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가 지난 2004년 11~12월 매주 목요일자 문화면에 8회에 걸쳐 지상중계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특설강좌 ‘문화유산을 보는 눈’이
지난달 6월27일 ‘고려시대 불상과 석탑’ 강연을 마지막으로 절찬리에 끝났다.
지난 11월1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5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열린
유 청장의 강좌는 송년회 등으로 바쁜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열강을 듣기 위해 전국에서 온 수강생들이 꾸준하게 좌석을 메웠다.
고려청자와 조선시대 백자 등 도자기부터 시작해
선사시대를 거쳐 삼국 · 통일신라시대 및 고려시대 불상과 석탑까지
8차례 진행된 이번 강좌는 원래 문화재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다가 일반에까지 확대된 것.
그만큼 얼마전까지 미술사학자(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의 입장에서 문화재 행정을 비판해왔던 그가
지난 9월 문화재청장으로 취임한 뒤 느낀 문제점이나 포부,
문화재청 직원들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또 유 청장은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강연시간 틈틈이 경회루 개방과 경복궁 관람료 인상 등 새 문화재 정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소개했다.
특히 기존 문화재 복원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강도 높게 비판해
강연을 듣던 문화재청 직원들을 당혹케 하기도 했다.
유 청장이 제기한 기존 문화재 복원의 문제점은 건조물과 석탑의 해체 복원부터 시작해
사적지 정비, 사찰의 불상에 다시 금칠을 올리는 개금(改金)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급기야는 문화재청장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달 1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전남 여수 진남관의 해체 복원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석가탑과 다보탑, 감은사지 동·서 3층석탑 등 경주지역 석탑 4기의 해체 복원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날과 지난달 16일 전북 익산 미륵사지에서 열린 ‘미륵사지석탑 해체조사 보고회’에선
1993년 복원완료된 미륵사지 동탑을 가리키며 20세기 최악의 문화재 복원사업이었다고 거듭 비판했다.
같은 연장선상에서 지난달 6월 20일 ‘삼국 · 통일신라시대 석탑의 등장과 발전과정’을 다룬 강좌에서
유 청장은 이날 다뤄진 문화재를 소재로 어느 때보다 기존의 문화재 복원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불교계가 복원필요성을 제기하는 경주 황룡사 9층목탑의 경우,
현재의 토목공학 수준에서 아파트로 치면 23층 높이가 되는 건물을 나무를 조립해 짓는게
가능하겠느냐에서부터 300년 이상 된 소나무가 11t짜리 트럭으로 500대분이 드는데
캐나다나 시베리아산을 가져오지 않고는 나무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상황 등을 설명했다.
이어 충북 보은 법주사 팔상전 옆에 세워진 청동대불로 인한 경관 훼손과
1984년 화재로 소실됐다가 86년 다시 복원된 전남 화순 쌍봉사 대웅전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유 청장은
“그동안 복원사례를 보면 문화재청이 손대면 뭔가 이상해졌다”며
“이 점에 대해서 청 직원들과 한번 대토론회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익산 미륵사지와 부여 정림사지, 철원 도피안사의 철조 비로자나불좌상이 각각 사적지 정비와
개금불사를 하면서 백제의 향기와 예전의 고졸한 모습을 잃어버렸다는 지적도 함께 쏟아냈다.
이런 유 청장의 지적에 대해, 문화재청 직원들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무엇보다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이미 난 사항까지 문화재청장이 뒤집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고건축 전문가는 “기존 문화재 복원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미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목조·석조 건조물도 적지 않다”며
“기존 복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마땅히 손을 봐야 할 것까지 미뤄서는 안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기존 문화재 복원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유 청장과 문화재청 직원, 고건축 전문가들이
올 한해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문화일보, 최영창기자, 2005-01-04
15회 걸친 ‘문화유산…’ 강좌 끝낸 유홍준 청장 |
“관(官)에 오기 전에 하던 평소 습관대로 문화유산의 가치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려고
강좌를 시작했습니다. 하물며 문화재청 직원들의 전문지식 재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더욱 제가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지요.”
