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문화)

돈의 뿌리를 찾아

Gijuzzang Dream 2008. 9. 7. 14:23

 

 

 


 ‘돈’의 뿌리를 찾아

금을 찾아 산골로 몰려드는 신판 골드러쉬(gold rush)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금이나 은은 단지 귀금속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거래의 결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 사이의 거래는 애초에 물물교환으로 시작되었다.

이런 물물교환의 단계가 지나면 일정한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결제를 하는 단계에 이른다.

오늘날 같으면 돈이 이런 구실을 하겠지만 고대에 아직 돈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이 이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주먹만큼 큰 금덩이 하나면 집을 한 채

산다거나 손가락 정도의 은덩이면 소를 한 마리 산다거나 했던 것이다.

이렇게 금과 은이 결제의 수단으로 쓰이려면 이것의 무게를 정확하게 재야 한다.

금이나 은은 크기보다는 무게로 거래되었기 때문이다.

 

‘냥’  ‘돈’  ‘푼’은  귀금속 무게 재는 단위


돼지나 소처럼 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은 ‘근(斤)’이나 ‘관(貫)’과 같은 단위를 쓰지만,

금이나 은, 한약재처럼 무게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특별한 무게 단위를 쓰는데,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양(兩)’ ‘전(錢)’ ‘분(分)’이 사용되었다.

10分은 1錢, 10錢은 1兩이었다.

 

이와 같은 무게의 단위가 우리 민족에게도 그대로 전해져서

오늘날 ‘냥’ ‘돈’ ‘푼’과 같은 우리식 단위가 쓰이게 된다.

‘냥’은 한자어 兩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고,

‘돈’은 錢의 뜻을 따 온 것이며

‘푼’은 分의 중국식 발음을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금 1냥의 1/10은 1돈이고, 1돈의 1/10은 1푼이 되는 것이다.

때로 사람들이 ‘냥쭝’이나 ‘돈쭝’과 같은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때의 ‘쭝’은 물론 重으로서 ‘한 냥쭝’은 ‘한 냥의 무게’, ‘한 돈쭝’은 ‘한 돈의 무게’라는 뜻이다.

이처럼 ‘냥’ ‘돈’ ‘푼’은 원래 귀금속의 무게를 재는 단위로 쓰이던 말이었다.

물건의 거래가 많아지고 일상화되면 결제의 수단으로 쓰일 금과 은도 많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금이나 은이 무한정 구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거래를 금과 은으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런 단계에 이르면 비로소 화폐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초기의 화폐는 우리가 ‘엽전’이라고 부르는 모양의 것이었다.

이 엽전은 금이나 은보다 훨씬 가치가 낮은 금속으로 만들되,

엽전의 앞면에 일정한 돈의 가치를 표시함으로써 국가가 명목상의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엽전을 주조하면서

국가는 이 엽전의 가치는 은 1푼의 무게에 해당하는 가치를 갖는다는 식의 규정을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엽전의 실질 가치는 은 1푼에 못 미치지만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치는 은 1푼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엽전을 ‘1푼’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이처럼 ‘푼’이란 애초에 금이나 은의 무게를 재는 단위였으나

나중에는 그 가치에 해당하는 엽전의 단위 이름으로 행세하게 된 것이다.

‘냥’과 ‘전’도 마찬가지였다.

 

 

많지 않은 돈 ‘돈푼’이나 ‘돈냥’에 남은 ‘푼’과 ‘냥’ 


17세기 이후 조선에서도 엽전이 상용화되었는데, 국가가 정한 일정한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그 이름 대신 ‘냥’ ‘전’ ‘푼’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였다.

그래서 열 푼이면 일 전이요, 십 전이면 한 냥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돈이 한 푼도 없다’처럼 매우 적은 양을 가리킬 때 이 ‘푼’이 쓰이며,

‘면회라도 자주 오는 사람은 근무자에게 돈푼이나 집어 주어 비위를 맞춘다.’(황석영, 어둠의 자식들), ‘투전을 하여 요행 돈냥이라도 생기면 그것으로 술을 먹었다’(김동인, 운현궁의 봄)처럼 많지 않은 돈을 가리킬 때 사용되는 ‘돈푼’이나 ‘돈냥’에 ‘푼’과 ‘냥’이 남아 있다.

엽전에서 종이 화폐로 발전하면서 돈의 단위도 달라지게 되었다.

가장 큰 단위인 ‘냥’ 대신 ‘환’ 또는 ‘원’이라는 단위가 쓰이게 되었던 것이다.

 ‘환( )’이나 ‘원(圓)’은 모두 본뜻이 ‘둥글다’는 의미이니

아마도 과거의 엽전 모양이 둥근 데서 생긴 말일 것이다.

‘환’과 ‘원’의 1/100을 ‘전(錢)’이라 했는데

이 ‘전’은 물론 과거 ‘냥’의 1/10을 가리켰던 단위를 가져다 쓴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들은 아직도 이 ‘전’을 사용한다.

1달러의 1/100 단위인 센트(cent)를 이들은 요즘에도 ‘전’이라 부르곤 하는 것이다.

애초에 금이나 은의 무게를 재는 단위였던 ‘전’이

조선 시대 엽전의 시기를 지나 종이돈을 가리키다가

급기야는 미국의 동전을 가리키는 단위까지 발전한 것이다.

