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이 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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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에서 몇 년 전 한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회의 명칭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몇몇 전시품에 평양의 위성사진이 들어 있었다. 평양의 한 시가지를 아주 정밀하게 내려다본 사진 앞에 발을 멈췄다. 전시 관계자는 위성사진을 설명하면서 북한의 실향민들이 자신의 옛집과 동네가 나오는 위성사진을 주문해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첨단 시대에 걸맞은 상품임에 틀림없었다. 다른 차원의 생각이 불쑥 들었다. 위성사진이 어쩌면 백두산 정계비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이만큼 상세하게 나온다면 백두산 지역의 위성사진으로 1712년 그은 조선과 청의 국경선을 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1712년 백두산 정계비는 청의 요구대로 세웠다. 청나라는 자신들이 신성시하는 백두산 정상 또는 천지를 차지하고, 그 남쪽에 압록강과 토문강을 가르는 경계선을 만들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백두산 지리를 잘 몰랐던 청인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정계비를 세운 그 자리에서 흘러가는 강은 압록강과 토문강이었지만, 토문강은 두만강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강이었다. 이 실수는 170여 년이 지난 1885년 을유 감계담판(국경협상)에서 드러난다. 또 그런 실수가 170여 년 동안 묻혀 있을 까닭도 없다. 위성사진 하나만으로도 판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백두산 지역에 대한 위성사진 중 맨 처음 접한 것은 30m급 위성사진이다. 여기서 30m급이란 30m가 하나의 화소로 표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상에 30m의 물체가 점 하나로 나타난다. 여기에서는 백두산의 지리적 상황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다면 압록강과 토문강 그리고 두만강의 물줄기가 흘러가는 것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위아(주)의 도움으로 1m급 위성사진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또 북한군의 초소가 있어 국가정보원의 허락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1m급 위성사진은 정말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세밀했다. 백두산 향도봉에 새겨진 ‘혁명의 성산 백두산’이라는 글씨가 또렷이 보였다.
서울 지역은 그런대로 선명하게 나타나지만 백두산 지역은 1m급 위성사진처럼 그렇게 선명하지 않다. 일반인들이 정계비의 비밀을 풀 수 있을 만큼의 정밀 사진은 아니다. 하지만 흥미를 갖고 있다면 한 번 살펴보기 바란다. 두 강의 상류가 마치 오목렌즈 모양처럼 맞서 있다. 왼쪽이 압록강이고, 오른쪽이 토문강이다. 그 사이에 정계비가 있다. 물론 정계비는 위성사진에 나타나지 않는다. 위성사진으로 추적하면 북동쪽으로 가다가 갑자기 북쪽으로 꺾는다. 그리고 곧장 송화강으로 합류한다. ‘토문강은 송화강의 지류다.’ 이것이 위성사진이 말해주는 진실이다. - 2008 05/06 뉴스메이커 7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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