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言)을 묻은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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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을 묻은 ‘말 무덤(言塚)’이 있다. 경북 안동 풍산에서 상주 쪽으로 난 지방도로를 따라 하회마을 입구 3거리를 지나 9㎞쯤 가다보면 오른편 야산에 고분 형태의 대형 무덤이 있다. 행정 소재지는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손상된 부분을 감안하면 무덤의 원래 크기는 지름 14m, 높이 5m쯤 돼 보인다. 무덤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는 한글로 ‘말 무덤’이라고 쓰인 안내 비석이 있다. 비석 뒷면에는 한자로 ‘言塚’이라고 쓰여 있다. 1990년 이 마을의 출향 인사들이 세웠다고 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오래전 이 마을에는 김녕 김씨·밀양 박씨·김해 김씨·진주 류씨·경주 최씨·인천 채씨 등 많은 성씨들이 살고 있었는데, 성바지 간에 사소한 말 한 마디로 인한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날 마을을 찾은 과객(過客)이 야산의 형세를 보고 “개가 짖어대는 형상을 하고 있어 마을이 시끄럽다”며 예방책을 일러줬다. 개의 송곳니 위치에 해당하는 동구 밖 논과 앞니 위치쯤 되는 곳에 2~3개씩 세운 것이다. 또 개의 아래턱에 해당하는 마을 왼쪽 ‘주둥개산’에는 험한 말들을 장사지낸다는 뜻으로 사발을 묻고 무덤을 만들었다.
이후 동네에 싸움이 없어지고 화목하게 지내게 됐다고 한다. 재갈바위는 경지 정리나 진입로 공사로 인해 마을회관 앞 등으로 옮겨졌다.
주민들은 말 무덤이 400~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일제 때부터 도굴꾼들이 여러번 파헤쳤으나 사발만 나왔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전해들었다” 이 마을 김병오 이장의 말은 교훈적이다. “주민들은 욱하는 감정이 생겨도 말 무덤이 떠올라 말을 가려 한다. 경박하고 험한 말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에 말 무덤이 경계(警戒)가 됐으면 좋겠다.”
예천군청도 관련 기록을 찾지 못한 채 군지(郡誌 · 1987년) 등에 전설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