무게의 단위였던 ‘전’은 중국 당나라 시절에는 화폐의 단위로 쓰였으니,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서야 화폐의 단위 구실을 했던 우리보다는 매우 앞섰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전(錢)’의 뜻인 ‘돈’이라는 말의 역할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돈’은 오늘날에도 금과 은의 무게 단위로 쓰이지만

한편으로 money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렇다면 일반 명사 ‘돈’도 원래는 귀금속의 무게 단위 명칭에서 그 의미가 변한 것으로

해석해야 옳을 일이다.

 

- 이기갑, 현 목포대 국문과 교수 kiglee@mokpo.ac.kr

- 2008-07-25 ⓒ 전라도닷컴

 


 

 

 

돈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이 엄숙하고 성스럽듯이 초기의 원시화폐는

신에게 바치는 일종의 지불수단이었다.

 

우리의 삼국유사에서도 그런 대목이 나온다.

신라 경덕왕(760년) 때 월명사(月明師)가 죽은 누이동생을 위해 재를 올리고

향가를 지어 제사를 지냈는데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가사가 보인다.

“風送飛(紙)錢資逝妹 … ”(바람은 紙錢을 날려 죽은 누이동생의 路資로 삼게 하고 … )

 

혹자는 이것을 누이동생의 혼이 극락세계로 가는 도중에 여비로 쓸 수 있도록 지전(紙錢),

즉 지폐를 제단에 올려놓은 것으로 해석하여

신라시대에도 화폐가 사용되었다는 주장을 엉뚱하게 내놓기도 한다.

화폐는 곧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교환수단이라는

현대적 인과관계를 거꾸로 투사시킨 결과이다.

여기서 종이돈[紙錢]은 실제로 오늘날과 같은 지폐가 아니라

종이를 한 가운데 둥글게 뚫어 돈을 흉내낸 것이었다.


죽음과 관련된 화폐는 극락을 무사히 갈 수 있도록 기원하거나 무덤 자리를 얻기 위해

지신(地神)에 바치는 지불수단의 대용물이었다.
우리가 지금 생각하듯이 화폐 최초의 기능은 교환수단이 아니었다.

시장관념에서 탈피하여 또 다른 화폐의 상징성(심볼리즘)으로 볼 때만이

최초의 원시화폐를 올바르게 해석할 수 있다.

생전에 지었던 죄를 씻고 신에 대한 채무를 갚기 위해

화폐의 최초 기능은 지불수단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화폐를 통해 뭔가를 기원하는 상징성 또는 주술적 염원은

오늘날 현대화폐에서도 종종 보인다.

전자화폐가 완전히 지갑 속에 있는 동전이나 지폐를 대체하기 전까지

화폐의 주술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현대화폐의 주술성을 잘 연구해보면 여러모로 재미있고 유익하다.

 

옆방 선배교수가 10만원짜리 수표를 주면서 지폐로 바꿔달라고 한다.

부의금을 넣는데 수표는 실례가 되니까 지폐로 넣어야 된다는 것이다.

저승길에 은행이 없기도 하지만 동전과 지폐에만 화폐의 상징성이 작동되는 모양이다.  

첨단유리 온실로 장미화훼를 하는 정사장은

지갑 한켠에 1만원짜리 한 장, 5천원짜리 한 장을 간직하고 다닌다.

바로 연로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신 세배 돈인데 일종의 부적인 셈이다.

1년 동안 그렇게 지니고 다니다가 그 다음 세배 돈을 받으면 바꿔 넣는다고 한다.

또 하나의 에피소드도 있다. 한 번은 부모님께 용돈으로 빳빳한 새 돈을 드렸더니

이 분들이 아까워서 돈을 못 쓰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번부터는 용돈을 헌 돈으로 드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한테는 용돈을 새 돈으로 주는 것도 지혜가 되리라.

대개 부자들의 공통점은 돈을 사랑하는데 있다.

사랑과 집착이 다르듯이 돈을 악착같이 모은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진짜로 돈을 벌고 싶다면 돈에게 “너를 사랑한다!” 마법을 걸어야 한다.

일본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아이토 히토리(56) 씨의 부자되는 비결에도

그것이 있다. 돈을 사랑하고 아껴야하며,

지폐의 그림방향을 맞추어 지갑에 넣어두면 돈이 들어온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주)전인석유 사장도 돈의 철학에 대해선 만만치 않다. 
* 돈을 깨끗이 사용하라. 찢어진 곳은 테이프로 붙이고 구겨진 곳은 잘 펴서 사용하라

   (인두에, 다리미에 다려서)
* 돈이란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랑받기를 원한다.

  아껴주고 잘 관리해주면 외출했다가도 더 많은 친구를 데려오지만

  그렇지 않으면 집을 나가 버린다.
* 물건을 사거나 남에게 돈을 줄 때는 헌 돈을 골라서 주지만 새 돈을 먼저 주어야 한다.

새 돈은 밖에 나가서 친구를 데리고 내 지갑 속으로 들어온다.

새 돈을 받은 사람은 순간의 가벼운 즐거움과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

새 돈을 내주는 연습을 하다 보면 돈 씀씀이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새 돈이 아깝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 지갑 속에는 헌 돈을 소지하여라.

헌 돈에는 수많은 사람의 손을 경유하면서 많은 사람의 기(氣)가 묻어 있어

내 지갑 속에 좋은 힘을 줄 것이다.

- 원용찬 현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

-  [원용찬파워노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