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며(시,서,화)
한밤중에 거문고 소리를 듣고 / 변종운
Gijuzzang Dream
2011. 11. 21. 20:38
한밤중에 거문고 소리를 듣고 |
깊은 밤 적막 속에 그 누가 청아하게 거문고를 타는가? 버스럭대는 뜰 앞의 낙엽 소리 갈바람이 숲속에 불어오누나 숨어 사는 이는 반도 못 듣고 쓸쓸히 앉아서 옷깃을 여미네 가을이라 귀뚜라미는 절로 울지만 불평한 심정을 어찌 다하랴 밝고 밝은 하늘의 달도 내 마음은 비추지 않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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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夜萬籟寂 何人弄淸琴 摵摵庭前葉 西風吹古林 幽人聽未半 愀然坐整襟 寒蟲秋自語 豈盡不平音 皎皎天上月 照人不照心 | |
- 변종운(卞鍾運 1790~1866) 〈한밤중에 거문고 소리를 듣고[中夜聞琴]〉 《소재집(歗齋集)》 (한국문집총간 303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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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고요한 가을밤에 홀로 잠 못 들며 시름에 잠겼는데,
어디선가 아련히 거문고 소리가 들려온다.
이따금 바람이 불어와 쏴하고 숲을 흔들면,
낙엽이 떨어져 정처 없이 구르고,
그 속에 흐르는 거문고의 청아한 음률은
애처로워 차마 더 들을 수 없다.
눈물을 애써 참으며 옷깃을 여민다.
가을이라 구슬피 우는 귀뚜라미도 어떻게 나를 달래줄 수 있으랴.
하늘에 밝게 떠서 천지를 비추는 달조차 이 마음을 몰라주는데 ……
이 시는 조선 후기에 역관(譯官)으로 활동하였던 변종운의 시이다.
조선 시대에 중인(中人)의 신분으로 문집을 남긴 인물들은
대부분 뛰어난 글 솜씨로 당대에 이름을 날렸던 분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신분적인 한계로 인해
능력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남긴 글에는 울분이나 한이 서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시 역시 쓸쓸한 가을의 정서를 점층적으로 표현하면서,
마지막 구절에서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세상에 대한
울적한 감회를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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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고전번역원, 고전포럼
- [한시감상 021] 2011년 11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