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가는(문화)

국방부 선정의 '불온서적'?

Gijuzzang Dream 2008. 8. 16. 12:04

 

 

 

 

 

 ‘불온 서적’인가?

 

국방부 어떻게 선정했나,

‘책읽기 운동’ 도서 중에서 뽑아 지정

 

 


 

"출판계 불황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 공로로 연말에 국방부 장관에게 감사패라도 줘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지금이 전통적으로 책이 잘 나가지 않는 휴가철이라는 점에서 더 고맙다.”
사회과학 출판사 후마니타스 안중철 편집장의 말이다.

이 출판사가 지난해 5월 출간한 ‘소금꽃 나무’는 지난 일주일 사이에 주문과 판매가 급증했다.

후마니타스 영업담당 박경춘 대리는 “7월 31일 이후 일주일 사이에 주문이 1000부 들어왔고,

실제 판매량은 5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민노총 부산지역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이 노동자로 살아오면서 겪은 체험을 질박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문체에 담은 이 책은 초판을 2000부 찍었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만 부가량 판매됐다.


문광부 선정 우수도서도 포함


국방부가 얼어붙어 있던 인문사회과학 도서 시장에서 불쏘시개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발단은 공군에서 나온 공문이다.

7월 31일 ‘한겨레’는 공군이 7월 24일 각급 부대에

“불온서적 무단 반입 시 장병 정신 전력 저해요소가 될 수 있어 수거 지시하니 적극 시행”

하라는 내용이 담긴 공군참모총장 명의의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보다 앞선 7월 19일 이상희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 보안정책과가 ‘군내 불온서적 차단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 공문에는 ‘북한 찬양’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세 분야로 나눈 23권의 ‘불온서적 목록’이

겨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관심의 초점은 목록을 선정한 경위와 선정 기준이다.

북한을 찬양하고 반미 관련 도서가 수두룩하고 이보다 훨씬 과격한 이념 서적이 버젓이 유통되는 데도

이런 서적은 이번 목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불온서적’의 기준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기준이 아주 자의적인데다 국방부의 지적 수준이 의심스럽다”고 못박고는

“어떤 과정을 거쳐 선정된 것인지, 누가 결정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7월 31일 브리핑에서 “공개를 통해 논란이 확산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분류 근거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해당 출판사 관계자들은

제대로 된 분류 근거라는 게 애초에 있기나 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국방부가 ‘북한 찬양’ 도서로 분류한 북한 작가 백남룡의 ‘벗’을 출간한

출판사 살림터 영업담당 정광일씨는 “‘벗’은 북한 남녀의 사랑과 연애, 이혼 문제를 다룬 책으로

1992년 출간 당시 안기부에서도 문제삼지 않았던 책이다. 국방부에서 책을 읽지 않은 듯하다” 말했다.

 

후마니타스 안중철 편집장은 “국방부가 ‘반미 반정부’ 도서로 분류한 ‘소금꽃 나무’에는

반미 관련 내용은 일절 없고, 책에 기록된 노동탄압도 이전 정부와 관련한 일들이다.

반자본주의나 반체제라면 몰라도 ‘반미 반정부’로 분류한 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책은 2007년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우수교양도서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반정부 반미’ 도서로 분류된 것은 더욱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 책은 지난해만 10만 부 이상 팔린 대중적인 베스트셀러일 뿐 아니라

저자 장하준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경제는 더 많이 성장해야 한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보 진영 경제학자들은 장 교수가 재벌 편향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출판평론가 표정훈씨는 “장하준 교수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고 있고 재벌을 현실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 분인데 반정부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얼마 전 대한민국 학술원이 선정한 우수학술도서에 뽑히기도 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사회의 기준과 군대의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국방부 대변인실은 “한총련이 군대에 책 보내기 운동을 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한총련이 만든 도서목록을 국방부 보안정책과의 현역 군인들이 분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총련 도서목록을 재분류했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올해 6월 19일자로 이 단체 홈페이지에 올린

‘16기 한총련 7~8월 방중사업계획서’에는 ‘6.15~8.15 한총련 방중 책읽기 운동’이라는 제목 아래

31권의 책을 담은 도서목록이 나와 있는데,

국방부가 발표한 23개 도서 가운데 20개가 이 목록과 일치한다.

