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원래 두 개였다?
달은 원래 두 개였다?
과학이 어렵다는 기존의 생각을 깨드리는 시간, 오늘은 달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가 준비돼 있습니다.
‘수천만 년 동안 지구에는 2개의 달이 떠 있었다’고 하는데요.
연구결과를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에릭 애스포그(Erik Asphaug) 박사와
스위스 베른대의 마틴 젓지(Martin Jutzi) 박사가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8월 4일자 ‘네이처’에 ‘달이 2개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우선 이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에릭 :
네, 정말 깜짝 놀랄 결과입니다. 달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면과 뒷면이 무척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달의 앞면은 우리가 ‘달의 바다(마리아)’라고 부르는 낮고 평평한 땅이 많아요.
이곳은 마치 용암이 흘러내린 것처럼 보이죠. 반면 달의 뒷면에는 평지가 적어요.
또 높고 거대한 산지로 이뤄져 있고요. 달이 왜 이렇게 생겼을까를 연구하다 결론을 얻게 됐습니다.
우리가 주로 보는 부분이 달의 앞면이죠?
달의 자전주기(달이 스스로 한 바퀴 도는 시간)와 공전주기(달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시간)가 같다 보니
지구에서 달의 한쪽 부분만 볼 수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마틴 :
그렇습니다. 지구에서 보이는 부분이 달의 앞면입니다.
우리가 달의 뒷면에 대해 알게 된 건 아폴로15호가 만든 달 지형도 덕분이죠.
달의 모습을 이해하려면 먼저 달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아야 합니다.
여러 가설이 있지만 이중 가장 유력한 건 ‘대충돌설’이에요.
대충돌설이라면? 어떤 행성들끼리 부딪치는 것 말인가요?
마틴 : 맞습니다. 태양계 초기, 지구는 화성만 한 크기를 가진 행성과 부딪혔는데요.
두 행성이 합쳐져서 지금의 지구가 됐고, 나머지 물질이 지구를 돌다가 다시 뭉쳐서 달이 됐다는 겁니다.
대충돌 때 생긴 영향이 워낙 커서 지구뿐 아니라 달 전체에도 마그마가 바다처럼 넓게 퍼졌을 겁니다.
이 마그마가 식으면서 딱딱해지고 달의 맨틀과 표면을 이루게 됐고요.
그렇다면 달 전체에는 마그마가 굳어서 만들어진 물질이 많겠네요.
에릭 :
네, 하지만 실제로 마그마가 식으면서 생긴 물질들은 달 전체가 아니라 달의 앞면에 주로 퍼져 있습니다.
신기하지 않으세요?
마틴 :
결국 달의 앞면과 뒷면에서 발견되는 물질이 다르다는 건데요.
이것도 두 개의 달이 부딪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각각을 이루고 있던 물질이 달랐을 테니까요! 와우! 지금 생각해도 심장이 뛰네요!
충돌하고 남은 물질들은 지구나 달로 끌려들어갔을 것 같은데요. 달이 하나 더 있는 게 가능한가요?
에릭 :
물론 대충돌 후 나머지 물질은 중력 때문에 지구나 달로 끌려갔죠.
하지만 달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은 어떨까요?
이곳에 있던 작은 천체들은 어느 쪽으로도 끌려가지 않겠죠.
덕분에 이런 지점에 있던 머무르는 천체들은 오랫동안 살 수 있습니다.
여기를 ‘라그랑주 지점’이라고 하고, 여기에 머무는 천체를 ‘트로이 소행성’이라고 해요.
우리 연구 결과 과거 지구와 달 사이에도 이런 ‘트로이 달’이 있었어요.
지름은 달보다 3배 작고 질량도 달의 4% 밖에 안 되는 작은 녀석이었답니다.
달과 같은 궤도를 돌던 트로이 달이 달과 부딪치고, 달의 뒷면에 산지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① 트로이 달이 초속 약 2.4㎞의 느린 속도로 달과 부딪힌다.
② 완전히 굳지 않았던 달 표면의 마그마가 트로이 달과 충돌해 일그러진다.
③ 트로이 달은 달과 합쳐져 혹처럼 보이는 높은 지형을 만들었다.
④ 시간이 지나면서 달은 다시 공 모양에 가깝게 변했다. 사진 출처 : 네이처
아하! ‘트로이 달’이라고 하니까 잘 이해가 되네요.
그게 ‘달의 뒷면’이나 달의 앞면과 뒷면을 이루는 물질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마틴 :
두 개의 달이 충돌했다는 걸로 그걸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트로이 달은 달고 따로 지구를 돌고 있었는데요. 아주 느린 속도로 달과 부딪치게 됩니다.
그래서 달의 뒷면에는 산지가 있고, 달의 앞면과 다른 물질이 된 거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보니
트로이 달과 달의 충돌속도가 초속 2.4km 정도일 때 지금의 지형이 나타났어요.
초속 2.4km라면 1초에 2.4km를 간다는 건데 그게 느린 편인가요?
에릭 :
일반적으로 소행성이 지구나 달에 부딪치는 속도는 초속 7~20km입니다. 여기에 비하면 아주 느린 편이죠.
보통 빠른 속도로 떨어진 운석은 커다란 구덩이(크레이터)를 만들고, 녹아서 없어집니다.
하지만 아주 느리게 충돌한 트로이 달은 녹지 않고 그대로 달에 합쳐졌어요.
그대로 합쳐졌다고요? 천천히 부딪쳐서 그런 효과가 나타난 건가요?
마틴 :
맞아요. 트로이 달은 아마 충돌한 부분에 빈대떡처럼 납작하게 들러붙었을 거예요.
그리고 이 부분에 높은 산이 만들어진 거죠.
또 트로이 달이 부딪치면서 원래 달에 있던 마그마는 옆으로 밀려나게 됐어요.
그래서 달의 마그마가 굳어진 물질은 주로 달의 앞면에 있는 거죠.
그러니까 달의 뒷면에 있는 높은 산지는 트로이 달이 천천히 붙어서 생긴 지형이라는 설명이네요.
또 달의 앞면과 뒷면을 이루는 물질이 다른 것도 충돌 때문에 마그마가 밀려갔던 거고요.
에릭 :
만약 달에서 찾은 암석이 만들어진 시기가 다르다면 우리 연구의 좋은 증거가 될 겁니다.
트로이 달은 달보다 크기가 작아서 마그마가 일찍 굳었을 겁니다.
먼저 암석이 됐다는 이야기죠. 하지만 달의 앞면은 트로이 달이 부딪칠 때까지도 완전하게 굳지 않았어요.
트로이 달이 부딪친 달의 뒷면에는 먼저 만들어진 암석이 있고,
달의 앞면에는 마그마가 늦게 굳으면서 만들어진 물질이 있겠죠.
마틴 : 달의 뒷면에서 찾은 암석이 달의 앞면에서 발견된 암석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면
우리의 가설을 증명하는 것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달의 뒷면에서 가져온 암석은 없답니다.
그렇군요. 앞으로도 연구할 게 많아 보입니다.
마틴 :
2009년부터 활동 중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달 궤도 탐사선(LRO)의 자료와
이번 9월에 발사될 달 중력장 탐사선(GRAIL)에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에릭 :
언젠가 달의 뒷면에 사람이 가서 암석 표본을 가져온다면 더 정확한 답을 얻을 수도 있겠죠!
- 동아사이언스, 항우연의 푸른하늘, 2011년 09월 0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