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찾아 떠나고(답사)

은퇴 후에 살기 좋은 곳

Gijuzzang Dream 2008. 9. 19. 01:27

 

 

 

 

 은퇴 후 살기 좋은 곳

 


평균수명과 국민 소득의 증가, 웰빙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조기 퇴직 등으로

은퇴 후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은퇴 후 전원생활이 일부 부유층의 특권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건강과 레저, 쾌적한 환경을 찾아가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은퇴 후 주거 공간을 선택하는 기준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유와 건강을 위해서 물과 공기 좋은 농촌을 선택하는 이들고 있고,

여가와 레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선호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2010년이면 전체 인구의 16%나 차지하고 있는 810여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시작한다.

몇 년 후면 은퇴 후 제2의 고향을 찾는 움직임이 대규모로 시작되는 것이다.

은퇴 후 살기 좋은 곳은 자신의 성격과 기준에 따라 정해야 한다.

유행에 따르거나 주위 사람을 좇아 주거 공간을 선택하면 후회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천한 ‘은퇴 후 살기 좋은 곳’이 제2의 인생을 계획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 공기 좋고 물 맑은 ‘명당’ 10선

우리땅걷기’ 신정일 이사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문화유산답사를 하며 전국을 떠돌았고,

남한의 8대 강을 따라 걸었으며, 한국의 산 400여 곳을 올랐다.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찾은 명당 33곳을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이라는 책에 담았다.

신 이사장이 소개한 33곳 중

아름다운 자연과 화합하며 은퇴 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10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1. 전북 김제시 금산면 청도리
‘미륵 신앙의 본고장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곳’

찾아가는 길 / 전주시 효자동에서 712번 지방도를 타고 중인리를 지나서 청도재를 넘으면 유각마을이 나온다.

그곳에서 귀신사가 가깝다.

원평에서 금산사를 향해 가다가 백도동 삼거리에서 712번 지방도로를 따라 3㎞쯤 가도 된다. 그곳이 귀신사가 있는 청도마을이다.

청도리에서 금구면 선암이로 넘어가는 고개가 살푸령재라고 부르는 싸리재다. 청도리 북쪽 전주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유각(有角)마을이 자리 잡고 있고, 하운동 북쪽의 터는 옛날에 말을 매던 곳이라는 마룻등이 있다.

미륵 신앙의 본고장이자 동학의 본산이며, 화엄적 후천개벽을 꿈꾸었던 강증산과 차경석의 텃밭이 바로 청도리다. 그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다는 사실이 결코 우연일 수는 없을 것이다.

 

청도리는 가끔씩 찾아가면 가슴이 훈훈해지고, 문득 오랜 기억 속의 이들이 못 견디게 그리워지게 만드는 땅이다.

청도리 어느 곳이건 머물면서 귀신사 일대를 거닐며 한가함을 누리고 산다면 얼마나 마음이 풍요로울까.

명당이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땅일 것이다.



2. 경북 성주군 월항면 대산동의 한개마을
‘왕실의 태실이 있는 명당 중 명당’

찾아가는 길 / 성주군 성주읍에서 대구로 이어지는 30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가 백천을 지나 한진화학에서 4번 군도를 따라 3㎞쯤 가면 한개마을에 이른다.

한개마을은 성산 이씨 집안이 터를 잡고 살아온 집성촌이다.

이 마을에는 기름진 땅이 펼쳐져 있고, 이천이라는 큰 내가 흐르고 있어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의 입지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그리고 마을 앞에 서면 높이 331.7m의 영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 산의 품에 포옥 안긴 듯해서 한개마을은 더욱 포근하게 느껴진다.

 

한개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월항면 인론리의 서진산에는 세종대왕 왕자태실이 있다.

그 앞의 태봉은 서진산의 한쪽 자락이 빙 돌아 감싼 양지바른 봉우리인데 풍수지리학상 명당 터로 알려져 조선의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대왕의 왕자들 태와 단종의 태가 모셔졌다.

