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재를 읽은 분들인데도, 여전히 구름으로 보인다는 것을 듣고
사물을 보는 눈이 바뀌는데 얼마나 많은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았다.
몇 개의 예만 보거나 내용을 읽어보아서는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나
100년의 습벽이 깨는 것이야 말로 혁명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보경사의 불단의 두 영기문을 채색분석하기로 결심하고 채색분석을 시도했다.(도 1의 위 영기문)
우선, 용의 입에서 양쪽으로 발산하는 것은 누구나 보아도 구름같이 보인다.
그러나 구름이 아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여러 겹으로 된 제1영기싹이다.
이어서 다시 제1영기싹이 갈라져 나와 그 갈래 사이에서 연봉 같은 것이 나오나
실은 만물이 탄생하는 것을 상징한다.
즉 제1영기싹 덩굴모양 영기문이 정형(定型)처럼 질서정연하게 전개되는 것이 아니고
자유분방하게 전개시켜 훨씬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영기문 밑에 그 원리 전개를 추상화한 스케치를 보면
또한 누가 보아도 식물 덩굴 같이 보이나 결코 식물이 아니다.
결국 구름도 아니고 식물덩굴도 아니며, 영기를 발산하는 것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영기문이다.
채색분석한 것 아래에 제1영기싹 덩굴모양 영기문의 전개과정의 정형과 변형을 같이 도해하여 두었으니
음미하기 바란다.
용과 연꽃이 결합하여 강력한 만물의 근원을 이루어 위대한 보살이 탄생
보살은 단지 연꽃에서 화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영기화생(靈氣化生)이라 해야
그 다음 도상을 보자.(도 1의 아래 영기문)
중앙의 연꽃에서 발산하는 것은 참으로 붕긋붕긋한 것이 구름같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제1영기싹을 붕긋붕긋하게 만들어
더욱 영화시켜서 운동감을 강하게 느끼게 하여 훨씬 역동적이다.
역시 갈래 사이사이에서 빨간 연봉 같은 모양이 나오는가 하면,
역시 빨간 색으로 칠한 영기싹으로 이루어진 다른 모양의 영기문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므로 갈래사이에서 무엇이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역시 아래에 정형과 변형을 도해하여 두었으니 한 번 그려보기 바란다.
이 두 가지 도상을 채색분석하여 보니, 결국은 용과 연꽃은 만물생성의 근원인 물을 상징하므로
이러한 도상이 가능하고, 결국은 용과 연꽃은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용의 입에서 혹은 연꽃으로부터 ‘영기’가 발산한다는 것을
아직도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더욱이 용 얼굴을 귀신의 얼굴로 보았으니 귀신의 입에서 발산하는 영기를 100년 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다!
따라서 영기를 형상화한 다양한 영기문을 아무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용과 연꽃이 결합하여 강력한 만물의 근원을 이루어 위대한 보살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용의 본질과 상징이 보살이나 여래의 본질을 넘어서서
더 근원적이라는 것을 파악하기 위하여 용흥사 출토 보살상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내가 해독해낸 조형언어는 국경을 초월하며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
용흥사(龍興寺)는 산동반도의 서북부에 위치하는 청주시(靑州市)에 있는 폐사지로
20년 전 400점에 이르는 충격적인 새로운 도상과 양식의 불상들을 대량으로 발굴한 적이 있다.
모두가 깨지기 쉬운 석회암으로 조각하여 만든 것으로 파손이 심한 편이지만
완형에 가까운 것도 더러 있다.
그 가운데 동위(東魏)시대 6세기의 보살상 한 점을 채색분석하려 한다.(도 2-1)
지난 글에서 용을 보는 자는 여래를 보리라고 했는데, 그것을 증명하려 한다.
원래 삼존불인데 파손되어 보살상만 남아 있다. 우리는 여전히 ‘보살의 연화화생’이라 부른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연꽃과 씨방이 분리되어 있으며,
씨방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단계가 있는지 알고 나면
나의 이론이 얼마나 정확한지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빨간 색을 칠한 영기문은 제1영기싹을 면(面)을 최초의 출발점으로 하여
그 영기문에서 용이 화생한다.(도 2-2)
그리고 그 용의 입에서 한 줄기 연꽃줄기가 나오는데
연꽃 좌우에서 제3영기싹을 면(面)으로 만든 영기문이 발산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팔메트 혹은 인동문이라 부르니 무슨 상징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그 갈래 사이에서 중심에 씨방 줄기가 연잎의 줄기들과 함께 길게 다발로 뻗어 나오는데
씨방은 연꽃과 분리되어 연꽃보다 더 큰 씨방에서 보살이 화생하는 도상이다.
우리는 그동안 씨방의 중요성을 지나쳤으므로,
그리고 용의 입에서 연꽃이 화생하는 의미도 몰랐으므로 오로지 연꽃만 보였던 것이다.
연꽃보다 더 근원적인 것이 씨앗=보주가 가득 찬 씨방이고
씨방이 나올 수 있었던 근원은 연꽃 좌우에서 발산하는 제1영기싹들의 갈래이며,
그리고 더 근원적인 것이 연꽃이며 그보다 더욱 근원적인 것이 바로 용이며,
더 나아가 용의 성립을 가능케 하는 가장 근원적인 것이 면(面)으로 된 제1영기싹이므로,
근본적으로 보살은 제1영기싹으로부터 화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연꽃과 용과 제1영기싹은 모두 만물생성의 근원인 물을 상징한다.
그러나 조형 상으로 영기싹에서 시작하여 용을 거쳐 보살의 영기화생하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연꽃에서 큰 용이 화생하는 과정을 만든다는 것은 조형 상 불가능하지 않은가.
그래서 항상 용의 입에서 연꽃이 나오는 도상만이 성립하고 있다.
이처럼 용과 연꽃, 제1, 2, 3영기싹, 연잎, 씨방 등이 모두 영기문들이므로
이들이 연속적으로 전개하여 만든 영기의 집적에서 화생하므로,
보살이 단지 연꽃에서 화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영기화생(靈氣化生)이라 부르는 것이다.
비록 아미타신앙 관련 경전에 연화화생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선업을 쌓은 중생이 죽은 후에 극락세계의 연못에서 연화 가운데 화생하여
영원한 행복을 누린다는 대목에서 뿐이다.
그러나 보살이나 여래가 연화화생한다는 내용은 경전 어디에도 없다.
이미 인도 고대 기원전 5세기경 대서사시 ‘마하바라타’에서 보다시피 창조신화에서,
천지가 열릴 때 세계는 바다였는데, 근본신 비슈누가 큰 뱀을 침대로 삼고 잠을 자고 있었다.
문득 비슈누는 창조를 시작하려는 의지를 가졌을 때, 그의 배꼽에서 연꽃이 나와 피며
그 연꽃에서 창조신 브라흐마(梵天)이 탄생하여 그 신(神)이 만물을 창조했다고 한다.
나는 여래나 보살의 연화화생은 바로 이러한 신화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지나친 것이 있으니 바로 ‘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