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주짱의 하늘꿈 역사방

지켜(연재자료)

승정원일기 연재 - 10.. 노인복지 정책

Gijuzzang Dream 2007. 11. 3. 18:14


10. 노인복지 정책  


 

덕 높은 노인, 왕 앞에서도 편히 앉을 특권

'명예를 높이는 봉양' 초점

 

“저의 아비 통정대부 권수도는 금년에 나이가 100세인데, 본도의 응자노인초계에 누락되어 품계를 올려주는 은혜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이에 와서 호소합니다.”


 이것은 경상도 안동에 사는 유학 권일성이라는 사람이 올린 호소장이다. 조선시대 노인복지 정책이라 하면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응자노인초계(應資老人抄啓)’이다. 이는 70세 이상 된 노인에게 품계를 올려주기 위한 것으로 해마다 1월이면 각 도의 관찰사가 명단을 작성하여 올렸는데, 당시 정기적으로 시행했던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였다.


위의 호소장은 바로 이 응자노인초계에 누락되어 품계를 받지 못한 노인의 아들이 올린 것으로, 지방 관찰사를 통해 중앙 정부에 올려지고 인사를 담당한 부서인 이조에서 임금에게 아뢰어 허락을 받는 절차를 거쳤다. ‘승정원일기’에는 이러한 호소장이 거의 매달 몇 건씩 나온다. 이러한 사실은 이 정책이 1월에 한 번 시행하는 형식적인 정책으로 끝나지 않고 1년 내내 신고를 받아 그때그때 품계를 올려줄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실질적인 혜택이 가도록 했다는 것을 반영한다.


노인 봉양은 유교 사회의 기본적인 교육 이념이었다. 옛날 중국 주나라에서는 학교를 상(庠)이라고 했는데, 맹자는 그 교육 이념을 ‘노인 봉양’으로 규정했다. 그러니 노인복지에 대한 인식은 사실 유교 사회의 효를 바탕으로 한 노인 봉양 정신에서 비롯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교육 이념은 일반 사람들의 교육에서뿐만 아니라 왕을 위한 수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왕을 위한 수업으로는 아침에 하는 조강(朝講), 낮에 하는 주강(晝講), 저녁에 하는 석강(夕講)이 있다. 이 외에도 야대(夜對), 소대(召對), 일강(日講), 별강(別講) 등 ‘승정원일기’에 나오는 이름만 해도 수없이 많은데, 이에 대한 기록에서 왕을 가르치는 신하가 노인 봉양에 대해 강조하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루는 고종이 ‘소학’을 공부하다가 “상(庠)이란 무슨 뜻이오?”라고 물었다. 신하는 “옛날 성스러운 임금이 노인을 존중하는 법에 정성을 다하고 노인을 대하는 예에 마음을 다한 것이니, 노인을 우대하고 현자를 존숭하는 것이 천지가 만물을 생성하는 은택과 같은 것입니다”라고 답했으니, 이때는 고종이 즉위한 해로 나이 겨우 12세였다. 나라를 다스리는 왕을 만물을 생성하는 천지에 비유하면서 이 어린 왕에게 정치의 근본이 ‘노인 봉양’과 ‘현자 존숭’에 있음을 은연중에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1668년(현종 9) 11월 이경석이 현종으로부터 궤장을

                  하사받는 장면을 그린 ‘지영궤장도’>

 

노인으로서 가장 영광스럽게 여기는 것은 역시 나라에서 궤장(궤杖)을 내리고 궤장연을 베풀어주는 것이라 하겠다. 궤는 편안히 기대앉을 수 있는 의자이고 장은 지팡이인데, 왕 앞에서도 의자에 기대앉고 지팡이를 짚을 수 있는 특권을 주는 것으로 나이는 물론이려니와 덕이 높은 노인에게 내려지던 것이었다.

고종은 나이와 덕이 모두 높은 영돈녕부사 김좌근에게 궤장을 하사하고, 궤장연을 성대하게 베풀어주라는 명을 내리면서 ‘나라의 가장 큰 상서’라고 하기까지 했으니, 국가에서 노인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던가를 알 수 있다.


‘승정원일기’에 나타난 노인복지 정책을 살펴보면 대체로 명예를 높이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노인은 풍부한 경험과 지식으로 옛 전통을 전달하는 주체로 확립되어 있었으며, 나라에서는 노인의 그러한 위치를 중요시했던 것이다. 노인의 경제적인 문제는 애당초 문제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전통과 역사를 무시한 교육에서 현대의 노인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너무나도 당연했던 노인 경제가 오히려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10월2일, ‘노인의 날’에 보도된 어느 기사를 보니,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 정도가 경제적인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노인의 연령은 연장되고 있는데 경제력은 오히려 줄어드는 실태가 안타깝기만 하다.

- 선종순/ 민족문화추진회 전문위원

- 경향, 2006년 10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