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 떠나고(답사)

말(言)을 묻은 무덤

Gijuzzang Dream 2007. 11. 18. 18:59

 

 

말(言)을 묻은 ‘말 무덤(言塚)’이 있다.

경북 안동 풍산에서 상주 쪽으로 난 지방도로를 따라 하회마을 입구 3거리를 지나 9㎞쯤 가다보면

오른편 야산에 고분 형태의 대형 무덤이 있다.

행정 소재지는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수백년 풍파를 견디느라 허물어지긴 했지만 왕릉 못지않은 위풍당당함을 간직하고 있다.

손상된 부분을 감안하면 무덤의 원래 크기는 지름 14m, 높이 5m쯤 돼 보인다.

무덤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는 한글로 ‘말 무덤’이라고 쓰인 안내 비석이 있다.

비석 뒷면에는 한자로 ‘言塚’이라고 쓰여 있다.

1990년 이 마을의 출향 인사들이 세웠다고 한다.

이 무덤을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주민들에 따르면

오래전 이 마을에는 김녕 김씨·밀양 박씨·김해 김씨·진주 류씨·경주 최씨·인천 채씨 등 많은 성씨들이 살고 있었는데, 성바지 간에 사소한 말 한 마디로 인한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날 마을을 찾은 과객(過客)이 야산의 형세를 보고

“개가 짖어대는 형상을 하고 있어 마을이 시끄럽다”며 예방책을 일러줬다.

마을 사람들은 이에 따라 마을 입구에 개에게 재갈 물린 형상의 ‘재갈바위’를 세웠다.

개의 송곳니 위치에 해당하는 동구 밖 논과 앞니 위치쯤 되는 곳에 2~3개씩 세운 것이다.

또 개의 아래턱에 해당하는 마을 왼쪽 ‘주둥개산’에는

험한 말들을 장사지낸다는 뜻으로 사발을 묻고 무덤을 만들었다.

 

이후 동네에 싸움이 없어지고 화목하게 지내게 됐다고 한다.

재갈바위는 경지 정리나 진입로 공사로 인해 마을회관 앞 등으로 옮겨졌다.
50년 전만 해도 주민들은 말 무덤 앞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주민들은 말 무덤이 400~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일제 때부터 도굴꾼들이 여러번 파헤쳤으나 사발만 나왔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전해들었다”

이 마을 김병오 이장의 말은 교훈적이다.

 “주민들은 욱하는 감정이 생겨도 말 무덤이 떠올라 말을 가려 한다.

경박하고 험한 말 때문에 어지러운 세상에 말 무덤이 경계(警戒)가 됐으면 좋겠다.”

 

예천군청도 관련 기록을 찾지 못한 채 군지(郡誌 · 1987년) 등에 전설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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