 

국방부 목록에 있는 책 중 한총련 목록에 없는 것은

‘미군범죄와 한미SOFA’(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두리미디어), ‘정복은 계속된다’(촘스키, 이후),

‘우리 역사 이야기’(조성오, 돌베개) 세 개다.

이 가운데 ‘정복은 계속된다’는 한총련 목록에 나오는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쓴 세계적 석학 노엄 촘스키의 저서이고,

‘우리 역사 이야기’는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 널리 읽힌 ‘철학에세이’의 저자가 쓴 책이다.


“군대에 책보내기 운동은 사실무근”


국방부는 목록의 출처로 한총련만 지적했지만,

한총련 도서목록은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이 올해 4월 9일자로 이 단체 홈페이지에 올린

‘학생회 일군 책읽기 선정도서’ 목록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 이유는 한총련과 한대련이 펼치고 있는 책읽기 운동이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부설기관인 한국민권연구소에서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불온서적 목록에 ‘북한의 미사일 전략’과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 등

자신의 책 두 권이 포함된 전영호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은

“민권연구소에서 올해 4월 3일에 31개 도서를 뽑아

한총련과 한대련에 공동으로 책읽기 운동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총련과 한대련은 국방부의 주장처럼 군대에 책을 보내는 운동을 계획했던 걸까.

한총련 소속 대학생 20명은 지난 8월 1일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총련이 군대에 책보내기 운동을 계획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다.

 

한대련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책읽기 운동 제안서는

“학생회 일꾼들에게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실력”이라고 전제하고

“책 속에는 이 사회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 또 다른 세계에 대한 대안 제시,

삶을 풍성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을 뿐,

군대에 책을 보내는 것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게다가 이 행사는 “5권 이상 책을 읽은 일군에게 소정의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일 뿐이다.

보도가 나간 후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에 해당 도서를 찾는 주문이 쇄도하는 한편

‘불온도서’를 출간한 출판사와 출판인 들은 조직적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15개 출판사와 3개 출판 관련 단체, 저자 13명이 참여한 공동대책위원회는 6일 성명서를 발표해

“이번 일은 기본적으로 학문 사상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글을 집필한 저자와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나’를 출간한 출판사 철수와영희 박정훈 대표는

“성명서에 대한 국방부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으며

국방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고소 고발도 논의 중이다”면서

국방부가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2008 08/19   뉴스메이커 788호
-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인터넷 서점 알라딘 ‘국방부 불온도서’ 대상 200자평 이벤트 눈길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국방부가 불온서적을 선정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나쁜 사마리아인들’ ‘대한민국사’ ‘지상에 숟가락 하나’ 등 많은 분의 사랑을 고루 받은

이 책들의 어떤 면이 ‘불온’한 것일까요?”라며

해당 책에 대한 200자 평을 달아주는 독자에게 적립금을 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알라딘 관계자는 “지금 같은 시대에 불온서적이라니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고,

목록을 보니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은 책이 포함되어 있어

독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행사에 참가한 네티즌의 200자 평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행사는 8월 31일까지 계속된다.

<편집자 주>

‘꽃 속에 피가 흐른다-김남주 시선집’(염무웅 엮음, 창비)

문학을 문학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역사를 역사로 이해하지 못하는 국방부 관계자분들.

예비역 12년차로서, 군인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그러니까 군인들이 ‘단무지’라는 소리를 듣지요. -알라딘 strike93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박준성·안건모·이임하·정태인·하종강·홍세화, 철수와영희)

난 왜 이 책이 북한 찬양 도서인지 이해할 수 없다.

아마 저자들도 참 황당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한 사회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구체적으로 적은

6명 저자의 삶의 이야기를 북한 찬양 도서라니….

참 한심할 따름이다. - 알라딘 희망독서광~가객



‘대한민국사’(한홍구, 한겨레출판)

고등학교 1학년 때 읽고 충격을 먹은 바로 그 책!
제가 감명깊게 읽은 책이

이렇게 불온서적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국방부는 뭐가 두려워서 이 책을 불온서적이라고 부르면서

군대에서 읽지 못하게 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론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거론해서인 것 같네요.