전국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태실 가운데 가장 많은 태가 모여 있는 태봉은

장방형으로 평평하게 다듬어진 봉우리 꼭대기에 앞줄 11기, 뒷줄 8기 등 모두 19기의 태비가

두 줄로 길게 세워져 있다. 이곳은 주변의 골짜기와 개울들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 많아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라 안의 여느 민속마을처럼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은 많지 않지만

옛 멋을 그대로 간직한 채 한가롭고 포근함을 주는 곳이 한개마을이다.


3.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낙동강 물길이 휘감아도는 아름다운 땅’

찾아가는 길 / 안동시 도산면이나 봉화군 명호면 청량사 들어가는 길에서 35번 국도를 따라가면 낙동강과 만나는 곳이 있다.

도산면에서는 우회전하고 명호면에서 좌회전해서 좁은 마을길을 들어가면 나타나는 마을이 가송리다.

퇴계 이황이 강가에 늘어선 소나무를 보고 ‘참으로 아름답다’라고 했던 것에서 ‘가송’(佳松)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가사리가 있고, 서쪽에는 쏘두들마을이 위치한다.

청량산을 내려와 도산서원을 거친 뒤 육사 시비를 지나는 길이 강을 따라 이어진다. 후세 사람들은 이 길을 퇴계오솔길이라고 부른다. 퇴계오솔길을 따라 걷다가 산길을 돌아가고 백운지교를 건너면 단사마을에 이른다.

 

논과 밭의 흙들에 유난히 붉은 빛깔의 모래가 많아 마을 이름을 ‘단사’(丹砂)라고 지었다.

이 마을은 예로부터 살기 좋은 곳으로 이름이 나 1970년대까지도 100여 가구가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50여 가구만 남아 있다. 퇴계 이황의 자취가 짙게 배어 있는 가송리 일대는 눈길 던지는 곳마다 자리 잡고 있는 절경이 더없이 풍요로운 곳이다.

후학에게 가르침을 베풀고 강을 벗삼아 걸음을 옮겼을 퇴계의 흔적을 더듬으며

흐르는 강물에 세상의 걱정과 근심을 띄워 보내면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4. 전북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
‘자연이 빚은 명당 중 명당’

 

찾아가는 길 / 전라북도 임실군 오수면 오수에서 순창 동계면으로 이어지는 13번 국도를 따라서 가다 보면 삼계면에 이른다. 삼계에서 다시 13번 도로를 따라가면 동계면 현포리 연산 사거리가 나온다.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21번 도로를 따라가면 섬진강변에 자리 잡은 구미리에 이른다.

섬진강의 시인 김용택의 고향 마을인 덕치면 장산리 진메마을을 지나 천담, 구담을 거쳐 강물이 휘돌아가는 회룡마을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곳에 이르는 길들이 그냥 무심코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라 아무도 깨지 않은 새벽에 내리는 이슬처럼, 또 그 이슬을 맞으며 피어나는 연꽃처럼 아름다운 한 송이 꽃과 같다는 것을 천담리에서 강을 따라 내려가면 석전마을에 이르고, 강물이 휘돌아가는 회룡마을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요강바위가 있는 장구목에 이른다.

그곳에서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 강 길을 한참 따라가면 순창군 동계면 구미리에 이른다.

거북바위가 있어서 마을 이름을 ‘구미’(龜尾)라고 이름 지었다. 섬진강 주변 그러니까 적성면, 동계면, 인계면의 퇴적 암류와 응회암 지대의 깊은 골짜기를 흘러가는 강을 특별히 적성강이라고 부른다.

강의 물이 맑아 소녀의 눈동자 같다는 적성강은

섬진강 오백 삼십 리 물길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한적하다.

 


5. 전북 진안군 성수면 용포리
‘자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땅’

찾아가는 길 / 임실군 관촌면에서 진안군 마령면과 백운면으로 이어지는 55번, 49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가 진안군 성수면에서 좌회전하여 1번 군도를 따라 고개를 넘으면 반룡리에 이른다.

예로부터 피서지로 이름이 높았던 곳으로, 밀양 얼음골과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에 있는 풍혈냉천이 있다.

