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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근대문화유산 29 ]
◆ 춘천문화원 ◆
역사와 공간, 자연이 어우러진 건축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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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물은 본래 문화원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강원도 도지사 관사(이하 관사라 함)로 만들어져 도지사 숙소로 사용되어 오다가, 1999년 3월 춘천문화원이 이곳으로 입주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중앙은 물론 지방의 주요 관료들도 군인 출신들이 지배하는 관선시대였다. 이 관사 역시 공병대의 도움을 받아 지은 것인데, 현재까지 실내의 일부를 빼고는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건물 주위에 나무를 많이 심어 외부사람의 시선을 차단하였다는 점에서, 당시 고위 인사들이 이곳에서 도정(道政)을 논의하거나 상류층의 접객장소로 배려되었음을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확연히 알 수 있다. 왼쪽으로 휘어진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면 작은 규모의 건물에 툭 튀어 나온 캐노피(canopy)를 만나게 된다. 왕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장식물이었다. 실내에서뿐만 아니라 왕이 밖으로 행차할 때 커다란 우산을 양쪽에서 받쳐 왕의 품위를 유지하고 권위를 표출하는 도구이기도 했다. 이 ‘캐노피’가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건물 주 출입구를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마당으로 들어가면서 정면에 보이는 것이 파사드(건물의 정면)요 출입구이므로, 예나 지금이나 많은 건축가들이 이곳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시각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캐노피를 외벽으로부터 무려 8m나 돌출시켜 놓았다. 현관 부분과 돌출부의 2m를 제외하더라도 4m 폭이나 되는 공간이 측면으로 열려 있다. 보통은 현관을 마주보며 진입하지만, 여기서는 돌출부의 지지대로 인하여 측면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는 일반적으로 관공서나 군지휘소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는 차량이 직접 현관 입구까지 진입하여 승 · 하차시 편리하도록 배려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캐노피의 하중을 지탱하는 V자형 기둥은 일종의 ‘승리’나 ‘결의’를 상징하도록 의도적으로 만든 것처럼 보인다.
이는 관공서의 대칭적 배치가 권위적 상징으로 통하던 당대에 비추어 볼 때 파격적인 형태로서 당시 설계자의 의도 혹은 도지사의 건축적 식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계단실의 창과 난간 벽이다. 지붕 위로 치켜 올린 긴 수직창은 계단실은 물론 2층의 중복도 내부 깊숙이 많은 빛이 들어오도록 배려되었다. 또한 50cm 남짓한 난간에 걸레받이, 난간벽, 황동 손잡이를 조화롭게 처리하였다. 특히 계단참 모서리에서 꺾이는 콘크리트 난간 벽과 황동 손잡이를 부드럽게 곡선으로 처리하여 세밀한 시공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미니 홀을 만나게 된다.
이곳을 통하여 복도로 연결되고 각방이나 2층의 발코니로도 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1층에서 통합되어 있는 긴 원통형 공간은, 2층에서 두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완벽한 반원통형의 미니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이곳에서 한 잔의 차를 마시면서 개별적인 만남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또한 관사에서 가장 넓은 2층의 연회장인 듯한 공간은 한쪽벽 대부분을 긴 창으로 설치하여 발코니와 외부와의 연속감을 주도록 배려되었다. 1960년대 초 어려웠던 경제 상황이나 건축의 사회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보기 드문 근대건축물로 인정받아 2004년 9월 4일 등록문화재 107호로 등록 · 관리되고 있다.
또한 관사를 지을 당시 심었던 은행나무며 잣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단풍나무, 호두나무 등도 주목되는데 이들 나무도 건물의 일부분임에 틀림없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은행나무 밑둥은 직경 1m가 넘고 하늘로 뻗어 올라간 가지는 관사를 포옹이라도 하듯 건물 높이의 서너 배 이상 자라 있어, 도심 속 작은 오아시스를 연출하고 있다. 문화란 역사와 공간,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것임을 이 관사를 통하여 느낄 수 있다. | ||||||||
- 2008-10-27, 문화재청, 문화재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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