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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是非)의 진실

Gijuzzang Dream 2011. 11. 26. 07:01

 

 

 

 

 

 

 

 시비(是非)의 진실

 

 

시비(是非)의 진실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고 해서 단정지어서도 안 되며
한 사람의 말이라고 해서 버려서도 안 된다

是非之眞 不可以衆口斷 不可以單辭棄
시비지진 불가이중구단 불가이단사기

- 이익(李瀷, 1681~1763)  

   <관물편(觀物篇)> 《성호전서(星湖全書)》

 

 

‘다수결(多數決)’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로,

어떤 사안에 대하여 의견이 대립될 때 결론을 내리는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여기에는 ‘한두 사람의 독단보다는

그래도 다수의 의사를 따르는 것이 비교적 합리적일 것이다.’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의사라고 해서 반드시 옳은가?’ 하는 문제가 늘 제기되는 것이

‘다수결의 원리’가 갖는 함정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환경은

불과 한두 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비약적으로 발달하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정보를 생산해 내고,

남이 만들어 놓은 정보를 쉽게 얻으며, 정보를 여기저기 퍼 옮김으로써

정보가 손쉽게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보의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많이 퍼 나르고

많은 사람들이 접한 정보는 여론이 되고 진실이 되며,

그렇지 못한 정보는 거짓이 되고 마는,

그야말로 ‘다수결의 원리’가 보여주는

가장 어리석고 취약한 상황에 쉽게 빠지게 된 것입니다.


성호(星湖) 이익(李瀷) 선생께서 시골에 살면서 나나니벌을 길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나니벌은 직접 알을 낳아 기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벌레를 물어다 놓고 자꾸 나를 닮으라고 하면서 주문을 외면

물고 온 벌레가 나나니벌이 된다.”고 하더랍니다.

아마 당시에 그런 속설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그런데 성호 선생께서 직접 기르면서 확인해 보니 전혀 사실과 다르더랍니다.

그래서 위의 말을 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그렇게 말하고 믿는다고 해서 다 진실은 아닌 법입니다.

  

《맹자(孟子)》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좌우(左右)의 신하가 모두 <그를> 어질다고 말하더라도 허락하지 말고,

여러 대부(大夫)들이 모두 어질다고 말하더라도 허락하지 말고,

국인(國人)이 모두 어질다고 말한 뒤에 살펴보아서 어짊을 발견한 뒤에 등용하며,

좌우의 신하들이 모두 <그를> 불가(不可)하다고 말하더라도 듣지 말고,

여러 대부들이 모두 불가하다고 말하더라도 듣지 말고,

국인이 모두 불가하다고 말한 뒤에 살펴보아서

불가한 점을 발견한 뒤에 버려야 합니다.

[左右皆曰賢 未可也 諸大夫皆曰賢 未可也 國人皆曰賢然後 察之

見賢焉然後 用之 左右皆曰不可 勿聽 諸大夫皆曰不可 勿聽

國人皆曰不可然後 察之 見不可焉然後 去之]

- <양혜왕(梁惠王) 하>  


사람 하나 쓰고 버리는 데에도 이렇게 신중해야 하거늘...

2011년에도 예정에 없던 선거를 제법 치렀습니다만,

2012년에는 더 큰 대규모의 선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후보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수많은 흑색선전과 루머가 만들어지고

배포되고 확대 재생산될 것입니다.

꼭 선거뿐만이 아니라, 정보통신 환경의 발달로 야기된 정보의 홍수 속에서

과연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를 발견할 수 있는

혜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글쓴이 : 조경구(한국고전번역원)

 

- 한국고전번역원, 고전명구 172회, 2011년 11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