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며(자료)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적 훼손

Gijuzzang Dream 2007. 11. 6. 22:28

 

  

유적훼손 현장 가보니 광개토태왕릉 · 장군총 위를 관광객 지나다녀 …

 

25일 중국 지린성(吉林省) 지안(集安)의 7000여 개 고구려 고분 중 하나인 오회분 5호묘. 대표적인 고구려 벽화로 유명한 고분이다. 분묘 안으로 들어가자 벽화가 있는 묘실 내부는 결로(結露) 현상으로 생긴 물방울이 벽화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지안 일대의 고구려 유적은 외형적으로는 이전보다 정비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유적의 보존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심각한 유적 훼손

 

= 오회분 5호묘 벽화의 훼손 상태는 심각했다. 묘실 내부에 맺힌 물방울이 벽화를 타고 흘러내려 손을 대면 물이 묻어날 정도였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천정의 벽화는 조명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습기를 빼내는 기계장치가 묘실로 들어오는 통로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결로현상을 전혀 막지 못했다.

 

 

▲ 결로(結露)현상이 더 심해진 오회분 5호묘 내부.

 

 

지난 6월 묘실이 공개된 오회분 5호묘는 중국 공안원 2~3명이 외부와 내부를 지키면서 관광객들이 10명씩 입장하도록 통제했다. 사진 촬영은 철저히 금지하고 있었다. 벽화가 있는 묘실은 분묘 입구에서 2m쯤 내려간 뒤 왼쪽으로 난 7~8m 되는 길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10여 명이 들어서면 가득차는 묘실의 바닥에는 관곽으로 사용되었을 법한 네모난 돌판 세 개가 누워 있다. 관광객들은 이들 돌판을 밟고 벽화를 구경했다.

 

태왕릉(광개토태왕릉)과 장군총(장수왕릉)의 훼손도 염려됐다.

광개토대왕비에서 30여m 떨어진 태왕릉에는 말뚝을 박고 계단을 만들어 분묘 위를 관광객들이 밟고 다니도록 했다. 장군총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 계단을 통해 장군총에 오르고 있는 관광객들.

 

 

중국은 지난 2004년 지안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장군총 앞에 잔디와 키 작은 나무로 세계문화유산 표지를 만드는 등 외형을 잘 조성해 놓았지만, 분묘를 이루는 돌 위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관광객들이 상층부에 있는 묘실 내부까지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광객들은 장군총 돌 위를 마구 밟고 다니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유적 답사를 위해 이곳을 찾은 한 관광객은 “고구려가 중국 유적이었다면 이런 식으로 개방하겠느냐”고 말했다.

 

동북공정 진행은 여전히

 

= 반면 동북공정은 착실히 진행 중이었다. 랴오닝성(遼寧省) 단둥(丹東)시 ‘호산장성(虎山長城) 역사박물관’에는 고구려와 백제를 당나라의 영토로 표시한 지도가 버젓이 전시되고 있었다.

 

 

▲ 신라를 제외하고 고구려와 백제를 모두 당나라 영토로 표시한
‘호산장성박물관’의 당조강역도.

 

 

중국은 호산장성이 만리장성의 동쪽 기점이라며 지난 2004년 5월 이 박물관을 개관했다.

지안시로 들어가는 기와집 형태의 대형 문에는‘중국역사문화의 유명한 성(城) 집안(中國歷史文化名城集安)’이라는 글씨를 써서 지안의 고구려 유적이 중국의 것임을 알리고 있었다.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설명도 여전했다.

지안박물관 입구로 들어서자 “고구려는 중국 동북의 소수민족과 지방정권의 하나”라는 안내판이 전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놓여 있었다. 제2전시관에는 고구려가 역대 중국 왕조에 조공을 바쳤음을 알려주는 표를 만들어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임을 강조했다.


 

광개토대왕비 입구 기념품점에서 팔고 있는 5~6종의 고구려 관련 책자도 ‘중국의 지방정권’이란 표현을 되풀이 사용하고 있었다.

2005년 3월 길림문화출판사에서 출간한 ‘고구려민족문화연구’라는 책은 “중국의 고구려 민족” “고구려민족은 고대(古代) 예맥어(濊貊語)계의 한 지파로 중국 동북지구의 옛 민족” 등으로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로 설명했다. ‘백두산 공정’도 함께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개방한 백두산의 서파(西坡·서쪽 언덕) 입구인 송지앙허(松江河)로 가는 지린(吉林)행 기차 안에서 여성 역무원은 ‘중국(中國) 창바이산(長白山)’이라고 인쇄된 엽서 세트를 승객들에게 10위안(약 1300원)에 팔며 객차를 오갔다. 엽서 설명문에는 “중국 최대의 자연유산 중 하나인 창바이산” “‘덩샤오핑(鄧小平)은 창바이산에 오르지 않으면 평생을 후회할 것이다’라고 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 백두산 · 지안 · 단둥=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 조선일보 200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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