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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 컬렉션- 선과 악의 알레고리(헤라클레스의 선택) / 밀회(사랑의 진행)

Gijuzzang Dream 2009. 10. 16. 15:28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의 작품들

 

 

 

미술관이 많은 도시 뉴욕에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다음으로

규모는 작지만 중세에서 19세기 후반까지의 미술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프릭 컬렉션(Frick Collection)이다.

맨해튼에 위치하고 있는 프릭 컬렉션은

철강 사업으로 부를 축적한 헨리 클레이 프릭(Henry Clay Frick, 1849∼1919)의 저택으로

1935년 미술관으로 개관해 대중들에게 공개됐다.

프릭 컬렉션의 개관은 미국 사람들이 유럽 전통 예술품을 감상하기 위해

유럽을 가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프릭의 컬렉션은 건축가 토마스 헤이스팅스가 1913부터 1914년까지 건축한 저택으로

실내정원을 비롯해 아르누보 양식의 계단 등 미국 부유층의 전형적인 저택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예술품을 감상하면서도 미국 부유한 가정을 방문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프릭 컬렉션의 소장품 수는 많지 않지만 131점 유럽 거장들의 미술품들은

미국 미술관 중에서도 최고에 속하고 있다.

컬렉션은 프릭이 40여 년 동안 수집한 예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는 예술품을 소장하면서 철저하게 개인의 취향에 국한시키지 않고

화상 조지프 듀반과 미술평론가 로저 프라이의 조언을 받아들여

미술사적으로 중요작품을 소장했기 때문이다.

 

 

 

 

 

 

 

 <선과 악의 알레고리-헤라클레스의 선택>

중세 분위기 나는 그리스 신화

그리스 철학자가 제시한 인생의 기로

 

 

<선과 악의 알레고리-헤라클레스의 선택>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80년경, 캔버스에 유채, 219×169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의 유럽 거장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프릭 컬렉션에서

그리스 철학자 프로디코스(프로디코스는 헤라클레스를 찬양한 소피스트 중에 한 사람으로

‘헤라클레스의 선택’ 주제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가 제시한

인생의 기로를 그린 작품이 베로네세의 <선과 악의 알레고리-헤라클레스의 선택>다.

헤라클레스가 미소년이었을 때 어느 날 길을 가다가 갈림길을 만났다.

헤라클레스는 어느 길을 갈까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각각의 길에 서 있던 여인들이 자신이 서 있는 길로 오도록 설득하기 시작했다.

오른쪽 여인이 가리키고 있는 길은 언덕이 가파르고 험하지만

길 끝에는 먼 곳에 있는 푸른 산과 닿아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에 비해 왼쪽 여인이 가리키고 길은 넓고 평탄하며 아름다운 초원으로 둘러싸인 들판이 보였다.

오른쪽 여인은 선을, 왼쪽 여인은 악을 가리키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기로에서 서서 험한 길이지만 선을 택한다.

헤라클레스의 손은 월계관을 쓰고 있는 선의 여신 어깨를 잡고 있고

여신은 헤라클레스의 옷을 끌어당기고 있다.

뒤에 있는 악의 여인은 헤라클레스의 선택을 방해하기 하고 있다.

악의 여신은 한 벌의 카드를 숨기고 가슴에 칼을 기대어 놓은 스핑크스가 조각된 의자에 앉아 있다.

스핑크스는 도상학적으로 음탕함을 상징한다.

헤라클레스의 손과 얼굴이 선의 여신과 맞닿아 있는 것은 그의 확실한 선택을 보여주고 있으며

악의 여신의 숨겨놓은 본능을 나타내는 것은 헤라클레스의 찢어진 스타킹과 다리에 흐르는 피다.

파올로 베로네세(Paolo Veronese, 1528~1588)의 이 작품은

함스부르크 왕조의 황제 루돌프 2세를 위해 제작됐기 때문에

헤라클레스의 옷차림을 16세기 귀족의 모습으로 그렸다.

1621년 루돌프 2세의 개인 소장품이었던 이 작품은

장식적이고 화려한 옷 때문에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이라는 것이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화면 왼쪽 건축물 기둥에 ‘덕과 명예는 죽은 후에 비로소 꽃핀다’라고 새겨진 라틴어는

이 작품의 주제를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올로 베로네세―헤라클레스의 선택

 

기쁨과 덕의 여인 사이 갈등하는 헤라클레스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낯선 길을 나섰다가 갈림길을 만났다.

한 곳은 수풀이 우거진 분위기 좋은 길이고, 다른 곳은 황량하고 거친 길이다.

당신이라면 어떤 길을 가겠는가.

