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 피란 때 ‘명에 원병 요청’ 아이디어 낸 환관 이봉정
광해군이 “왜 뚱뚱하냐” 면박주자 “왕이 게을러 일 안 시키기 때문” 질타성 대답 | ||
조선조에서 직계가 아닌 방계 손자로서 처음으로 왕위에 오른 16세 선조가 왕으로서 가장 먼저 취한 조처는 환관의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었다. 명종 때 박한종을 비롯한 환관의 횡포에 진절머리가 나 있던 조정 신하는 선조의 이 같은 조치를 보며 “성군이 될 자질이 있다”며 환영했다. 임금이라는 자리가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경우 대개 국왕은 환관의 달콤한 입놀림이나 후궁의 요염한 몸놀림에 현혹되기 십상이다. 선조라고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안으로 학문을 익혀 밖으로 왕도정치를 펴는 성군이 되겠다는 꿈은 일상의 피곤 앞에서 쉽게 허물어지곤 했다. 이조에 명을 내려 “현재 당상관의 환관은 모두 늙고 용렬하여 쓸 데가 없으니 새로 젊은 환관을 승진시켜 내시부의 체계를 갖추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어 상약(尙藥ㆍ내시부 종3품직) 이봉정(李奉貞)을 정3품 당상관으로 승진시키라고 명했다. 사헌부에서는 특별한 공도 없이 환관을 승진시키는 것은 잘못이라고 상소를 올렸지만 선조는 “나는 환관이나 총애하는 그런 군주가 아니다”라며 재론을 금했다.
훗날 밝혀진 일이지만 선조가 의주로 파천할 때 도중에 왜적을 막는 방법을 고민하자 곁에서 명나라 황제에게 원병을 청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것이 바로 이봉정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발상을 내놓은 것이지만 사실 환관의 국사 참여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던 조선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다. 이봉정을 수원 근처 군부대인 독성진으로 파견하여 병사의 무재(武才)를 시험하고 상벌을 내릴 것을 명하기도 했다. 하고 많은 조정 인재 중에서 환관을, 그것도 무장을 시험하는 데 보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신을 깔보는 행위일 수도 있었다. 물론 그만큼 당시 이봉정이 선조로부터 받은 총애가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조 29년 9월 9일 선조는 이봉정을 조사할 것을 의금부에 명한다. 죄목은 선조를 모시던 내관 이봉정을 세자궁을 책임지는 장번(長番)내관으로 임명하자 병을 핑계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선조가 직접 여러 차례에 걸쳐 사표 철회를 명했으나 듣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선조는 “그의 오만하고 방자한 짓이 매우 놀랍다”며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이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틀 후 사간원에서 이봉정을 하옥해 본격적으로 고문을 해야 한다고 말하자 오히려 선조는 감옥에까지 넣어 고문을 해 조사할 필요는 없다고 말린다. 해프닝으로 끝난 것이다.
당시 이봉정의 직위는 행 상선(尙膳)으로 내시 중에서는 최고위직이었다. 앞에 ‘행’이 붙은 이유는 원래 상선은 종2품직인데 정3품인 이봉정이 그 직위를 맡게 되면서 ‘행(行)’자를 붙였다. 요즘식으로 하자면 ‘부장 대우’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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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로 소문났던 선조의 어필(御筆). 이백의 시 구절을 적었다. |
그러나 그 사이에 이봉정의 강력한 ‘로비’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신하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사실 당시 공신 등급 분류는 지나치게 선조 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정해지고 있었다.
이봉정의 호종공신 4등 책록에 대한 신하의 거센 반발에
그러면서 털어놓은 선조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신하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봉정은 바른말을 할 줄도 아는 내시였다.
“소신이 선왕을 모실 때 선왕께서는 공사청(公事廳)에 납시어 온갖 일을 열심히 재결하시었기 때문에
이봉정은 선조를 가까이에서 모셨기 때문에 명필로 소문났던 선조의 어필(御筆)을 많이 갖고 있었다.
이미 그 전에 정광후란 인물이 선조의 어필을 바치고 6품직을 받은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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