풍혈냉천에서 아름다운 섬진강 길을 따라 타박타박 내려오다가 강 건너를 바라보면 대나무 숲 사이로 빈집이 몇 채 보인다. 새로 만든 다리 아래로 손만 뻗으면 닿을 듯이 낮게 드리운 옛 다리 아래로 푸른 강물이 넘실거린다. 그 다리를 건너면 강가에 느티나무가 바짝 붙어 서 있는 마을이 용포리의 반룡마을이다.

물 맑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이다.

옛날에 놓은 다리와 새로 놓은 다리가 마을로 이어져 있는 한적한 풍경 속으로 흘러가는 반룡마을 앞 강물은 매우 넓다.

물막이 댐이 생기기 전만 해도 반룡마을 북쪽에는 형기소가 있었고,

남쪽에는 할미소가 깊은 수심을 자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물이 들어차면서 강의 곳곳에 소가 생기면서 그 이름을 가졌던 소는 이제 분간할 수가 없다.

 


6. 경북 봉화군 봉화읍 닭실마을과 청암정
‘택리지에 기록된 삼남의 4대 명당’

 

찾아가는 길 / 봉화읍 삼계리 사거리에서 춘양목으로 이름이 높은 춘양과 울진 방향으로 난 길을 1.1㎞쯤 가면 영동선 철교가 있고, 그곳에서 보이는 마을이 유곡리다.

경북 봉화군 봉화읍 유곡 마을의 청암정은 한적한 산기슭이나 강가, 서원에 딸린 것이 아니라 집 안에 있으면서도 높은 품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곡마을은 산자락 아래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마을로 유곡 권씨라고도 부르는 안동 권씨의 집성촌이다.

이 마을은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의 ‘금계포란형’ 명당이 있다고 해서 닭실마을이라고도 불린다.

마을 뒤쪽에 있는 산은 벼슬재 또는 배루리령, 백설령이라고도 부르는데, 동북 쪽에 있는 문수산 자락이 서남으로 뻗어내린 것이다. 하얗게 보이는 정상 부근은 마치 닭벼슬처럼 생겼다. 때문에 마을 서쪽의 산에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닭이 알을 품은 모양을 이룬다.

바깥세상과 소통이 용이하면서도 은자의 집처럼 숨어 있는 곳이 봉화이며, 봉화에서도 지세가 가장 좋은 곳이 바로 닭실마을이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이중환이 삼남(충청남도 · 전라남도 · 경상남도 세 지방의 총칭)의 4대 길지 중 하나로 꼽았던 것에

일말의 의혹도 품지 않을 만큼 정갈하고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는다.

 


7.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 운조루
‘풍요와 부귀영화가 마르지 않는 길지’

 

찾아가는 길 / 전남 구례군 구례읍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19번 국도를 따라서 가다 보면 토지면 소재지에 못 미쳐 지리산 쪽으로 다소곳이 숨은 듯 보이는 마을이 토지면 오미리다.

구례읍에서 베틀재라는 고개를 넘어서면 오미리 앞에 펼쳐진 들에 하죽, 환동, 오미 등의 마을이 보인다. 꽃 피는 봄날에 이 마을에 가면 누구나 꽃이 되고 누구나 자연이 된다.

마을 앞으로 작은 내가 흐르고, 매화와 산수유가 흐드러진 오리골은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의 명당이 있다고 하여 환동(環洞)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명당 있는 곳에 으레 큰 집이 자리 잡듯, 이 마을에도 70여 칸 기와집인 운조루가 있다.

 

운조루 입구에 있는 안내 표지판에 따르면, 오미리 마을은 풍수지리상으로 노고단의 옥녀가 형제봉에서 놀다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금환낙지의 형상이라고 한다.

그곳을 찾아 집을 지으면 자손 대대로 부귀와 영화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이 몇 백년 전부터 전해내려 왔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지리산 부근에 있다는 청학동을 이곳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이처럼 명성이 자자했으니, 삼남의 4대 길지로 알려진 것도 당연한 일이다.

 


8. 경기도 남양주군 조안면 능내리
‘조선 최고의 명당’

 

찾아가는 길 / 덕소에서 6번 국도를 따라가다 팔당대교를 만나고 그곳에서 한강을 따라가면 팔당댐에 이른다.