얼마나 찔렸으면 쯧! 게다가 보수라고 주장하는 수구에 대해 까발려 그들의 정체를

드러나게 했으니 매카시즘에 찌들어 있는 국방부 수뇌부로서는 후덜덜 떨 수밖에 없는 책이지요.

국방부 여러분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책이 잘 팔리는 거 같아서 기쁩니다.

앞으로도 노이즈 마케팅 많이 해주세요~. 아참. 진보신당 홈페이지 가보니까

진중권 교수가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왜 불온서적에 안 넣었냐고 항의하던데

그것도 좀 어떻게 불온서적에 넣어주시면 안 될까요? 그 책도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인데…. 쩝.

- 알라딘 미치르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부키)

국방부에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게 그냥 잊혀지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었는데

국방부 덕분에 다시 큰 빛을 보게 되었네요.

신자유주의란 결국 힘센 놈이 모든 걸 갖게 되는 거죠.

세상 사는 게 점점 팍팍해지는 이유가 이 책에 나와 있습니다. 정말 추천합니다.

- 알라딘 foxrain01




‘세계화의 덫’(하랄드 슈만·한스 피터 마르틴, 영림카디널)

1998년인가 이 책을 읽었다. 20 대 80의 사회를 경고하는

반자본주의 책이 틀림없다.

그런데 반자본주의적인것을 못 읽는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비판할 수도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일지는 몰라도

민주주의 사회는 아니다. - 알라딘 dryfeet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허영철, 보리)

어떻게 제가 감동 깊게 읽은 책과 읽고 싶었던 책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아주셨는지…. 정말 감사합니다.

따로 보관함에 담을 필요도 없이 바로 여기에서 장바구니에 넣으면 되겠군요.
- 알라딘 쿨쿨




‘삼성왕국의 게릴라들’(프레시안, 프레시안북)

이 책의 기획, 집필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반자본주의 절대 아니고요. 반시장주의도 아닙니다. 물론 반기업도 아니고요.

오히려 ‘정상적인 시장경제’이 작동하기 위해

이건희씨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에요.

삼성이 ‘정상적인 기업’이 되기를 염원하는 이들이 쓴 책입니다.
- 알라딘 mendrami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노엄 촘스키, 한울)

국방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23권의 훌륭한 양서를 홍보하는 것!

국방부에게 박수를! 브라보! 짝짝짝!

아주 세련된 홍보 방법이에요. 땡큐!
- 알라딘 mysel




‘우리들의 하느님’(권정생, 녹색평론)

‘경쟁’을 신처럼 떠받들고 계시는 우리 자본주의교 신도님들이 보시기에

이 책은 불온해도 한참 불온하지요.

사람을 미워하지 않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눈’을 갖게 하는 이 착한 책이 참 ‘불온’하겠지요.

암요, 불온하고 말고요. - 알라딘 bomggot64




‘벗’(백남룡, 살림터)

출간 당시 동시대의 북한 작가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의 필치로 되살아난 그네들의 순박한 정서에 놀랐고

(북한 작품 중에서 서정성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오늘 다시 ‘불온서적’이라고 취급당하는 현실에 놀랍니다.

읽어나 보셨는지? 단지 북한 작가의 작품이기에 선정했다면,

이 블랙 리스트에 포함시킬 수 있는 수백 권의 책을 추천해드리리다.
- 알라딘 달빛푸른고개



‘지상에 숟가락 하나’(현기영, 실천문학사)

일단 나라 지키느라 할 일도 많으신데 쓸데없는 불온서적이나 지정하셔서

이 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처음 읽었습니다. TV에서 추천해서 읽고 있었는데,

등학교 국어선생님께서 저한테 ‘좋은 책’ 읽는다고 하셨습니다.

국방부에서 불온서적으로 지정할 만한 내용인데도

왜 좋은 책이라고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소년의 어린시절부터 성장하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약간 작가의 자서전적인 성격이 있고요…. 볼 만한 책입니다.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알라딘 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