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 - 이수스 전투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의 <이수스 전투>
미술 역사상 가장 장엄한 작품 중 하나
16세기 인물화가 주류를 이루는 유럽 미술에서 인물이 없는 풍경화를 처음으로 제작해 풍경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화가가 알브레히트 알트도르퍼다. 빛의 현상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자연과 풍경을 역동적인 빛으로 생생하게 묘사해 독일 미술에 혁신을 일으켰다. 미술 역사상 가장 장엄한 장면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은 기원전 333년 이수스 전투에서 승리한 알렉산더 대왕의 승리를 묘사했다. 기원전 336년, 젊고 패기가 넘쳤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내정을 안정시키고 3만 5천명의 군사와 전함 160척을 이끌고 정복 전쟁에 나섰다.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 3세는 정복 전쟁에 나선 알렉산드로스 군대를 봉쇄하기 위해 60만 군사를 끌어 모았다. 뛰어난 전술가였던 알렉산드로스는 페르시아 군대의 경계가 허술한 곳을 공격해 적의 야영지를 점령했다. 막대한 병사와 전차를 보유했음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 군대는 전멸하고 마케도니아인들은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다른 전투와 마찬가지로 이수스 전투도 살아남은 병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역사적 기록은 미약한 편이다.
신화에 나오는 장엄한 분위기를 창조하기 위해 해와 달을 동시에 화면에 그려 넣었다. 이 장면에 대한 설명문이 걸려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다리우스를 격퇴하다. 10만 명의 페르시아 보병과 1만 기의 기병이 전사하다. 다리우스는 1천 기에 불과한 기병과 함께 도망쳤으나 그의 어머니, 아내, 자식이 모두 포로로 붙잡혔다.”라고 적혀 있다. 패널 아래 고리와 줄이 화면에서 정확하게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가리키고 있다. 다리우스를 생포하기 위해 세 마리의 백마가 이끄는 황금마차를 타고 있다. 공포에 사로잡힌 다리우스는 뒤를 돌아보며 전차를 타고 도망가고 있고 그 옆에는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다리우스 여자 수행원들과 죽은 페르시아 군인들이 널려 있다. 고대 전투나 페르시아 양식에 대해 알지 못해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자신이 잘 아는 알프스나 도나우 강 유역의 자연 풍경을 토대로 그릴 수밖에 없었다. 건축가로도 활동한 경험으로 지중해 너머의 풍경을 조감도처럼 보여주고 있다. 고대의 역사와 후대의 풍경이 어울려 있는 이 작품은 기병대, 갑옷, 구름, 창을 든 병사 등 전투 장면이 사실적으로 그려졌지만 공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성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영웅적인 남녀 열여섯 명의 일화로 구성된 연작 중에 하나다. 16장의 작품 모두 완성하는 데 15년이 넘게 걸렸다. |
- 박희숙 서양화가, 미술 칼럼니스트 bluep60@hanmail.net
- 2008년 12월 23일, ⓒ ScienceTimes [명화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