지난해 9월 문화재청장에 취임한 뒤 문화재청 직원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대전시 서구 둔산동 정부대전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두 차례에 걸친 문화유산강좌를 진행했던
유홍준 문화재청장. 그는 “문화재청 행정은 미술사 · 고고학 · 민속학 · 역사학 · 자연과학(천연기념물 관련
생물, 지질, 지리학) · 국악 · 보존과학 등 문화재 관계 학문의 성과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10년간 우리 국학관계 학문은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그 성과가 문화재청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 · 인식돼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11~12월(매주 월요일)과 지난 3~6월(격주 월요일) 등 두 차례에 걸쳐
유 청장이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특설강좌 Ⅰ·Ⅱ-문화유산을 보는 눈’을 총 15회나 진행한 이유다.
문화일보에서 강의가 열린 매주 목요일 지상중계된 문화유산강좌를 위해
그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 참가를 위해 방북했던 때를 제외하곤
한번도 강의를 거른 일이 없었다. “강좌를 하면서 제일 아쉬웠던 것은 한국미술사 교재가 마땅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학에서 전공자들을 가르칠 때는 김원용 · 안휘준의 ‘한국미술사’를 교재로 썼지만 교양과목으로서
한국미술사는 마땅한 책이 없어요. 교양인이 읽는 한국미술사 개론서, 즉 마이클 설리반의 ‘중국미술사’나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같은 ‘한국미술사’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슬라이드 중심으로 강의를 진행했던 유 청장은
“한국미술사 개론서가 나오려면 회화사 · 조각사 · 건축사 · 공예사 · 도자사 등 분야별 개설서가 나와야
하고 고고학 · 역사학 · 민속학 등 인접 분야의 확고한 정설(定說)이 있어야 대위법(對位法)이 가능한 데
아직 그 모두가 미흡한 상태”라고 국내 학계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시대의 요청인 만큼 학계의 비판을 받고 비록, 10~20년 뒤 휴지가 되더라도 누군가가 국민을 위해
나서야 될 때가 됐다고 유 청장은 덧붙였다. 특히 지금까지 영어로 쓰여진 ‘한국미술사’ 책이라곤
1929년과 1962년 각각 에카르트와 매퀸의 저서 같은 절판된 고서적만 있을 뿐인 안타까운 현실에서
좋은 ‘한국미술사’ 개설서가 각국어로 번역돼 세계에 우리 미술사, 문화유산을 알리는 매개체가 되길
그는 바랐다.
“문화재 복원의 경우, 소득 1000달러 시대에 한 것과 1만달러 시대에 한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는 그 정도면 잘했다고 해도 10년 뒤에는 비판받고 재복원하는 일도 있었지요.
그러니 3만달러 시대에 가면 지금 우리가 한 것을 뭐라고 평할까 상상만 해도 모골이 오싹해져요.
셋 할걸 하나로 줄여서라도 제대로 하자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유 청장은 문화재 복원은 최대한 신중을 기하면서도 그동안의 소극적인 문화재 관리에서 탈피해
경복궁 경회루와 왕릉개방에서 나타나듯, 적극적인 보존·활용책을 제시해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문화재 특히 목조건축은 사람의 손길과 체온이 실려야 더 잘 보존된다”며
“개방과 활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보존을 위해서 더욱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일성으로 언급했던 문화재종합병원은 설계에 들어갔으며
올해 일단 금속유물을 처리할 단과병원을 문 열 계획이라고 유 청장은 밝혔다.
매장문화재 시·발굴 과정의 허가절차를 단축했으며
최근 달항아리 5점의 보물 지정예고에서 보듯, 국보·보물 지정의 경우 신청된 것만 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공모로 발굴한 뒤 유물을 한데 모아 심사하는 상대평가 과정을 도입한 것도 유 청장의 업적이다.
이번에 지정예고된 달항아리 5점 중 3점은 학계에 처음 선보인 것이며,
심사과정에서 기존 유명 작품들이 뒤로 밀릴 정도였다고 한다.
달항아리에 이어 초상화가 다음번 지정 심사 대상종목이 될 것이라고 유 청장은 덧붙였다.
최근의 과제는 오는 광복절로 예정된 조선시대 궁중문화를 보여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 준비 작업.
유 청장은 “문화재청장을 맡아 지난 10개월간 책 한권 치밀하게 읽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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