팔당댐에서 2.9㎞를 가면 중앙선 철교 밑에 이르고 그곳에서 우회전하여 1.3㎞를 가면 정약용 생가 앞으로 주차장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강 중 가장 큰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 어우러지는 곳이 팔당댐이 있는 양수리다.

금강산 부근에서 시작하여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는 두 강줄기가 합수하는 모서리 가장자리라는 뜻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때 양수리 근처에 올라갔던 한 일본인은 두물머리를 내려다보고 “조선에도 이런 명당이 있었나!”하고 감탄했다고 한다.

 

두물머리에서 바라다보이는 조안면 능내리는 조선 후기 실학의 집대성자인 다산 정약용이 태어나고 말년을 보낸 곳이다.

능내리는 세조 때 좌의정을 지낸 서운부원군 한확의 묘가 있으므로 능안 또는 능내라고 했다.

비선골에는 한확의 신도비가 서 있는데 팔당에서 양서면으로 가는 길옆에 자리 잡은 그의 묘는 금까마귀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9. 경남 남해군 이동면 상주리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땅’

 

찾아가는 길 / 남해읍에서 19번 도로가 시작되는 미조면의 미조 포구를 향해 가다가 상주면에 이르면 남해 금산의 산 아래 상주리에 상주 해수욕장이 있다.

시인 이성복은 남해 금산을 물과 흙의 혼례로 규정했고, “남해 금산은 내 정신의 비단길 혹은 비단 물길 끝의 서기어린 산으로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존재할 것이다”라고 했다.

남해군 이동면 지역으로 상주개 또는 상주포라고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통폐합으로 상주리라고 했다.

 

상주리 남쪽에 있는 바위섬인 세존도는 중간에 배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구멍이 뚫려 있어서 남해 38경 중 하나다.

그림처럼 빛나는 상주 해수욕장에서 고개를 넘어가면 아름다운 포구인 미조 포구가 있다.

미조항은 작은 목으로 되었으므로 미조목 또는 메진목, 미조항으로 불렸다.

한려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미조리의 들목에 있는 장군당은 고려 말의 장군이 최영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다.

 


10.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계정마을
‘산중의 은신처’

 

찾아가는 길 / 영천시에서 28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보면 영천과 경주의 경계 부근에 안강휴게소가 있다.

그곳에서 6~7㎞를 가면 주유소가 나오고 그곳에서 조금 가다 좌회전하여 2㎞를 가면 옥산서원에 이른다.

답사를 나가서 하루나 이틀씩 머물다가 돌아와서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서 며칠씩 떠나지 않고 머무는 그런 곳들이 있다.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다.

경주군 강서면 지역으로 안강읍 옥산리와 영천시 고경면 오룡동 경계에 있는 자옥산 밑에 있어서 옥산이라 이름 지은 이곳에 아름다운 옛 절터인 정혜사와 옥산서원이 있다.

옥산서원의 누각 건물인 무변루를 비롯해 수많은 문화유산이 숨어 있는 옥산서원과 정혜사지 근처에 터를 잡고 산다면 ‘문만 걸어 닫으면 바로 이곳이 오지 같은 산중이다’라는 글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한없이 느긋해지며 일변 쓸쓸해질지도 모르겠다.

- 정리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자료제공 ‘대한민국에서 살기 좋은 곳 33’(신정일 지음, 랜덤하우스)

 

 

 

● 레저와 건강을 위한 ‘실버 타운’과 ‘레저 시설’

 

실버타운 · 전원마을 어디가 좋을까

레저와 건강뿐 아니라 소일거리 있으면 금상첨화

삼성노블카운티에서 당구를 즐기고 있는 모습. <삼성 노블카운티 제공>

도시민 중에는 직장에서 혹은 생업에서 은퇴한 이후 막상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이 많다. 전원생활을 하고 싶거나 복지센터 · 실버타운에 들어가고 싶지만, 과연 온전히 생활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은퇴 이후 살기 좋은 곳은 없는지, 소일거리는 물론 문화 · 레저 생활을 즐기는 데도 부족함 없이 살 수 있을 만한 곳은 없는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은퇴 이후 삶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1. 삼성 노블카운티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노블카운티는 주거와 첨단 의료 서비스, 요양, 문화, 스포츠 · 레저 등

안락한 노후생활을 보내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선진국형 실버타운이다.

