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일상)
색깔의 순서
Gijuzzang Dream
2010. 10. 20. 21:03
색깔의 순서
<빨주노초파남보>는 무조건 무지개를 연상시킨다.
무지개의 바깥에서 안으로 보는 색깔의 순서 <빨주노초파남보>는
빨강에서 보라까지 처지는 색깔 없이 어깨동무를 한 듯 느껴진다.
<빨 · 주 · 노 · 초 · 파 · 남 · 보>로 쓰면, 각각의 색깔이 더 또렷하게 홀로 있는 듯 느껴진다.
<빨/주/노/초/파/남/보>로 쓰면 색들의 단층처럼 느껴진다.
<빨,주,노,초,파,남,보>로 쓰면 빨강과 노랑 사이에 주황이 무슨 관계성을 맺고 있는 듯 보인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쓰면, 쉼표에 더한 여유까지 있어 보인다.
색깔이 변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쓰는가에 따라 받는 느낌이 다르다. 다르게 쓰면 다르게 보인다.
무지개 속에는 파랑과 보라 사이에 남색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청색도 끼어 있고 남보라색도 끼어 있다. 남청과 남보라도 셀 수 없이 많은 단계를 형성한다.
미묘한 색상 차이를 못보면 아주 없는 색이 되지만 보면 볼수록 빛띠가 다채롭다.
세상일 모두 자세히 살피면 다르게 읽힌다. 다르게 봐야 더 많은 것을 품는다.
<보남파초노주빨>이라 써도 틀린 것이 아니다. 읽은 방향이 다를 뿐 여전히 무지개다.
단풍철에 지는 색깔의 순서가 궁금하다.
- 이일훈, 건축가
- 2010년 10월19일 중앙 [사물과 사람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