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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인 들것 - 지게

Gijuzzang Dream 2008. 6. 3. 04:49

 

 

 

 

지게는 양다리방아와 더불어 우리 선조가 고안해 만든 가장 우수한 생활 도구 중의 하나이다.

흙으로 빚은 신라시대 인형에 지게를 진 인물상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지게를 삼국시대부터 써 왔음이 분명하나

그 이름은 조선시대 정철(1536~1593)이 지은 『장진주사(將進酒辭)』에 처음 보인다.

 

처음에는 ‘지개’로 불리다가 현재의 ‘지게’로 바뀌었는데

‘지게’라는 단어는 숙종 16년(1690) 『역어유해』에 처음으로 나타난다.

이 책은 청나라 말 책으로 지게의 뜻을 풀어서 ‘배협자’로 적었으며

영조 24년(1748) 『동문유해』도 이를 따랐다.

 

1766년에 간행된 『증보산림경제』에는 ‘부지기(負持機)’란 말이 나타나 있다.

이는 ‘지기’에 ‘진다’는 뜻의 부負를 합한 것이다.

구한말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 눈에 지게는 매우 신기한 도구였다.

그에 따라 이에 대한 많은 기록이 남겨져 있기도 하다.

 

 

단순하면서도 과학적인 지게의 구조

 

일반적인 지게의 모습은 양쪽의 기둥나무가 되는 새고자리,

2개의 새고자리를 연결시켜주는 세장 그리고 가지, 밀삐, 지게 작대기 등으로 이루어졌다.

가지가 약간 위로 뻗어난 자연목 두 개를 위는 좁고 아래는 다소 벌어지도록 세우고

그 사이에 세장을 끼우고 탕개로 죄어서 사개를 맞추어 고정시킨다.

 

탱개와 탱개목은 요즈음 사용하는 볼트와 너트의

긴밀성을 유지할 때 사용되는 와셔의 역할을 한다.

위아래 밀삐를 걸어 어깨에 메는데 등이 닿는 부분에

짚으로 짠 등태를 달아 짐을 질 때 등에 부담이 적게 가게 했다.

지게를 세울 때는 작대기를 세장에 걸어서 버티어 놓는데

지게가 세워진 모습은 가장 안정된 구조의 하나인 삼각구조이다.

지게가 세워져 있을 때는 무게의 중심을 작대기가 받치고 있다.

 

하지만 지게를 사람이 졌을 때는 허리세장과 등받이 줄,

등태가 있는 사람의 등이 무게 중심을 받는다.

또한 무거운 짐을 질 경우에는 무게의 중심이 허리에 놓이도록

지게 다리가 훨씬 올라간 지게를 사용한다.

무게중심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여 짐을 수월히 운반할 수 있게 한

선조들의 슬기를 엿볼 수 있다.


지역 및 사용용도에 따라 변형된 맞춤 도구

 

지게는 주로 소나무로 만들며

종류도 제가지지게를 비롯하여 옥지게, 쪽지게, 바지게, 켠지게, 거지게, 쇠지게, 쟁기지게, 모지게, 부게, 물지게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일반적인 지게는 제가지지게(자연적으로 가지가 뻗어나간 나무로 짠 지게)로

가지를 다른 나무를 깎아서 끼우는 쪽지게와 대비되는 이름이다.

 

제가지지게는 처음부터 이를 사용할 사람의 체구에 맞게 만든다.

한 농가에 여러 개의 지게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옥지게는 ‘가지가 굽은 지게’라는 뜻으로 가지의 중간 부분이 위쪽으로 구부러졌다.

옥지게는 강원도 산간 지대에서 주로 사용했는데

물매가 워낙 심한 곳에서는 사람이 지게를 지고 걸을 수 없는 까닭에

동발을 두 손에 쥐고 끌어내리기 위해 가지를 구부린 것이다.

 

바지게는 주로 강원 영동지방 영서지방을 넘어 해산물을 팔러 다닌 사람이 쓴 지게로

가지가 달리지 않았으며 짐은 지게에 잡아맨다.

이들의 작대기 또한 특이하여 위쪽에는 노치를 짓고 아래에는 쇠못을 박아 놓았다.

일반적으로 평야지대에서는 새고자리의 너비가 아주 좁은 반면,

목발과 목발 사이가 많이 벌어진 지게를 쓴다.

지게 길이가 길어서 짐을 지고 가던 사람이 몸을 약간 낮추기만 해도 지게가 땅에 닿아

아무데서나 지게를 내려놓을 수 있다.

반면에 산간지방에서 사용되는 지게는 몸이 길면 비탈을 오르내리는 데 매우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짧은 것이 특징이다.


지게의 무게는 5~6㎏에 지나지 않지만 건장한 남자의 경우 50~70㎏을 지고 다닐 수 있다.

지게가 과학적이라는 것은 지게의 원리를 차용한 상여로도 알 수 있다.

폭이 1미터도 안 되는 좁은 논두렁을 수십 명으로 이루어진 상여꾼들이 상여를 메고 지나갈 때

양쪽에 있는 상여꾼들은 각각 발을 좁은 길의 벽에 붙이면서 한 발 한 발 전진하며 지나간다.

상여꾼들이 좁은 길이라 할지라도 지나갈 수 있는 것은

역삼각형 피라미드의 형태를 취하여 힘을 분산시키면서 통과하기 때문으로

이것은 지게의 원리와 다름없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지게의 과학적 원리

지게가 얼마나 효율적인 운반기구인가는

국립중앙과학관 정동찬의 짐을 나르는 방식에 따른 인체의 에너지소비량을 조사한 결과로 알 수 있다.

‘지게에 비해 머리에 이는 것은 3%, 이마에 끈을 걸어 등에 메는 것은 14%, 한쪽 어깨로 메면 23%,

목도(장대에 짐을 걸고 양쪽에서 어깨에 메는 것)는 29%, 양손으로 드는 것은 44%나 더

에너지 소비가 많다.’

즉 짐을 나르는 가장 좋은 방식이 지게이고 다음이 머리에 이는 것이다.

이것은 지게가 양손으로 들거나 메기를 좋아하는 서양이나 히말라야의 이마에 거는 방식을 비롯하여

목도를 기본으로 하는 중국이나 일본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지게가 대단한 과학적 원리로 되어 있다는 것은

지게의 원리가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등산용 배낭에 원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지게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 선조들의 과학적인 슬기를 이내 감지할 수 있는데

일본의 대마도에서는 우리 지게를 그대로 ‘지케’ 또는 ‘지케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게가 국제화에 성공한 예이기도 하다.
- 글 · 사진, 이종호 과학저술가
- 문화재청, 월간문화재사랑, 200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