2001년 5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개원한 삼성 노블카운티는

22만4400㎡(약 6만8000평) 부지에 540여 세대가 입주해 있는 대규모 실버타운이다.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 노블카운티 전경.

 <삼성 노블카운티 제공>

이곳에 입주하면 주거동에서 생활하면서 생활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를 비롯해 각종 편의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주거동에서 생활하다가 건강이 악화할 경우, 또 지속적인 간호가 필요할 경우에는 ‘너싱홈’(요양병원)으로 옮겨 의료·간호 서비스를 받는다.

실버타운의 걱정거리 중 하나가 ‘노인층의 고립 문제’다. 노인만 살기 때문에 아무리 문화생활을 즐긴다 해도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을 떨쳐낼 수는 없다.

노블카운티는 서울에서 40여 분 거리에 있어 언제든 자녀를 볼 수 있다. 특히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모든 시설을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해 노인들이 손자 · 손녀, 지역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다.

주거동은 노인들을 위해 문턱 없는 실내, 미끄럼 방지 타일, 주요 동선에 핸드레일, 긴급 호출 버튼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설계했다. 가사 서비스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도서관, 금융센터, 여행사 등이 있는 생활문화센터와

실내수영장, 휘트니스센터, 골프 연습장 등을 갖춘 스포츠센터는 노블카운티의 자랑이다.

비용은 비싸다.

120㎡(36평형)에 부부가 입주할 경우 4억~5억 원의 보증금을 낸 후

약 260만 원의 생활비를 매달 납부해야 한다. 보증금은 퇴소 시 전액 환불해준다.

 


2. 김제노인복지타운

전북 김제노인복지타운 내에 있는 노천극장.

<김제노인복지타운 제공>

전북 김제시가 계획해 조성한 대표적인 ‘전원형 실버타운’이다. 그동안 김제시가 운영하다 지난 7월 민간사업자에 위탁, 운영을 맡기고 있다.

김제는 워낙 땅 좋고 물 좋은 지역으로 소문난 곳이어서 김제노인복지타운의 주변 환경은 아주 좋다.

노인만을 위한 전문 복지타운이어서 입주하는 데에도 제한이 있다. 60세 이상 노인이어야 하며 입주 당시 신체가 건강해야 한다.

일단 입주하면 복지타운 내에서 웬만한 것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 이 · 미용실을 갖춰놓고 있으며 체력단련실, 당구장, 탁구장, 배드민턴장 등 스포츠·레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김제노인복지타운은 요일별로 레저 ·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생활체조와 풍물교실, 챠밍댄스, 탁구교실, 건강기공 등을 요일에 따라 운영함으로써

노인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밖에 복지타운이 운영하는 가요교실과 요가교실 등도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데 일조한다.
전문목욕실, 물리치료실은 물론 병실과 진료실도 갖춰었다. 전문요양시설도 마련돼 있다.

다만 중증 노인성 질환 환자라면 요양시설에 따로 입주 신청을 해야 한다.

 


3. 경남 남해군 ‘남해귀향마을특구’

경남 남해의 독일마을. <한국농촌공사 제공>

‘독일마을’로 유명한 경남 남해가 ‘귀향마을’로 특화하고 있다. 남해귀향마을특구의 가장 큰 특징은 해외 교포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해외에 나가 살던 사람이라면 조국을 그리워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조국에 돌아왔지만 막상 적응하며 사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다른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해 남해군이 마련한 것이 귀향마을특구다.

남해군은 이미 독일에서 일하다 은퇴한 교포들이 입주해 살고 있는 독일마을 외에도 앞으로 미국마을, 일본마을 등을 차차 준비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내 도시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마을도 조성해

교포뿐 아니라 국내 은퇴자들을 위해 ‘전원 속 도시형 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우리나라 남단의 청정지역 남해에서 은퇴 후에도 자연과 벗하며 도시형 삶을 이어갈 수 있다.

