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일상)

물, 전기 없이 3주간 버티기 가능할까?

Gijuzzang Dream 2010. 12. 2. 10:53

 

 

 

 

 

 

 

 

 물-전기 없이 3주간 버티기 가능할까?

 유사시 요긴하게 쓰일 적정기술

 

 

 

사방이 칠흑 같이 어둡다. 뉴스를 듣고 급히 휴대용 랜턴 몇 개를 챙겨오긴 했지만

‘유사시’에 대비해 건전지를 아끼기 위해 켜지 않았다. 대피소 밖은 고요하기만 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컴퓨터, 스마트폰 같은 통신기기는 계속 먹통이다.

준비된 물과 쌀이 떨어져도 외부에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

가상이지만 만약 전쟁이 나거나 태풍, 지진 등 대형 사고가 난다면 이 같은 일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

물과 식량을 비롯해 전기, 통신, 화장실 등 그동안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갑자기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 소금 10g… 200명 마실 물 걸러내

이런 극한 상황에서는 물과 전기가 부족한 제3세계 국가에서 통용되는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이 말 그대로 적절한 해결책이다.

비록 첨단기술은 아니지만 적정기술은 생존에 필수적인 것들을 주변의 재료로 값싸게 만들어낸다.

적정기술이란 많은 돈과 재료를 투자하지 않고, 전기 등 에너지 사용이 적으며,

누구나 쉽게 배워 쓸 수 있고, 현지 원재료를 쓰며, 소규모 사람들이 모여 생산 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가령 마실 물이 부족해 냇물이나 빗물을 마셔야 한다면

적정기술은 비싼 화학약품이나 정수 기계 대신 자외선을 이용해 물속에 들어있는 박테리아를 제거한다.

태양빛을 직접 받을 수 있는 곳에 금속판을 놓고

물을 페트병에 담아 6시간 이상 올려놓으면 박테리아의 60% 이상이 제거된다.

한편 소금을 이용해서 물을 살균하는 방법도 있다.

소금(NaCl)을 물에 녹이고 태양전지나 자가발전기로 전기분해하면

소금은 나트륨 이온(Na+)과 염소 이온(Cl-)으로 분리된다. 이때 염소 이온은 소독, 살균효과를 가진다.

물 1L에 소금 10g을 넣고 1시간 동안 전기분해하면 염소가 1g 생산된다.

염소 1g은 물을 400L나 정수할 수 있다.

사람이 하루에 마시는 물이 2L라고 가정하면 200명이 마실 수 있는 양이다.



● 태양열 조리기… 20분 만에 밥짓기 가능

마실 물이 확보되면 다음 문제는 식량이다.

북한과의 사이가 안 좋아질 때마다 라면과 부탄가스 가격이 오른다는 말처럼

위기상황에서는 상하지 않는 음식과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조리기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팟인팟 쿨러(pot-in-pot cooler)’는 물의 기화열을 이용해

전기 없이도 음식물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냉장고다.

큰 도기 안에 작은 도기를 넣고 사이에 모래와 물을 채워 넣으면

물이 증발하면서 작은 도기 내부의 온도를 5도 정도로 낮춘다.

여기에 음식물을 넣어 보관하면 평소에는 2~3일이면 변하던 음식물이 3주 동안 상하지 않는다.

음식물을 조리할 때는 ‘태양열 조리기(solar cooker)’가 유용하다. 원리는 간단하다.

가로세로 길이가 1m가 넘는 거대한 오목거울로 태양 빛을 한 곳으로 반사시킨 뒤,

빛이 모이는 지점에 냄비를 놓는다.

조리시간이 길 것 같지만 5분 정도면 물을 끓일 수 있고 20분 정도면 밥도 지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접이식 태양열 조리기도 개발됐다. 골판지에 알루미늄 호일을 얇게 입혀서 만든 이 조리기는

펼쳤을 때는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1m와 1.3m이지만 접으면 A4 한 장 사이즈다.

가볍고 부피가 작아서 유사시 휴대가 매우 간편하다.


● 버려진 깡통으로 외부와 소통

한편 전쟁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는 대피소 밖 소식을 신속하게 파악하는 일이 곧 목숨을 지키는 일이다.

휴대용 라디오와 건전지가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깡통과 전선, 철사와 케이블로 라디오를 만들 수 있다.

버려진 깡통으로 만든 이 ‘깡통라디오’는 열기전력에 의해 작동한다.

깡통 입구에 철사를 감고 여기에 케이블과 안테나를 전선으로 연결해 회로를 구성한다.

그런 뒤에 깡통에 재료를 넣고 불을 붙이면

깡통과 철사의 온도차에 의해 기전력이 유도되고 전압이 발생해 전류가 흐른다.

깡통라디오는 1960년대 미국의 디자이너 빅터 파파넥이 인도네시아 발리 주민들을 위해 처음 개발했다.

열을 이용해 전류를 흐르게 만들기 때문에

왁스나 종이, 나무 등 연소가 가능한 모든 재료는 동력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라디오의 주파수를 바꾸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제작 시 주의가 요구된다.

- 도움말 홍성욱 한밭대 화학공학과 교수/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 이영혜 동아사이언스 기자 yhlee@donga.com/ 최세민 동아사이언스 수습기자 july@donga.com
 2010년 12월 02일, 동아사이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