇠고기 요리를 주문해선 안 된다.
3. 식사 중 술을 권하지 않는다
인도는 종교적, 문화적으로 술을 권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지 않다.
최근에는 비즈니스를 위해 와인과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일반적으로는 식사 중 술을 권하지 않는다.
술을 꼭 권해야 할 때는 디저트까지 먹고 난 뒤 권하는 것이 좋다.
다양한 나라만큼 다양한 테이블 매너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양식에 비해 중식과 일식은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는 자세다.
이에 일부 사람들은 “밥만 맛있게 먹으면 됐지, 굳이 일일이 따져가며 불편하게
먹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린다.
하지만 테이블 매너를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에 따라
사람이 다르게 평가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곱씹어볼 만하다.
“지성과 교양을 갖췄다는 분들도 테이블 매너를 지키지 못해 그 빛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이블 매너는 지성과 교양을 돋보이게 하는 소금과 같은 것이죠.
테이블 매너는 상대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라고 봐야 합니다.”
(서대원 광운대 석좌교수·전 유엔 차석대사)
비즈니스 와인 매너
술 따를 때 잔 드는 것 금물 … 맛과 향 음미 천천히 마셔야
|
|
매너가 중시되는 비즈니스 사회에서는 최소한 와인에 관한 기본 예절을 알아야 상대방에 대한 결례를 피할 수 있다. 회사원 윤성기(27) 씨는 얼마 전
술자리에서 곤란한 일을 겪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고 싶었던 직장 상사와 와인을 마시는데 상사가 와인을 따라줄 때마다 잔을 두 손으로 들어올려 받았던 것.
윤씨는 상사에게 “와인을 받을 때는 잔을 들어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야 했다.
이씨처럼 술을 마시는 일이 잦은 직장인에게
‘와인을 제대로 마시는 방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잘 알고 바르게 마시는 와인은 어떤 비즈니스보다도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웨스틴조선 김혜령 소믈리에의 도움으로
와인을 마실 때의 기본 매너에 대해 알아봤다.
1. 와인을 따를 때 잔을 들어서 받지 않는다 손윗사람이 와인을 따라줄 때도
잔을 들지 말고 상대방이 와인을 다 따를 때까지 기다린다.
간단한 말과 목례로 감사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종업원이 와인을 따라줄 때는
고마움의 표시로 베이스를 검지로 두세 번 톡톡 가볍게 친다.
와인은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잔의 볼 부분이 아닌 스템이나 베이스를 잡아야 한다.
2. 원샷은 금물,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신다 소주나 맥주처럼 원샷으로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와인은 잔에 두 모금 정도 남았을 때 채우는데,
이때 잔의 볼록한 부분 아래까지 따르는 것이 좋으며
최대 2분의 1을 넘지 않도록 한다.
3. 스월링은 서너 번만 가볍게 스월링(swirling)은
병에 갇혀 있던 와인이 공기와 골고루 닿을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다.
와인을 마시는 동안 습관적으로 스월링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마치 다리를 떠는 행위와 같다.
처음 잔을 따를 때 서너 번 가볍게 돌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4. 볼이 넓은 잔은 레드와인잔으로 테이블 안쪽에 있다 레스토랑 테이블에는 보통 3개의 잔이 놓여 있다.
나오는 음식 순서에 맞춰
바깥쪽부터 안쪽으로 물잔, 화이트와인잔, 레드와인잔 순으로 놓인다.
화이트와인잔은 차가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볼이 좁은 편이고,
레드와인잔이 가장 크고 볼이 넓다. 다른 잔보다 길이가 짧은 것은 물잔이다.
5. 와인에 대해 잘 모를 때는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는다 주문할 때 와인은 호스트, 요리는 게스트가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른다면 소믈리에의 도움을 받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때 그 레스토랑만의 하우스(house) 와인을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