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일상)

부부싸움을 하라, 다만 규칙을 지켜라

Gijuzzang Dream 2011. 10. 18. 14:21

 

 

 

 

 

 

 

 

 

 부부싸움을 하라, 다만 규칙을 지켜라

 

 

행복한 남녀 관계란?
잘 싸우고 잘 화해하는 방법

 

 




 

 

현대를 사는 우리는 스스로를 현대적이며, 관계에 대해 높은 기대를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관계에 대해 갖는 기대 가운데 몇 가지는 환상에서 얻은 것들이다.

몰아내야 할 필요가 있는 ‘전형적인’ 신화는 다음 두 가지이다.


1.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투지 않는다. 다툰다면 그것은 관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 행복으로 가는 열쇠는 생각이나 가치, 흥미 등이 비슷한 짝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찾는다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다.


뜸 들이지 않고 바로 결론부터 말하는 것이 좋겠다.

이 두 가지 신념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부부들도 다툰다.

특히 초기에는 더 심하고, 성장과 발전의 중요한 시기를 거치면서도 다툼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서로 비슷하다는 점이 성공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아주 다른 관심사를 가지고 있고 서로 아주 다르면서도 아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때로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보다 더 좋을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해 내 의견을 밝히자면,

남녀를 불문하고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사’라 불리는 내적 존재를 가지고 있다.

전사는 감정의 성채를 방어하며 당신이 학대받거나 이용당하지 않게 보호하는 내적 존재이다.

결혼 생활이 성공하려면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전사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해를 끼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가까워지려고 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경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으며,

그럴 때는 그런 사실을 알려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대부분 간단한 말 한마디로 해결된다.

“여보, 당신이 날 다그치고 있는 거 알아요?”
“내 일인데 왜 당신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죠?”
“내가 입을 옷은 내가 선택하게 해 줘요.”
등이 그런 때 할 수 있는 말들이다.

부부간에 가까워지기를 원치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 갇혔다거나 억눌리고 있다는 느낌을 좋아할 사람 역시 아무도 없을 것이다.

두 배우자 모두 상대방의 자아를 위한 요구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나갈 필요가 있다.

당신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또 갑자기 현실과의 심각한 마찰이 빚어질 때도 있을 것이고, 모험을 해 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부부는 서로간에 고착된 태도나 장기간에 걸친 오해를 추려 내서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 던져 말려 버리기 위해 싸운다.

 

 

<내 아버지의 결혼식에서At my father’s wedding>라는 저서에서 존 리

아내의 알코올 중독과 폭력적인 행동을 보다 못해 마침내 분연히 일어선 한 남자의 이야기를 썼다.

몇 십 년간 내 자아를 죽이고 당신한테 끊임없이 양보해 왔지만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소.

당신의 사랑을 잃을까 봐 그렇게 해 왔는데 더 이상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지 않을 거요.

우리가 어디에 살지, 뭘 먹을지, 아이를 몇 명이나 낳을지, 어떤 영화를 볼지,

아이들을 어떤 학교에 보낼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타협할 여지가 있소.

하지만 내 영혼을 위험에 빠뜨리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타협하지 않을 거요.

이 집에서 더 이상 술은 안 되오, 폭력적인 행위도. 내가 원하는 건 안전이오.

나는 우리가 서로 존경하고 동등한 관계를 이루었으면 하오.

난 내 건강에 위협이 되는 일도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오.

당신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내 회복을 망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란 말이오.


돈을 쓰는 태도라든지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 약속을 지키는 문제, 신뢰의 문제, 시간을 사용하는 문제,

일을 분배하는 문제 등과 관련해서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는 기본적인 선이라는 것이 있다.

대부분의 친밀한 관계에서는 언젠가 이런 문제들과 맞닥뜨리게 되어 있다.

그럴 때 그 문제들로부터 움츠러들지 마라. 그런 문제들이 스스로 사라지는 일은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안전한 싸움

 

역설적이지만, 관계 속에서 서로의 경계를 정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의 감정을 자유롭게 분출할 수 있고, 진정으로 열정적이 될 수 있다.

거기에는 물론 신뢰가 수반되어야 한다. 안전하게 싸운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을 뜻한다.

신체적인 폭력 혹은 위협하는 말이나 행동이 없어야 한다.
싸우는 도중에 화가 나서 방 밖으로 혹은 집 밖으로 나가 버리거나

   전화를 내동댕이치는 위협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모욕적인 말이나 욕, 비꼬는 말 등을 해서는 안 된다.
싸우고 있는 주제에서 벗어난 다른 문제를 끄집어내서는 안 된다.
말 여기저기에 상대방을 자극하는 특별한 단어들을 사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예컨대 “당신은 항상…” 혹은 “당신은 단 한번도…”와 같은 말들이다.
당신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싸움이 너무 격렬해지면 상대방의 동의를 받아 잠깐 휴전하라.

   다시 생각해 보고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되돌아오는 것이 좋다.

이런 규칙들을 따르면 당신은 분명하게 존경심을 가지고 토론을 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마침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지점까지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부부 싸움을 이성적이고 신중하게 하라는 이 이야기를

불꽃 튀기는 설전이 필요 없다거나

때때로 열을 내고 침을 튀기며 언쟁을 벌이는 것이 나쁜 짓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밖으로 뛰쳐나간다든지 욕설을 퍼붓는다든지 하면서 핏대를 올리거나

‘엄청난 소란’을 피우는 일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지만

반대로 너무 점잖은 부부들은 때로는 좀 감정을 폭발시킬 필요가 있다.

고함을 지르기 시작할 때까지

당신은 당신이 고함질러야 할 필요가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 정체조차 모를 수도 있다.

융 학파의 심리 분석가인 마리 루이스 본 프란츠는

결혼 생활을 여러 번 파국으로 몰고 갔던 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은 항상 좋게 시작했으나 몸싸움으로 번져서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었다.

그 친구의 네 번째 남편은 이전 남편들과는 완전히 달랐죠.

자기 아내가 처음으로 ‘발작’(그 친구가 쓴 말)을 해서 거칠게 욕을 퍼붓고 포악해지기 시작하자

그 남자는 조용히 자기 방으로 가더니 가방을 꾸리기 시작하더래요.

아내는 그가 싸움에 끼어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 ‘진흙탕’ 싸움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았다더군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대요.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남자라면 고함을 지르고 당신을 때리는 게 순서라는 걸 나도 알아요.

하지만 난 그런 남자가 아니오. 나는 내게 당신이 폭력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소.

떠나겠소.” 그 친구는 너무 충격을 받아서 사과를 했다더군요.

그 두 사람은 아직도 함께 살고 있어요.


앞뒤 재지 않고 분노를 폭발시킬 능력은 누구에게나 있다.

당신 속에 이런 맹목적인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는 것을 느낀다면

점잖게 이유를 말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때로는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잠깐 동안이나마 혼자 있는 것일 때가 있다.

  

 

 

by 칼럼니스트 스티브 비덜프

1956년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태어난 스티브 비덜프는

1970년대부터 젊은 심리상담사로서 30여 년 간 뉴기니, 캘커타, 미국 등

세계 여러 곳에서 가족과 자녀양육에 관한 저술과 강연활동을 지속해왔다.

세계적인 아동심리학자이자 가족 치료의 선구자로서

현재 그는 부모학의 권위자를 지칭하는,'Parenting Guru'로 불린다.

 

- 2011.10.12 인터파크 도서 북&, 칼럼/ 남자, 다시 찾은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