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문화유산 38 ] 한국 전통 주거양식의 과도기적 특성
◆ 김제 종신리 황병주 가옥 ◆ |
삼국시대에 축조된 우리나라 최초의 저수지인 ‘벽골제’는 쌀농사와 관련된 김제시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고대의 문화유산이다.
쌀농사와 관련된 김제의 근대 문화유산으로서는 등록문화재 61호로 등록된 김제농업기반공사 동진지부 죽산지소와 220호인 김제 종신리 황병주 가옥이 있다. 두 개의 근대문화유산 모두 일제강점기 쌀 수탈을 위해 전라북도에 만들어졌던 일본인 농장과 관련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김제농업기반공사 동진지부 죽산지소는 일제강점기 동안 전라북도에서 농장을 경영하였던 일본인 대지주 중 하나인 하시모토(橋本)의 농장 사무실로 지어졌다. 그리고 황병주 가옥은 그 소유자인 황병주의 증언에 따르면 김제에 있었던 또 다른 일본인 농장인 이시카와(石川) 농장에 지어진 주택이었다고 한다. 기둥의 두께는 약 130㎜ 140㎜ 정도로 전통 한옥의 목구조에 비하여 가는 기둥을 사용하였다. 기둥 위에는 장여가 없이 보와 창방이 직접 결구되는 민도리 구조를 하고 있다. 건물의 외벽은 시멘트 모르타르로 마감되었고 그 위에 페인트를 칠하여 전통 한옥의 수법과는 구별된다. 지붕은 홑처마 팔작지붕으로 시멘트 기와를 올렸다. 1층은 정면 5칸 반×측면 4칸이며, 2층은 정면 5칸×측면 3칸으로 구성되어 건물의 형태는 완전한 사각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전체적인 내부 공간 구성을 보면 현관과 거실, 부엌을 중심축으로 하여 좌우측에 방을 두었고 좌측 뒤편으로 넓은 창고를 배치하였다. 거실의 뒤쪽 벽에 설치된 목조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연결된다. 2층은 넓은 수장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공간은 거실과 부엌의 상부공간이다.
이러한 이유로 황병주 가옥이 일본인 농장과 관련되었다는 증언에 대해서는 다소의 의문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입면과 평면의 구성에서는 전통 한옥과는 구별되는 점이 발견된다. 입면의 구성은 한옥과 일식가옥의 수법이 절충된 형태라고 볼 수 있고 평면의 구성은 일본 등 외래 건축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황병주 가옥은 한국의 전통적인 주거 양식이 한국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도기적인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목구조의 기법이 사용된 2층 주택이라는 점에서 그 희소성이 있다. 외관에서는 창문이 알루미늄 샤시로 바뀐 것 이외에는 별 다른 변형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내부 공간은 입식생활에 맞추어 부엌 등의 공간이 개조되었다. 내부 공간에서의 변형이 발견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박제화된 다른 문화재에 비하여 보존 및 관리 상태가 양호하다는 점도 이 주택의 가치를 높여주는 부분이다. 전통적인 한국의 주거 양식이 근대적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건물로서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건축적이며, 주거문화사적인 가치가 높다는 점에서 2005년 12월 9일 등록문화재 220호로 등록 · 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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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재청, 문화재칼럼, 2008-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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