특히 근처에 힐튼남해골프앤드스파리조트 등 레저 시설이 있어 레저를 즐기는 데도 무리가 없다.

 


4. 충남 홍성 ‘은퇴농장’

충남 홍성 은퇴농장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모습들.

<은퇴농장 김영철 대표 제공>

김영철 대표가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대표적인 사설 은퇴농장이다. 현재 13세대가 공동체생활을 하며 사이좋게 살고 있다.

 

은퇴농장의 가장 큰 특징은 하숙 개념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대부분 억대에 달하는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월 생활 · 관리비로 65만 원만 내면 된다. 생활 · 관리비의 액수는 누구나 동일하다.

은퇴농장의 김영철 대표는 “은퇴농장은 진정한 서민들을 위한 농장이자 전원마을”이라며

“환급받을 때 그 과정이 어려운 보증금을 처음부터 받지 않고 매달 일정하게 생활비만 내면 된다”말했다.

직접 일을 하고 그에 따른 소득을 창출함으로써 보람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은퇴농장의 장점이다.

은퇴농장 내에는 오락 · 문화시설이 거의 없다.

따라서 오락과 문화를 즐기며 노후를 보내고 싶은 은퇴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은퇴농장은 오락문화를 즐기는 사람보다 비록 산업 전선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일하는 데 목말라하고, 일하는 데서 보람과 즐거움을 찾는 은퇴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김 대표는 “오락 · 문화시설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지역에 있기 때문에

굳이 농장 내에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다”며 “군의 중심지로 나가 오락문화를 즐기는 것이

오히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5. 아름다운 은빛농장

 

강원 홍천에 있는 아름다운 은빛농장은 낭만과 운치를 갖춘 곳이다. 높이 575m의 청정지역인 아미산 기슭 3만3000여㎡ 부지에 자리 잡고 있어 은퇴 이후 노후를 자연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수려한 경관과 어울린 집, 고라니 · 반딧불이 · 쉬리 · 가재 등 야생동물, 손수 가꾸는 텃밭 등이 노후에도 여유로운 삶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은빛농장은 뛰어난 주변 환경 외에도 다양한 오락·문화시설을 자랑한다.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당구장, 탁구장 등이 갖춰져 있고 노래연습실이 있으
며 예술촌과 연계해 도예 · 목공예 · 회화 등 미술 취미를 즐길 수도 있다.

은빛농장은 또 즐겁고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것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기건강검진을 하며 찜질방과 온천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거리를 빼놓을 수는 없는 법.

은빛농장은 각 세대별로 텃밭과 가축농장을 운영할 수 있게 해 소일거리도 선사한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 거리여서 도시에 사는 자녀들과 만나는 데도 그다지 불편하지 않다.

주변에 팔봉산, 가리산 등이 있고 용소계곡, 가령폭포, 홍천온천 등 관관명소가 즐비해 볼거리가 많다.

현재 23~43㎡(7~13평)까지 크기에 따라 30여 세대가 마련돼 있다.

입주할 때는 5000만~8000만 원의 입소 보증금을 내고

월 관리비로 1인일 경우 55만 원, 부부일 경우 100만 원을 내야 한다.


 

6. 경기 양평 은퇴농장

경기 양평군 옥천면 옥천리에 자리 잡고 있는 양평 은퇴농장은

15여 가구 규모의 아담한 은퇴자 전원마을이다. 33~56㎡의 다양한 주택이 마련돼 있다.

양평 은퇴농장 입주자들은 입주 후 자신의 텃밭에서 채소를 가꿀 수도 있고 토끼 등 가축을 기르면서

안락하게 살 수 있다.

양평 은퇴농장의 최대 장점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대도시와 가깝다는 점이다.

은퇴 이후 전원생활을 하면서 도시에 있는 자녀들과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 직접 도시로 나가는 데도 시간적 · 체력적인 소모가 적다.
양평 은퇴농장은 은퇴 도시민들에게 은퇴 후에도 소일거리를 마련해줄뿐 아니라

이를 통해 작은 소득도 창출하게끔 도와준다.