누구나 이런 ‘선택’을 강요하는 심리 테스트를 접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순히 성격과 개성을 알아보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한편 선택을 통해서 개인의 인생관을 엿볼 수도 있기에

남녀노소가 시대를 불문하고 애용하는 단골 소재가 아닌가 싶다.

 

시인 프로스트가 ‘가지 않은 길’에서 말했듯이 한 번에 두 길 모두를 갈 수 없다는 점,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점,

갈림길에서의 선택이 인생을 달라지게 만든다는 점이 선택의 고민을 증폭시키는 것 같다.

 

 국민일보 2008. 1. 9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 또한 이런 선택의 기로에서 자신의 운명을 바꾼다.

 

그가 갈림길에 들어설 즈음, 아름다운 두 여인이 나타났다.

한 여인은 “저는 기쁨(喜)입니다. 저를 따라오시면 평생 즐겁게 살게 될 거예요”라고 유혹했다.

다른 한 여인은 “제 이름은 덕(德)입니다. 절 따라오시면,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 될 거예요.

물론 그로 인해 고통을 겪겠지만, 어려움 속에서 승리하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했다.

 

서로 상반된 가치를 주장하는 미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젊은 헤라클레스는 고뇌에 빠진다.

마침내 영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험난한 여정을 택하였고,

그를 시기하는 자들이 부과한 ‘12가지 노역’을 성공적으로 달성해 낸다.

그리고 덕의 여인이 말했던 것처럼 그리스 최고의 영웅이란 칭호를 얻는다.

 

베로네세가 그린 ‘헤라클레스의 선택’은 그가 갈림길의 두 여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을 담았다.

헤라클레스가 중세의 청년으로 묘사된 것은 아마도 그림의 주인을 위한 비유로 보인다.

신화 속 ‘기쁨’으로 추측되는 왼쪽 여인은

쾌락의 카드를 들고 음란함을 상징하는 스핑크스 위에 앉아 그에게 추파를 던진다.

반면 ‘덕의 여인’은 헤라클레스를 안으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고 있다.

악을 피해 달아나려는 인간을 관용으로 포근히 감싸주는 듯하다.

 

우연의 일치인지, 신화나 소설 속에서 갈림길을 두고 방황하는 대상은 대부분 남성이고,

이런 남성을 이끄는 주체는 대부분 여성이다.

‘선택’에선 남성보다 여성이 더 강단 있게 결정할 수 있는 본능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심형보 바람성형외과 원장

- 2007.10.19 [명화 속 여성] 세계일보

 

 

 

 

 

 

 


 로코코 미술의 진수 <밀회-사랑의 진행>

 

 

<밀회-사랑의 진행>

Fragonard, Jean-Honore

1771~1773년, 캔버스에 유채, 317×243 


 

프릭 컬렉션은 유럽 거장들의 작품 중에서도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다.

로코코 미술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밀회-사랑의 진행> 이다.

이 작품은 에로틱한 장면을 그린 4개의 대형 캔버스로 제작된 작품의 하나다.

루이 15세의 후궁 마담 듀 바리 부인이

파리 서쪽, 센 강이 내려다보이는 루시엔느에 있는 저택 정원에 있는 정자 파빌리온을 장식하기 위해

의뢰했다. 그녀가 의뢰한 작품의 주제는 사랑과 기술 그리고 속임수였다.

화면 중앙에 비너스의 조각상이 보이고 그 아래 노란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손을 뻗으며 앉아 있다.

사다리로 난간을 기어 올라온 붉은 옷을 입은 남자의 시선은

여자를 바라보지 않고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노란색 드레스의 여인은 장미꽃으로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장미꽃은 사랑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봉인된 편지를 들고 있는 여인은 연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시선은 연인을 바라보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고 있다.

이 작품의 주제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은 남자와 여자의 시선이다.

연인들은 밀회를 즐기기 위해 만나고 있지만 불륜이기 때문에

연인에게는 시선을 주지 않고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연인들의 시선 외에 불륜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비너스와 큐피드 조각상이다.

비너스가 큐피드의 화살을 숨기고 있고 큐피드는 비너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애원하고 있다.
큐피드가 사랑의 화살을 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불륜을 암시하고 있으며

정원의 나무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것은 연인들의 불타는 정염을 상징한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Fragonard, Jean-Honore, 1732
~1806)의 이 작품은

밀회를 즐기고 있는 연인을 묘사하기 위해 연극무대를 참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밀회를 즐기고 있는 연인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듀 바리부인에게 거절당한다.

프라고나르의 스타일이 시대 유행에 뒤떨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프라고나르는 새로 부상한 신고전주의에 적응하지 못했다.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명화산책]

- 2009.10.1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