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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보면 더 재미있는 미술] 6. 미술작품 속 특이한 인체들

Gijuzzang Dream 2007. 11. 22. 11:28

  

[과학으로 보면 더 재미있는 미술]

 

 

 

 

  미술 작품 속 특이한 인체들  

 

 


 Zygotic acceleration, biogenetic, de-sublimated libidnal model (enlarged×1000)

제이크, 디노스 채프먼 형제(Jake and Dinos Chapman)의

‘접합을 일으키는 생물유전학적 특이한 생명력의 모델’

유전자 이상으로 몸의 일부가 서로 붙은 아이들을 극단적으로 표현하여

첨단과학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미술작품 하면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국의 제이크와 디노스 채프먼 형제(Jake & Dinos Chapman)의 작품을 보면

이런 상상이 무너진다. 성적 구분이 없는 기괴하고 뒤틀린 모습의 인형들로 

모든 것을 상업화하는 자본주의와  현재의 인류문명을 비판하고 있다.

 

미술작품 가운데 의외로 평범하지 않은 인체를 표현한 것이 적지 않다.

작가는 과연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의학자와 임상미술치료학자가 그 의도를 과학의 눈으로 분석해 봤다.》

 

 

○ 과학의 위험이나 시대상을 반영

 

채프먼 형제의 작품 ‘생물유전학적 생명력의 모델’ 에서

10명 남짓의 아이들은 몸의 일부가 서로 붙어 있다.

심지어 머리가 몸 아래에 붙어 물구나무를 선 아이도 있다.

포천중문의대 전세일 교수가 단적으로 표현했다.

 

“이렇게 많은 아이가 한꺼번에 붙어 태어난 경우는 없죠.

만에 하나 태어나더라도 이만큼 성장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요.”

 

신체 기형은 대부분 수정란이 태아로 자라는 동안 결정된다.

부모의 염색체(유전자를 담고 있는 세포 속 구조물)가 반씩 갈라져 합쳐지는 과정에서

유전자의 어딘가에 결함이 생기는 것.

 

“과학자들은 심한 공해나 전자파, 방사능 등이

한 지역에서 동시에 선천적인 기형을 일으킨다고 짐작하고 있어요.

채프먼 형제는 첨단과학의 극단적인 측면을 보여 줌으로써

현대인에게 기술 발달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시각적인 요소로 관람객의 관심을 유도하는 이 같은 방식을

미술에서는 ‘드러내기 기법’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 관장은 이어

17세기 스페인 화가 디에고 로드리게스 데 실바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이란 작품을 소개했다.

가운데 어린 공주(마르가레타 테레사)를 제외하면 오른쪽 두 사람은 유독 키가 작다.

 

   

  디에고 로드리게스 데 실바 벨라스케스 - ‘시녀들’

 

 

“당시 스페인 왕가는 특이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의 능력을 활용하는 데 앞장섰어요.

궁으로 데려와 일을 시키거나 궁 밖의 민심을 전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맡겼죠.

벨라스케스 같은 궁정화가들은 이런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을 여럿 남겼습니다.”

궁정의 ‘정책홍보’를 그림으로 표현한 셈이다.

 

 

○ 감정이입으로 미술치료에 활용

 

이들 작품을 보고 차병원 김선현 교수는 조금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당사자나 부모라면 채프먼 형제의 작품을 보고

현대과학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보다는 먼저 감정이입이 되겠죠.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우리 아이는 저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이에요.

이런 감정이입 과정에서 고통으로부터 일부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 치료 효과도 있죠.”

 

심리 분야에서 사용되는 미술치료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특정 미술작품을 보고 나타내는 반응은 자라온 환경이나 몸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는 그 사람의 심리 상태나 신체 증상 등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된다.

같은 병이나 증상을 가진 환자는 비슷한 그림을 선호하거나 그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계속 살이 찌는 아이가 있었어요.

이 아이는 매일같이 늘씬한 바비인형만 그렸어요. 자신의 소망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죠.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다리를 쓸 수 없는 아동이 사람을 그릴 때 유독 다리를 강조하기도 하죠.

견디기 힘든 상황을 반대로 표현하거나 아예 강조하면서

열등감을 극복하고 통증을 이겨내려는 겁니다.”

 

 

 


이 자리에는 재활의학 전문의인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

임상미술치료학자인 김선현 차병원 교수,

미술전시기획자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이 참여했다. 

 

-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 2007. 12. 28  ⓒ 동아일보 & 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