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덤 앞에서 울지마세요
나는 거기에 없습니다.
나는 잠들지 않습니다
나는 천의 바람, 천의 숨결로 흩날립니다.
나는 눈위에 반짝이는 다이아몬드입니다
나는 무르익은 곡식 비추는 햇빛이며
나는 부드러운 가을비입니다
당신이 아침 소리에 깨어날 때
나는 하늘을 고요히 맴돌고 있습니다
나는 밤하늘에 비치는 따스한 별입니다.
내 무덤에서 울지 마세요
나는 거기 없습니다.
나는 죽지 않습니다
(작자 미상)
이 詩 ‘천 개의 바람이 되어’는
떠나간 사람을 추억하고 남겨진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생과 죽음의 시’로서 사랑받는다.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보내는 특별한 편지이다.
대지를 떠도는 한 줄기 바람처럼 이제는 무한 자유 속에 유영하는 영혼이
천국에서 보내온 메시지와 같은 시인 것이다.
‘쉴 마당도 휴식처도 없는, 어떤 대책도 지니지 않은 바람
지푸라기 인간인 우리를 버리면서
우리가 밟아 온 세월에 쌓인 연륜에 갇혀 있는 인간을 버리면서
… 이 세상의 모든 발자취를 더듬어 불어대는 너무도 드센 바람.’
영화감독 하워드 혹스의 장례식에서 존 웨인이 낭독하였고,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25주기에서,
또 우주비행선 챌린저호에서 사망한 다섯 비행사들의 추도식에서
이 詩는 낭독되었다.
그리고 미국 9.11 테러의 1주기에서 아버지를 잃은 11살의 소녀가
이 詩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암송하여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하였다.
그 후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픈 자리에는 이 원작지 미상의 시 ‘천 개의 바람이 되어’가 함께 했다.
그러나 널리 사랑받고 유명한 詩인데도 누가, 언제 썼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별, 햇살, 바람 등 詩 전반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이미지를 근거로
아메리카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승된 것을 누군가가 영어로 번역했다든가,
1932년 메리 프라이라는 여성의 작품이란 설 등이 있었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의 시가 유명해진 것은 영국 청년 스테판 때문이었다.
1989년 24살의 영국군 병사 스테판 커밍스는 IRA(아일랜드 공화국군)의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스테판은 생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열어보세요." 라며 한 통의 편지를 남겨두었다고 한다.
사후 개봉된 편지에는 이 詩가 들어있었다.
장례식 날. 아버지는 아들이 남긴 편지와 이 詩를 낭독했고
이 장면은 영국 BBC에서 방영되어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의 복사본을 구하고자 하였고,
이 詩 ‘천 개의 바람이 되어’는 지난 60년간의 방송에서 가장 많은 리퀘스트를 받은 英詩가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순식간에 영국 전역과 영어권 나라에 퍼지게 되었다.
그 당시 한 언론에서는 “폭풍우처럼 온 나라를 휩쓴 시”라고 게재했을 정도였다.
-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신현림 / 글로세움 / 2005년 96p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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