식사와 집안 관리는 농장에서 책임지기 때문에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상대적으로 적어

여유로운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다. 입주자 연령은 특별히 제한하지 않아

젊은 사람이라도 전원생활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입주할 수 있다.

-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 도움 : 한국농촌공사 도농교류센터, 한국노인복지시설협회

 

 

 

●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곳

지자체 11곳 귀농자 조례 마련… 사업보조비 등 재정지원 혜택

귀농학교가 개최한 ‘농촌취업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표고버섯 재배 농가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경향신문>

은퇴 후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2005년 10월 농어업·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가 도시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도시민 중 56.1%가 농어촌으로 이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혀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정작 귀농을 실행하는 사람은 조사 결과에 비해 훨씬 적다. 불편함이 많기 때문이다.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은 귀농을 망설이게 하는 불편사항으로 ‘의료 시설 미비’ ‘교육 환경 열악’ ‘생활 편의 시설 부족’ 등을 꼽았다.

정부와 지자체는 농촌의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막기 위해 귀농을 계획하는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와 여러 가지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

또 귀농을 가로막는 불편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5년 정부는 농촌 생활환경과 교육 · 복지 · 문화 여건을 개선하는

‘농림어업인 삶의 질 향상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한 전남 강진을 시작으로 지자체들은 ‘귀농자 지원 조례’를 마련해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2008년 9월 현재, 귀농자 지원 조례를 마련한 곳은 전북 고창, 전남 곡성, 전남 나주, 전북 무주,

충남 부여, 전북 순창, 경북 영양, 전북 장수, 전남 화순, 제주도로 모두 11곳이다.

상주 등 4곳엔 귀농지원센터


귀농을 계획한다면 지자체가 조례를 마련한 곳을 우선 선택하는 것이 좋다.

11곳의 지자체가 마련한 귀농자 지원 조례는 강진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어서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전국귀농운동본부 안동균 간사는

“조례에 따르면 귀농한 사람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이사비, 집 수리비, 귀농 교육비도 혜택을 받는다”면서

“재정적인 지원도 좋지만, 무엇보다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의 공무원들이 귀농인에게 논스톱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귀농 후 농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귀농인에게는 최고 3000만 원 한도에서 사업보조비도 받을 수 있다.

선배 귀농인이 설립한 ‘귀농지원센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귀농학교를 졸업하고 귀농한 후 귀농을 계획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센터다.

2008년 9월 현재 경북 상주, 충남 홍성, 전북 완주, 충북 괴산 4곳에 설치되어 있다.

경북 상주에 있는 제1호 귀농지원센터는 귀농학교 출신의 이명학씨가 만든 곳으로

귀농을 계획한 이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풀무학교, 풀무생협, 오리농법 등으로 널리 알려진 충남 홍성은 귀농 1번지로 유명하다.

이곳에 2호 귀농지원센터가 마련되어 있는데, 귀농학교 출신의 이환의씨가 맡고 있다.

 

전북 완주에는 부안에서 농사를 짓다가 완주로 이주한 송광섭씨가 3호 귀농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면 단위 동네에서 보기 힘든 ‘친환경 농산물 직판장’까지 갖추고 있다.

 

정기적인 귀농자 모임이 꾸준히 지속되는 대표적인 곳은 충북 괴산이다.

이곳에는 차광주씨가 운영하는 4호 귀농지원센터가 마련되어 있다.

괴산은 귀농자 모임이 군 전체를 관할하고 면 단위별로 연락책이 있을 정도로

귀농자 모임이 활발히 운영되는 지역이다.

귀농을 계획한다면 ‘귀농자 지원 조례’가 마련된 곳이나

귀농학교 출신의 귀농인이 운영하고 있는 귀농지원센터가 설치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귀농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으려면

전국귀농운동본부(02-2281-4611, www.refarm.org)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 2008 09/23 경향, 뉴스메이커 792호

-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Kevin Kern / Le Jardin(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