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오백 살 금강소나무 할배 거기에 말없이 서 있더라
잠시 숨이 멎었다. 넓은 연못 위 활짝 핀 노랑어리연꽃이 만들어내는 장관이라니. 거기에 물 위로 부끄러운 듯 불영사의 반영이 살짝 덮여 있는 모습까지 어우러지니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모네의 그림을 닮은 잔잔한 풍경. 단박에 이 사찰에 반해버렸다.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연못의 사방을 돌아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전국 팔도에 훌륭한 사찰이 많기도 많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정갈한 사찰을 본 적 있나 싶었다.
낭만여행은 죽변등대에서, 마무리는 온천에서
금강송을 따라 소나무 숲과 불영사를 돌아봤다면, 이번에는 대나무로 넘어가보자. 울진의 대표적인 항구 죽변항. 항구와 대나무. 잘 연결이 되지 않지만, 가보면 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죽변항에서 죽변등대를 보고 계속 올라가다 보면 구불구불 터널을 이룬 대나무 숲길이 나타난다. 예부터 이 지역의 대나무 숲이 유명했던 것이다. 이 숲길은 1960년대 지역주민들이 다니던 오솔길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용의 꿈길’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절벽 아래 바다에서 승천을 꿈꾸던 용이 하늘로 올랐다고 해서 붙여졌다.
죽변등대와 함께 이 부근의 또 다른 명물로 꼽히는 것은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이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은 직접 보면 실망할 확률이 높은데, 이곳은 달랐다. 동해의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생동감이 넘쳤다. 낮에도 좋지만 밤에 찾아보자. 보이지 않는 파도의 철썩거리는 소리, 조명 때문에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또 세트장 아래에는 유명한 TV 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 촬영지도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울진 여행은 마무리 코스까지 완벽하다. 덕구온천과 백암온천이 있기 때문이다. 좀더 걷고 싶다면, 덕구온천에서 덕구계곡 원탕까지의 왕복 4km를 걸어보자. 이곳은 자연 용출되는 온천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길에 형제폭포와 옥류대, 선녀탕도 있어 즐겁게 걸을 수 있다. 이미 충분히 걸었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온천으로 향하면 된다. 피곤한 몸을 맡길 또 다른 천국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 채지형 여행작가 www.traveldesigner.co.kr - 2009.08.25 주간동아, 700호(p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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